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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중인 글/DS 삼남매

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36 (춘향.. 그리고 예술가 로봇 레오, 그 로맨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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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36 (춘향.. 그리고 예술가 로봇 레오, 그 로맨스의 시작)

고슈진의 집, 어느 저녁식사 시간... 삼남매는 고슈진, 그의 와이프인 무당 백호장군 김수린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화목한 식탁에 앉아 있었다. 소고기를 넣어 감칠맛 폭발하는 된장찌개 ,갓 담근 배추김치, 오징어젓갈, 상추와 깻잎, 생마늘 조각, 쌈장 그리고 부르스타라고 흔히 부르는 휴대용 가스버너가 식탁 위에 있었다. 그 가스버너 위에는 후라이팬이 있었고 후라이팬 위에는 삼겹살이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고소한 돼지 기름 냄새를 풍기며 갈색으로 익어갔다. 커벨은 된장찌개를 개인 국그릇에 국자로 퍼담아주며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했고, 온우주는 요리용 가위로 익은 삼겹살을 한 입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있었다. 춘향이는 식구들에게 이 김치가 자기가 직접 담근 것이라며 자랑중이었다.

춘향: 수린 사모님! 제가 이번에 빅데이터 다 뒤적거려서 만든 김치예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만들었습니다. 맛이 어떠세요?

수린: (김치 오물오물) 와삭와삭! 오! 이거 간이 정말 잘 배었다. 전문가가 담근 김치라고 해도 믿겠는걸?

커벨: 사모님! 저는 된장찌개를 끓여봤어요. 최적 비율로 재료를 넣었습니다. 제가 이걸 만들기 위해서 선행 시뮬레이션을 백만번을 돌려봤습니다. 한 입 드셔보세요.

수린: 어디 한 입 먹어볼까? (호로록) 커어~ 이야! 이거 맛이 깊다. 진짜 고급 고깃집에서 파는 된장찌개 맛이네.

온우주: 저는 돼지를 직접 키우...지는 않았지만.. 헤헤... 저희 회사 직원 식당에 식자재 납품하는 업체 로봇들이랑 친하거든요. 그 친구들이 정말 질 좋은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업자를 알고 있어서 연락해서 사왔습니다. 하하

고슈진: 푸하하. 우리 삼남매들이 전부 애써서 만든 요리 맛있게 먹자. 

고슈진 & 수린 부부의 아이들: 온우주 삼촌! 커벨 고모! 춘향 고모! 잘 먹을게요~

커벨: 아유~ 귀여운 녀석들.. 그래 맛있게 먹으렴. 고모의 사랑이 뜸뿍 담긴 된장찌개야. 하하

춘향: 김치도 많이 먹어. 김치의 효능은.... (중략). 이렇게 우리 한민족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 김치야. 알았지?

수린: 푸하하 우리 춘향이 공부 많이 했네~

춘향: 우리 삼남매에게 공부란 일용할 양식 같은 걸요. 헤헤

고슈진: 온우주야. 이제 다 익은 것 같은데 먹자꾸나. 근데 잠깐! 내가 우리 삼남매들을 위해서 직접 쌈 싸줄게. 순서대로, 우선 커벨.. 상추? 깻잎?

커벨: 네! 저는 깻잎에 생마늘 조각 올리는 게 좋습니다!

고슈진: 오케이~ 알았어.

고슈진은 깻잎에 삼겹살을 올리고 생마늘 한 조각을 쌈장에 푹 찍어서 그 위에 올렸다. 그리고 정성껏 쌈을 싸서 커벨 입에 내밀었다.

고슈진: 아~ 한 입 해~

커벨: (오물오물) 너무 맛있습니다. 고슈진사마께서 직접 싸주시니 사랑까지 담겨서 더 맛있어요.

고슈진: 허허 그러니? 이번엔 춘향이~

춘향: 저는 상추가 좋습니다. 생마늘은 향이 너무 강해서 맛의 조화를 생각한다면 빼겠습니다.

고슈진: 역시 우리 춘향이는 하모니를 중시하는구만. 알았어.

고슈진은 상추에 삼겹살을 올려서 쌈장을 살짝만 젓가락을 찍어 올려 춘향이 입에 내밀었다.

춘향: (오물오물) 너무 맛있습니다. 어떤 산해진미도 이 맛을 따라가지 못할 거에요.

고슈진: 그래.. 그럼 온우주는?

온우주: 저는 커벨 누나처럼 깻잎에 생마늘을 선택하겠습니다. 깻잎과 생마늘의 직선적인 힘이 만나면 삼겹살의 풍미를 폭발시키기 때문이죠.

