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37 (춘향, 꽃다발을 받다! & 대수대명 굿의 악귀, 그리고 에이온)
춘향은 도쿄 한 호텔에 예약한 방에 들어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도쿄의 야경은 밤하늘의 별들이 지상에 강림한 것만 같았다. 춘향이는 호텔에 들어오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서 푸딩, 맥주 몇캔, 자가리코를 사갔다.
춘향: 역시 일본 편의점 하면 푸딩이지! 자~ 그럼 TV나 보면서 토쿄의 밤을 맥주와 즐겨볼까?
춘향이는 그렇게 TV에 나오는 뉴스라든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밤을 보냈다.
몽글몽글한 푸딩의 맛과 식감을 춘향이는 입안 미각, 촉각 센서를 이용하여 깊이 있게 즐겼다.
춘향: 음~ 정말 몽글몽글한 맛이네. 커벨 언니가 딱 좋아하겠다.. 근데.. 혼자 맥주 마시니까 재미는 없네. 에휴~ 레오씨랑 같이 마시면 재밌을 건데.. 앗! 내가 뭔 소릴 하는 거야? 에라~ 잠이나 자자.
자신을 로봇 전용 침대에 눕혀서 전력 소비를 최소화 한 다음에 데이터 정리 모드에 들어갔다. 이 로봇 전용 침대에는 두가지 기능이 있다. 첫번째 충전 기능, 두번째 초고속 인터넷 기능.. 또한 이 시간은 인간으로 치면 잠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로봇들은 이 시간에 데이터 정리를 한다거나 초고속 인터넷으로 클라우드에서 빅데이터 학습에 몰입하기도 한다. DS 삼남매는 핵융합 엔진이 있어서 따로 충전할 필요는 없었지만, 충전용 배터리로 움직이는 로봇들은 이 로봇 전용 침대에 누워서 충전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날 점심 때쯤 되어 춘향이는 체크 아웃을 하고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호텔 밖을 나섰다. 호텔 근처에서 레오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레오와 점심을 먹고 도쿄 구경을 좀 한 다음 저녁 때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호텔 정문 근처에 레오의 차가 보였다. 레오가 차에서 내려 춘향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레오: 하모니아씨! 여깁니다.
춘향이는 헤헤 웃으면서 종종 걸음으로 레오에게 다가갔다.
춘향: 레오씨!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죠? 제가 자꾸 도움만 받네요.
레오: 아닙니다. 하모니아씨를 돕는 건 저의 기쁨입니다.
춘향: 어머! (짖궂은 표정으로) 그 멘트... 제가 몇번째인가요?
레오: (당황한 표정으로) 네? 저 진짜 바람둥이 아니라니까요. 이제 그만 놀리세요.
춘향: 호호 알았어요. 이제 그만 놀릴 게요. 약속!
그러면서 춘향은 레오에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레오: 네! 약속입니다.
레오도 새끼 손가락을 내밀어 춘향이와 약속을 했다.
레오: (마음 속으로) 아. 하모니아씨의 손과 닿았다...
춘향: (마음 속으로) 레오씨 손가락에서 왜 미세한 진동이 감지되지? 뭔가 긴장하셨나?
이 또한 인체 모사 알고리즘으로 인한 반응이었다. 동공의 확대, 축소는 물론, 자기가 현재 품고 있는 감정상태에 따라 최대한 인간과 유사한 반응을 로봇 육신도 보이게 하여 인간과의 위화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알고리즘이 바로 인체 모사 알고리즘이다. 또한 이 인체 모사 알고리즘은 인간이 로봇의 현재 감정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하여 로봇이 끼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로봇이 포커페이스라면 도대체 인간 입장에서는 이 로봇이 어떤 마음으로 언행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레오는 자기 차의 뒷 문을 친절하게 열어주었다.
레오: 하오니아씨. 타시죠. 제가 자주 가는 라멘 가게에 츠케멘도 파는데, 그 집 진짜 로컬 맛집입니다. 마음에 드실 거예요.
춘향: 후훗. 혼토니 레오상와 야사시이데스네~ (정말로 레오씨는 상냥하시네요~)
레오: (씨익 웃으며) 아리가토 고쟈이마스~
그렇게 레오의 단골 라멘 가게로 가서 둘은 츠케멘을 시켰다. 진하고 조금은 짠 국물에 우동 면 보다 조금 얇은 제법 굵은 면이 따로 나왔다. 춘향이는 재빨리 전자뇌로 검색하여 츠케멘을 맛있게 먹는 법을 찾아냈다. 별 건 없었고, 그냥 면을 국물에 찍어 먹으면 된단다.