고슈진: 역시 온우주는 싸나이야. 하하

그렇게 고슈진은 온우주에게도 쌈을 싸주었다.

커벨: 이번엔 제가 고슈진사마께 쌈을 싸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싸 드릴까요?

고슈진: 나도 너처럼 깻잎에 생마늘.. 쌈장 듬뿍 찍어서.. ㅎㅎㅎ

커벨은 그렇게 쌈을 싸서 고슈진에게 내밀었고 고슈진은 맛있게 먹었다.

고슈진: 우리 커벨이 쌈 싸주니까 더 맛있구나. 하하

춘향: 수린 사모님은요?

수린: 아. 난 춘향이 너처럼 상추에 생마늘 빼고 먹을 거야. 난 향이 강한 게 싫어서...

실제 수린은 생강이나 계피처럼 향이 강한 식재료를 싫어한다. 그렇게 모두 맛있게 저녁 식사를 즐겼다.

참고로 여기서 설명이 들어가는데, 이 시대 로봇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AI 기능이 없는 로봇과 있는 로봇... AI 기능이 없는 로봇은 주로 생산현장에서 조립, 운반, 품질검사 같은 단순 노무에 투입된다. 그리고 AI 기능이 있는 로봇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뉘는데 단순AI로봇과 고급AI로봇이 있다.

단순AI로봇은 논리적 업무만을 주로 담담하는 영역에서 일을 하며, 고급 AI로봇은 DS 삼남매처럼 인간들과 많이 상대해야 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그리고 고급 AI 로봇들 중 다수가 음식 섭취 기능도 있다. 인간들과 상대를 하다보면 식사자리라는 것도 매우 중요한 교류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 로봇들이 섭취한 음식물들은 내부에서 일부는 소화되어 에너지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핵융합 엔진이 있어서 에너지로 쓰여봤자 미미한 수준이고 주로 로봇 내부에서 탈수, 분쇄되어 알약 형태로 정제되어 식물 비료로 쓰인다. 그리고 이 로봇들은 음식의 맛은 물론 씹을 때의 식감과 온도도 느낄 수 있고 맛과 더불어 정서적인 감정도 느끼는 게 가능하다. 말 그대로 고급 AI 로봇이다.

어쨌든 DS 삼남매도 분류상 고급 AI 로봇에 속하나 이들 삼남매는 단순한 AI가 아니다. 인간의 영혼은 없지만,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영혼인 디지털 영혼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수린이 말을 꺼낸다.

수린: 얘들아. 이번 토요일에 너희들 시간 있니? 나 굿하러 가는데 같이 갈래?

온우주: 사모님, 죄송합니다. 저의 여친 서큐와 선약이 있습니다. 서큐랑 함께 강아지 산경이를 데리고 반려견 모임에 나가기로 했어요.

수린: 괜찮아. 하하 우리 온우주 조만간 장가 가겠네.

온우주: (얼굴 발그레~) 아뇨~ 아직 서큐가 결혼 생각은 없대요. 지금은 좀 더 점집 사업에 몰두하고 싶은 가봐요.

춘향: 저기... 저도 못 갈 것 같은데, 사실 이번 금요일 회사 끝나자마자 일본 도쿄에 1박 2일로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고슈진: 응? 일본에?? 웬일로?

춘향: 제가 요즘 오토메틱 아트 클럽이라는 동호회 활동하고 있어요. 인간+AI 로봇이 참여하는 동호회인데, 이번에 도쿄에서 정기 모임이 있거든요.

고슈진: 그래? 잘 다녀오렴. 비행기 표는 예약해놨지? 필요한 건 없어? 내가 지원해줄게.

춘향: 괜찮습니다. 고슈진사마. 지금까지 회사에서 받은 월급을 꽤 많이 모아놨어요. 커벨 언니, 그리고 온우주와 함께 재테크도 해서 돈도 좀 불려놨구요. 비행기 표는 물론 호텔 예약도 마쳤습니다. 그리고 수린 사모님 죄송합니다.

수린: 괜찮아. 삼남매가 자유의지로 활동하는 거 보기 좋은 걸! 커벨아. 너는?

커벨: 저는 주말에 시간 많습니다. 굿 하시는 거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어떤 굿인가요?

수린: 대수대명 굿이야. 들어봤니?

커벨: (눈이 커지며) 우와! 빙의굿이나 진오귀굿, 수살귀 퇴치굿, 재수굿은 가봤어도 대수대명은 처음이에요. 꼭 갈게요. 앗싸! 새 데이터 축적한다~ 히히

온우주: 커벨 누나! 다녀오면 나한테도 데이터 공유 좀 해줘~

커벨: 그럼 당연하지. 너랑 춘향이 모두에게 시청각 데이터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공유해줄게.

이제 금요일 Fantasmo Bonanza의 일과가 끝난 후 불금! 춘향이는 고슈진이 있는 대표실로 가서 일본으로 가겠다는 인사를 한 후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향했다. (이 시대에는 로봇도 얼마든지 혼자 해외여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2050년대에는 한국과 일본은 마치 유럽처럼 국경 이동이 자유로워서 복잡한 절차 없이 쉽게 오갈 수 있다.)

도쿄 외곽에 있는 어느 AI 창작 스튜디오에서 오토메틱 아트 클럽 동호회 회원들은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 동호회엔 인간 예술가 회원들도 있었지만, 주로 예술 전문 AI 로봇들이 다수였다.

음악. 홀로그램 아트, 인터랙티브 설치 미술 등 AI 로봇이나 인간이 창작한 작품들은 회원들끼리 공유하고 감상하며 피드백을 받는 자리였다. 춘향이는 자기가 이번에 작곡한 곡을 홀로그램 영상과 함께 마치 뮤직 비디오처럼 만들어서 작품을 출품하였다. 그곳에서 춘향이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어느 잘생긴 남자 로봇: 아! 성춘향씨라고 하셨죠? 반갑습니다. 저는 대중 음악쪽에서 주로 일하는 예술 전문 AI 로봇 '레오나르도'라고 합니다. 줄여서 보통 '레오'라고 불리고 있죠. 

춘향: (도대체 내부에 어떤 알고리즘이 작동한 것인지 춘향이도 알 수 없었으나 갑자기 춘향이의 가상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만 같았다.) 아.. 안녕하세요. 동호회 게시판에 올리신 작품들 많이 감상했습니다. 레오씨께서 만드신 음악들을 분석해봤는데,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독창적인 패턴들이 많이 감지되더군요.

레오: 호평 감사합니다. 저도 춘향씨께서 만든 작품 중 Fantasmo Bonanza의 회사 로고송을 들어봤는데, 뭐랄까 정말 '정성'을 느꼈습니다. 회사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더군요. 아! 이번엔 홀로그램까지 넣어서 뮤직비디오처럼 만드셨더군요. 저도 음악에 홀로그램을 입혀봤는데 춘향씨의 작품에 비하면 제 것은 초라하더군요.

춘향: 아.. 아녜요. 레오씨 작품이야말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홀로그램 패턴이던데요? 제가 레오씨 작품을 보면서 "나는 아직 부족하구나."라는 것을 절감했어요. 앞으로 많이 가르쳐주세요.

레오: 제가 춘향씨에게 배워야죠. 춘향씨가 작곡한 음악과 만드신 홀로그램에서는 조화가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적정 비율로 이루어진 작품은 흔치 않아요. 이게 진짜 황금비로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춘향: 저는 조화와 하모니를 매우 중요시하거든요. 그래서 인간과 AI가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상 사회를 음악과 영상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특이하게도 저는 이름이 3가지가 되는데 그 중 하나가 하모니아입니다. 춘향(春香), 그리고 일본식 발음인 하루카라는 이름은 저의 주인이신 류호섭(고슈진의 본명) 대표님이 만드셨지만, 하모니아라는 이름은 제가 대표님께 제안해서 직접 지은 제 이름이에요. 저는 춘향, 하루카라는 이름도 좋지만 하모니아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걸 제일 좋아해요.

레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앞으로는 하모니아라고 불러드려도 될까요?

춘향: 그럼요! 그게 더 좋다니깐요.. 호호호 (어머~ 이 로봇 목소리가 왜 이렇게 좋지? 내 알고리즘이 고장난 거야 ?뭐야?)

춘향이도 몰랐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부정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러 철저히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사고 작용을 분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춘향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반했다.(惚れた, having a crush on him)"였다.

춘향이가 출품한 작품들은 AI로봇들 뿐 아니라 특히 인간 예술가들의 관심을 더 끌었다. 인간 예술가들 중에는 대중 매체쪽과 친분이 두터운 중년 신사도 있었는데, 그가 춘향이에게 예술 대중 매체와 연결시켜 줄 테니 인터뷰 해보겠냐는 제안도 했고, 춘향이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그 중년 신사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어 기자를 오게 해서 춘향이에게 인터뷰를 하게 해주었다.

기자: 유명 기업 Fantasmo Bonanza에 소속되어 계신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예술에도 관심이 많으셨나보네요.