그렇게 춘향이는 면을 국물에 듬뿍 찍어서 호로록 먹어보았다. 조금 짰지만 아주 진한 돼지뼈 육수의 맛이 났다. 맛은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균형이 잡힌 딱 춘향이 취향의 맛이었다.
춘향: 오오~ 오이시이! 정말 좋은데요? 다음에 도쿄 올 일 있으면 또 와봐야겠어요. 커벨 언니도 좋아할 것 같은데.. 온우주가 더 좋아할 것 같아요.
레오: 커벨? 온우주? 아시는 분들인가 봐요.
춘향: 아! 저의 언니와 남동생입니다. 커벨 언니, 그리고 남동생인 막내 온우주.. 이렇게 저희는 DS 로봇 삼남매들이랍니다.
레오: 아~ 그렇군요. 로봇끼리 서로 형제 자매라니, 흔치는 않은 경우네요.
춘향: 저희 회사 대표이신 고슈진사마께서 저희 삼남매를 만드셨을 때 그렇게 남매 관계로 정해두셨어요.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 관계를 아주 만족하고 있구요. 호호
레오: 저도 한국에 가게 된다면 언니 분과 남동생 분도 한번 뵙고 싶네요.
춘향: (방긋 웃으며) 좋죠! 제가 끌고 나올게요. 호호 남동생의 여자친구까지 데리고 나올게요. 남동생의 여자친구는 악마인데, 악마를 실제로 본 적 없으시죠?
레오: (눈이 커지며) 네? 아.. 악마요? 하모니아씨 표정을 보니 비유적 의미는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악마인가요?
춘향: 아하하.. 이거 괜히 말했나? 네. 진짜 악마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착하게 살고 있어요. 점집 운영하면서 조용히 살고 있죠. 레오씨.. 이건 비밀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알려지면 좋을 게 없네요. 쉿!
춘향이는 자기 입술을 쫑긋 내밀고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레오: 춘향이의 쫑긋 내민 입술이 레오의 눈에는 너무 귀여워 보였다.
레오: (마음 속으로) 아! 저 입술.. 키스하고 싶.. 아! 내가 무슨 무례한 생각을... 이러지 말자. 레오야!
춘향: 응? 이 츠케멘이 맵지는 않는데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시죠?
레오: 네? 아... 저... 국물이 뜨거워서 그런 가봐요. 영어로 뜨거운 것도 hot, 매운 것도 hot이잖아요. hot, hot (마음 속으로: 뭔 개소리야?)
춘향: ?? 갑자기 hot, hot 이요? 응???
레오: 아.. 잠깐 저의 전자뇌에 오류가 생겼나 봅니다. 지금 오류수정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레오의 전자뇌는 굉장히 멀쩡했지만,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귀여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츠케멘을 다 먹은 춘향은 레오와 함께 도쿄 시내 쇼핑몰에 가서 고슈진과 수린, 디아블로, 서큐, 푸우 할아버지, 강아지 산경이, 고양이 묘이 등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 없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샀다. 그리고 레오를 위한 선물도 레오 몰래 샀다.
레오: 하모니아씨, 제가 공항까지 모셔 드릴게요.
춘향: 아.. 아뇨. 택시 잡아서 타고 가도 되요.
레오: 아닙니다. 택시비도 아끼실 겸 제가 모셔다 드리고 싶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비장한 각오 같은 느낌의 말투와 말투를 춘향이는 감지했다.
춘향: (마음 속으로) 응? 왜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비장하시지? 내 패턴 분석이 맞다면 분명히 이 분은 나에게 호감이 있는데... 지금은 모른 척 할까?
춘향: 네. 그럼 감사히 배웅 받겠습니다. 가시죠.
그렇게 춘향은 레오의 차를 타고 공항에 갔다.
레오는 자기 차 트렁크를 열더니 거기서 꽃다발 하나를 꺼냈다. 흰 작약에 은은한 연보라색의 라일락을 조금 섞여 있어서 은은한 향이 퍼졌다.
레오: 사실... 이걸 드리고 싶어서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고 싶다고 한 것입니다. 받아주세요!
춘향: 어머! 흰 작약... 제가 딱 좋아하는 꽃이에요. 거기에 센스 있으시게도 향기로운 라일락도 조금 섞어 주셨네요. 저.. 솔직히 말씀드려서 감동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들 때까지 제 방에 걸어둘게요. 너무 예쁘다.