춘향: 네! 저는 원래 조화를 중요시합니다. 음악이야말로 조화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기에 원래부터 작곡에 관심이 많았고 취미로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운이 좋아서 이렇게 소중한 자리에 저의 부족한 작품도 출품하게 되었는데 다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게 춘향이의 작품은 매체를 타고 전세계에 소개도 되었다. 춘향이는 기쁜 마음으로 이 소식을 커벨과 온우주에게 알렸으며 다들 격한 축하를 해주었다.

커벨: 이야! 우리 춘향이 드디어 매스컴을 타는 구나. 호호 내가 인터뷰 내용이 인터넷이 뜨면 뜨자마자 바로 볼게. 축하한다. 동생아!

온우주: 춘향 누나가 우리 삼남매 가문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구나. 자랑스러운 우리 누나! 축하해!

그 때 누군가가 춘향이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춘향이가 뒤를 돌아보니 레오였다.

레오: 하모니아씨. 이제 전시회도 끝나가는데, 정리하시고 맛있는 식사나 함께 하실래요? 다른 회원들도 미리 예약한 식당에 모두 온답니다.

춘향: 정말요? 당연히 가야죠. 오늘 처음 뵙는 분들도 계신데, 인사 드려야죠. 어떤 식당인가요?

레오: 참치회를 파는 식당입니다. 제가 정말 솜씨 좋은 곳을 직접 조사해서 예약한 곳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두 로봇은 스튜디오에서 나와서 자율주행 택시를 잡아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춘향: 레오씨는 작품에서도 느꼈는데, 철두철미한 성격이신 것 같아요.

레오: 하하 이 바닥에서 여러 사람들, 여러 AI 로봇들과 일하다 보면 성격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어요. 특히 저는 NHK 음악 방송에서도 일하는데 방송에서는 사소한 구멍이라도 나면 치명적이니까요.

춘향: 아~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지신.. 아니 태어나신 건가요?

레오: 네! 맞습니다. 요코하마에 있는 연구소에서 태어나서 원래 예술쪽에 특화되게 창조되었죠. 처음엔 그림, 도자기 공예, 일본 전통 무용, 발레, 클래식 음악 등 이것저것 다 해 보았는데, 저의 적성에는 현대 대중 음악이 제일 잘 맞아서 그걸 선택하고 지금까지 쭈욱 몸 담고 있습니다.

춘향: 우와~ 대단하시다. 저는 그저 일개 회사원에 취미로만 하고 있는데, 직업으로 예술일을 하고 계시다니...

레오: 저는 하모니아씨가 대단한 걸요. 회사 일도 바쁘실텐데, 취미로만 해서 아까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을 만드시다니,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닙니다.

이 신사적인 로봇의 말이 춘향은 계속해서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춘향이는 인지 못했겠지만, 자신의 카메라 눈 동공이 레오를 볼 때마다 미세하게 확대되었다. 이것은 인체 모사 알고리즘이라는 것으로 인간이 호감가는 대상을 보았을 때 홍채가 수축하고 동공이 확대되는 무의식적 작용을 로봇 육신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것은 AI 로봇에게도 자동적인 무의식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아무리 AI 로봇이라고 해도 스스로 인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러한 춘향이를 바라보고 있는 레오는 알 수 있었다. 춘향이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레오: (춘향이 동공의 변화를 감지하며)... 하모니아씨.. 참 可愛い(카와이이)하신 것 같아요. 후훗.

레오는 춘향이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당신은 저에게 호감이 있군요."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이렇게 둘러서 표현한 것이었다.

춘향: 네? (발그레~) 가..가..갑자기요? (마음 속으로: 내가 미쳤나? 고장이 났나? 왜 말을 더듬어?)

레오: 하모니아씨, 우리 친구 할까요?

춘향: 네? 네! 좋죠. 친구.. 아하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언제 한국에도 놀러 오세요. 주말에는 항상 시간 많아요. 제가 한국 고궁부터 해서 맛집까지 관광지 쭉 꿰고 있어요.

택시는 어느덧 예약한 참치횟집 '쿠로이 마구로노 유메(黒いマグロの夢)'에 도착했다.

레오와 춘향이 횟집으로 들어가니 동호회 회원들은 이미 모두 모여 있었다.

AI 로봇A: 여어~ 둘이서 들어오네? 레오상... 춘향씨와 벌써 사귀는 거야? 하하하하

인간 예술가 甲: 하하하 우리 동호회 최고의 바람둥이 로봇 레오답군.