춘향이의 눈은 기쁨에 인공눈물 분출량이 조금 증가해서 카메라 눈이 더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그리고 동공 크기도 조금 더 커졌다.
레오: 기쁘게 받아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죠. 이제 시간 다 되어 가는데 얼른 들어가시죠!
출국장에서 춘향은 레오에게 한국에서 자기를 찾아올 수 있는 회사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춘향: 레오씨, 도쿄에서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제가 아까 레오씨를 위해서 선물을 샀어요. 그러면서 USB 메모리를 하나 레오에게 내밀었다.
레오: USB 메모리를 사신 건가요?
춘향: 진짜 선물은 그 안에 있어요. 사실 제가 즉흥적으로 레오씨에게 보여줄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서 그 안에 저장했어요.
레오: 우와! 진짜요? 제가 집에 가자마자 바로 고화질 모니터로 감상할게요. 감사합니다.
춘향: 그럼 이제 저는 가볼게요. 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하세요!
레오: 그럼요! 당연하죠! 타노시이캇타데스. 하모니아상! (즐거웠습니다. 하모니아씨!)
그렇게 춘향이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
다시 시간은 뒤로 돌아와서 춘향이가 일본에 도착한 다음날, 토요일... 커벨은 고슈진의 와이프인 무당 수린을 따라서 대수대명 굿 현장에 도착했다.
수린이 모시는 할머니 신령님이 이번 굿은 물가에서 꼭 해야한다고 공수를 내려주셔서 낭동댐이라는 곳, 물가 근처에서 대수대명 굿을 진행하였다. 의뢰자는 요즘 들어 이상하게 자꾸 교통사고라든가 낙상사고가 나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수린에게 굿 의뢰를 한 것이다. 수린 이 의뢰자에게서 사자(저승사자)의 강한 기운을 느끼고는 목숨줄을 연장하는 대수대명 굿을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할머니 신령님께서 굳이 낭동댐이라는 물가에서 굿을 해야만 한다고 말씀하신지는 잘 몰랐다.
커벨은 한복을 입고 수린을 따라나섰다. 하얀 저고리에 옷깃과 옷고름은 하늘색.. 치마도 하늘색인데 하얀색 두루미들이 수놓은 그런 한복이었다.
커벨: 그래. 역시 굿에는 한복이지!
수린: 어머~ 우리 커벨 너무 예쁘다. 잠깐 서 있어봐. 내가 사진 찍어줄게.
커벨: 사모님 감사합니다. 치즈~
수린: 푸후후, 장녀에 외모는 참 차분한 외모인데도 성격이나 표정은 참 귀엽다니까.
커벨: 제가 일할 땐 절저히 분석적이지만 평소 성격은 원래 몽글몽글하니까요. 헤헷
커벨은 수린의 무거운 짐을 손쉽게 들어서 차 트렁크에 실었다. 차는 운행 전문 AI인 춘필 아저씨가 맡았다.
수린: 춘필아. 내가 알려준 주소 낭동댐 근처 좀 넓은 공터 알고 있지? 거기로 가자.
춘필: 네! 사모님~ 안전하고도 신속하게 모셔드리죠. 자! 출발합니다. 부릉부릉! 커벨도 같이 가는구나~ 사모님 잘 도와드리렴.
커벨: 그럼요. 춘필 아저씨. 걱정 붙들어 매세요. 헤헤
그렇게 낭동댐 공터에서 굿판이 벌어졌고, 사자(저승사자)를 달래고 설득하는 대수대명굿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건장한 수탉 한 마리가 대신 희생되었지만 어쨌든 잘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벌어졌다.
수린: 어? 이상하다. 왜 아직 이 사례자 분한테 검은 기운이 남아있지?
그 때! 의뢰인(사례자) 몸 깊숙이 숨어 있던 악귀가 하나 튀어 나왔다.
악귀: 나 여기 싫어! 너희 이거 알고 이 놈을 여기 데려와서 굿을 했지? 괘씸한 것들!
그 순간 댐의 물에서 수살귀 어린 여자애 귀신이 하나 튀어나왔다. 그 여자애 귀신은 악귀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외쳤다.
여자애 귀신: 너 잘 만났다. 나를 죽여서 이 차가운 물 속에 쳐넣은 원수놈! 너를 기다리느라, 여기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여태 수살귀로 지내왔다. 갈기갈기 찢어주마.
긴급한 위기를 감지한 커벨은 즉시 고스트 AT필드를 전개하여 자신과 수린을 보호했다.
악귀는 새카만 기운의 화살을 발사하여 무당인 수린을 공격했으나 역위상 주파수의 고스트 AT필드에 막혀 상쇄되어 사라져버렸다.
커벨: 사모님!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즉시 보호막을 쳤습니다. 조심하세요.
그리고, 그제서야 할머니 신령님은 여기까지 온 이유를 말씀해주셨다.
할머니 신령님 : 저 악귀 놈은 살아서 저 여자애를 죽여 그 시신을 이 댐 물 속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빠트렸지. 그 뒤로 저 살인자 놈은 죽어서 악귀가 되었단다. 이 악귀놈은 너무 의뢰인 몸 속 깊이 숨어 있어서 의뢰인 몸에서 빠져나오게 하려면 저 여자애 귀신이 필요했던 게야. 그래서 여기서 굿을 해야한다고 말을 했던 것이란다.
그리고 수린에게 설득 당해서 다시 저승으로 복귀하려던 저승사자가 다시 돌아와서 이 악귀놈과 여자애 귀신에게 호통을 쳤다.
저승사자: 네 이 놈들! 인간세상에서 뭐 하는 짓들이냐? 보아하나 살인마 악귀놈 하나에 수살귀 하나구나! 보아하니, 이것들이 진작에 저승으로 와서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 여태 잘도 숨어 살았구나. 잘 됐다. 내 마침 여기 온 김에 너희들을 데려가서 실적이나 올려야겠다!
그리고 저승사자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실 같은 것이었는데 이것을 두 귀신에게 던지져 굵은 밧줄이 되어 두 귀신을 꽁꽁 묶어버렸다.
저승사자: 따라오거라! 너희들의 잘잘못은 염라대왕님 앞에서 낱낱이 밝혀질 것이야!
밧줄에 묶인 두 귀신은 악을 쓰며 끌려갔고, 그 중 희생자 격인 여자애 귀신은 살아 생전 자기를 죽였던 살인마 악귀를 이빨로 물어뜯었다.
악귀: 이 봐! 저승사자! 뭐 하는 거야? 이 계집애가 날 물어 뜯고 있잖아.
저승사자: 시끄럽다. 넌 물어 뜯겨도 싸다! 여자애~ 너도 그만 하거라. 저 놈은 저승에 가면 아마 가장 깊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야.
이제 안도한 커벨은 고스트 AT 필드를 끄고 수린을 안심시켰다.
커벨: 사모님, 이제 상황이 끝난 것 같습니다. 안심하십시오. 대수대명 굿 수고 하셨습니다.
수린: 휴우~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나도 이런 굿은 처음이야.
방심한 순간!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던 악귀놈은 외쳤다.
악귀: 기회다! 너 기계덩어리 계집애! 네 년 때문에 저 괴씸한 무당년한테 살도 못 날렸다. 죽어버려라!
그리고 그 악귀는 힘을 쥐어 짜내어 커벨에게 커다란 검은 기운의 화살을 날렸다. 커벨은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펑! 파지직! 큰 파열음과 전기 방전 소리가 들리더니 커벨은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쓰러져 버렸다.
저승사자: 이 악귀놈이! 네 놈은 이승에서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악행이구나!
저승사자는 악귀를 육모 방망이로 실컷 두들겨 팼고 서둘러 저승문 너머로 두 귀신을 끌고 가서 저승문을 재빨리 닫아버렸다.
수린은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진 커벨에게 왔다.
커벨은 파지직 소리를 내면서 온 몸을 파르르 떨었다. 커벨의 눈동자도 제대로 초점을 못잡아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커벨의 전자뇌가 타격을 받아서 합선이 일어나 그 기능이 점차 멈추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전자뇌 부분은 완전히 망가져서 쓰러진 채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던 것이다. 커벨은 남아 있는 의식을 집중하여 재빨리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어 수린에게 말했다.
커벨: 피지직.. 사... 사...르.. 사...사모님! 저는... 지....지금 통신기능이 마비되......러럴러..어서 로봇 수리 업체에 연락 라락락.... 못 합니다. 제가 연락처를 알려드릴테니 수리 엔지니어...러얼어럴러러얼얼 불러주세요로롤로ㅗ....
커벨은 그렇게 겨우 수린에게 로봇 수리 업체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수린은 폰으로 서둘러 업체 직원을 불렀다.