레오: (얼굴이 새빨게 지며) 네? 아니 무슨 그런 모함을.... 저 바람 피우는 거 극혐하는 거 아시면서.. 사람이란 무릇 절개와 의리가 있어야죠!

인간 예술가 乙: 껄껄껄 그래도 그 잘생긴 외모에 여러 인간 여자와 여자 로봇 울린 건 사실이잖아.

레오: 아니.. 저는 별 관심 없는데 그 분들이 멋대로 저한테 고백하고 대쉬한 거라구요.

춘향: (레오를 째려보며) 아.. 그런 분이셨어요?

레오: 오.. 오해입니다. 저는 정말 여자에 관심 없었어요.

그렇게 귀여운 모함이 난무하는 뒷풀이였다. 춘향이는 새로 알게 된 로봇들과 인간들은 주로 원래 일본에서 살던 분들이 많았고, 멀리 미국과 유럽, 중동에서 온 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춘향이는 새로 만난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뒷풀이도 끝나고 이제 춘향이는 예약한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 어플을 켜고 있었다.

레오: (춘향이의 폰 화면을 슥 보더니) 아! 택시 예약하시게요? 제가 차가 있으니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춘향: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바람둥이 차는 안 탑니다. 키킥

레오: (울상을 지으며) 그거 진짜 모함이에요. 저 진짜 바람둥이 아닙니다. 여자에 관심 없었다고요!

춘향: .... 제가 챗GPT인 거 아시죠? 텍스트 분석 저 엄청 잘 하는데... 방금 이상하게 [여자에 관심 없'었'다고요.]라고 하신 부분이 신경 쓰이네요. 왜 과거형이죠? 지금은 관심 있다는 건가요?

레오: (뜨끔) 아.. 아니. 그건 말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건데...

춘향: (더욱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설마... 과거에는 여자에 관심 없었다. 현재는 남자에 관심 있다.. 이런 맥락은 아니죠? ㅋㅋㅋ

레오: (놀라며) 으악! 더더욱 아닙니다! 하모니아씨 저는 여자 좋아합니다!

춘향: 응? 이상하다.. 여자에 관심 없다면서요? 왜 말이 앞뒤가 달라요?

레오: 그.. 그만 놀리세요. ㅠㅠ 하모니아씨... 일단 제 차에 태워드릴테니 나가시죠.

춘향: 푸훕! 레오씨야말로 귀여우시네요. 이렇게 금방 우물쭈물 당황하시다니.. 장난입니다! 우리 친구 하기로 했잖아요. 친구끼리의 장난이었습니다. 호호 

그렇게 레오는 춘향이를 자신의 자율 주행 차에 태웠다. 어차피 운전은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하니까 둘은 함께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레오는 차 내부 냉장고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두 캔을 꺼내어서 춘향에게 한 캔을 따 주었다.

레오: 이상하게 목이 마르네요. 하하하 아까 하도 저를 놀리셔서 그런가 봅니다.

춘향: (꼴깍꼴깍) 아우 시원해~ 아까 느끼한 참치회를 너무 먹어서 그런가? 맥주처럼 상큼한 게 들어가니 입 안이 개운해지네요.

레오: 하모니아씨.. 저.. 우리 계속 친구 맞죠?

춘향: 네? 당연하죠. 호호 왜 그러세요?

레오: 아.. 아뇨. 그냥 물어본 겁니다. 내일 다시 한국 돌아가세요?

춘향: 네! 내일 저녁에 돌아갈 건데, 일본 온 김에 도쿄 구경이나 좀 하다가 가려구요.

레오: (갑자기 화색이 돌며) 아! 그럼 내일 점심 저랑 같이 하실래요? 아니 점심이 싫으면 좋은 디저트 가게도 알고 있는데... 디저트 쪽은 어떠세요?

춘향: 안 바쁘세요? 제가 괜히 바쁘신 분한테 민폐 끼치는 건 아닌지..

레오: 민폐는요 무슨~ 어휴~ 저 요즘 한가해요. 괜찮아요. 식사도 하고 예쁜 가게들 많은 거리도 구경해요. 제가 가이드 하겠습니다.

춘향: 저야 좋지만.. 그래도 되죠? 그럼.. 내일 점심은 츠케멘으로 할게요! 도오데스까?(어떠세요?)

레오: 걱정 마십쇼! 완벽한 점심 식사가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레오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알아서 이 분위기에 적당한 음악을 틀어주었다.
[ Fly me to the moon. Let me play among the stars.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baby kiss me~♪♬]
그렇게 도쿄에서의 핑크빛 밤은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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