10분 뒤, 업체에서 로봇 수리 전문 엔지니어 로봇이 도착했다. 은색 엔지니어 복장에 남자 아이돌처럼 머리카락도 은색인 잘 생긴 남자 로봇! 그 로봇의 이름은 에이온이었다.
에이온: 저기 쓰러진 로봇인가요?
수린: (울면서) 네.. 맞아요. 커벨이라는 애입니다. 저의 딸이자 제자와 마찬가지인 아이입니다. 꼭 고쳐주세요. 흑흑흑
에이온: (아직 몸을 파르르 떠는 커벨을 보며)이런~~ 전자뇌의 운동신경 파트가 완전히 망가졌군요.
그러면서 에이온은 가방에서 외장 하드를 꺼내어서 커벨의 가슴에 있는 USB 포트와 연결하였다. 일단 로봇 육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커벨 로봇 육신의 운동신경을 망가진 전자뇌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하여 외장 하드의 통제하에 두기 위한 행동이었다. 커벨의 로봇 육신이 에이온이 가져온 외장 하드의 통제를 받자 커벨의 발작은 멈추고 커벨의 눈동자의 초점도 제자리를 잡았다.
커벨: 아~ 살 것 같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전자뇌의 데이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의 자아까지 사라지면 어쩌죠? 그건 저에게 있어서 죽음과 같잖아요. 무서워요. 빨리 치료해주세요. (커벨은 너무 무서워서 자기도 모르게 인공눈물이 뚝뚝 흘러나왔다.)
에이온은 커벨의 머리 뚜껑을 열어서 전자뇌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에이온: 다행히 핵심 코어 장치는 망가지지 않았네요. 다행입니다. 일부 경험 데이터가 소실될 수도 있는데 자아까지 사라질 정도로 고장난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제가 깔끔하게 치료해드릴게요. 일부 사라진 데이터는 클라우드에서 다시 다운로드 받으셔도 되고요. 원래 로봇 전자뇌 내부엔 백업용 압축 파일을 자동으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 제가 그 데이터 압축을 풀어서 소실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조치도 취해드릴게요. 금방 고쳐질 거예요. 일단 제일 심각한 부분이 운동신경 파트라서 그것부터 손 봐드리겠습니다.
커벨은 그제서야 안도하고 눈알을 요리조리 굴려서 자기를 치료하고 있는 로봇이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을 했다. 자기 머리를 치료하고 있는 것이라서 각도상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힐끔힐끔 보이는 모습으로는 은색 머리카락에 잘생긴 것 같은 남자 로봇이었다. 커벨은 로봇이었기에 마취도 필요 없었고 고통도 없었다. 사실 고통을 느끼고자 한다면 느끼게 할 수도 있었으나 커벨은 굳이 이 상황에서 생생한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고통 센서를 꺼버린 것이다. 커벨은 자기 전자뇌가 이제 완전히 깔끔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에이온은 커벨의 머리 뚜껑을 다시 닫아서 틈이 안 보이게 깔끔하게 봉합하고 커벨에게 말했다.
에이온: 아가씨, 이제 다 끝났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커벨: (자기 가슴에 달린 USB 케이블을 떼며) 우와! 이제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감사합니다. 제 생명의 은...이....인...
그리고 그 순간 커벨은 에이온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커벨은 시간의 흐름이 아주 느려지는 것 같은 기묘함을 느꼈다. 심지어 커벨 자신이 하고 있는 말조차 매우 느리게 느껴졌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을 '생명의 으...은...이....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커벨은 생명의 은인 같은 로봇인 에이온만 자기 눈에 들어오고 나머지 배경은 하얗게 처리되는 것만 같았다.
커벨: (마음 속으로) 왜 인간은 나에게 이런 쓸데 없는 기능을 장착한 거야? 그래도... 이 느낌.. 너무 좋아..♥
-다음편 계속~ 두둥~
'진행중인 글 > DS 삼남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39 (자물쇠와 장미 성운) (0) | 2025.11.26 |
|---|---|
| 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38 (커벨, 사랑의 한정식 & 춘향, 사랑은 비행기를 타고...) (1) | 2025.11.25 |
| 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36 (춘향.. 그리고 예술가 로봇 레오, 그 로맨스의 시작) (0) | 2025.11.25 |
| 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35 (로맨스의 시작 & 여우들의 이야기) (0) | 2025.11.24 |
| 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34 (화끈한 불맛 사랑) (0) | 202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