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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장판 산장 Epilogue -다음해 4월 나와 민지는 그 날 장판 산장에서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 기묘한 경험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주머니에는 쇼니가 준 손수건과 正자 무늬가 있는 금색 배지가 있었다. 봄이 된 지금 봐도 참 신기한 배지였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손바닥에 붙어버리고, 가슴에 올려놓으면 가슴에 붙어버린다.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도 그렇게 붙어버린다. 내 몸이 꼭 자석이 된 느낌이다. 우리는 그 배지를 가지고 이상하게 누님과 형님을 호출을 한동안 안하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민지가 자취집에 놀러온 어느날, 땡글이 민지가 실험해본다면서 손에 배지를 쥐고, "언니~ 묘제 언니~! 지금 연락되나요?" 라고 말하자 분명 배지가 아니면 소리가 날 만한 곳이 없는데, 허공 어딘가.. 더보기
장판 산장 027 최종회 민지가 문득 우리가 여기 오기 전 상황이 생각났다면서 바잔 형님께 질문하였다. "근데 바잔님, 물어볼 게 있어요. 우리가 여기 오기 전에 거울에서 나오셨잖아요. 묘제 언니는 그림에서 나오셨고요. 그거 어떻게 한 거예요? 나 그때 진짜 너무 놀라서 까무러치는 줄 알았어요." 대답은 바잔 형님이 아니라 묘제 누님께서 하셨다. "아.. 그거~ 바잔 저 인간 아이디어야. 장판 산장 네이밍 2탄 같은 건데, 어디서 지구 공포 영화를 보더니 영감이 떠올랐다나? 우리가 다른 차원 우주로 이동할 때는 몇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너희 세계에 있는 거울이나 그림 액자 같은 어떤 물질이나 물체를 포털로 삼아서 이동하는 방법도 있어. 그리고 너희는 너희도 전에 봐서 알겠지만, 너희 육신은 지구에 그대로 있고 영혼만.. 더보기
장판 산장 026 오늘은 우주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주신다고 묘제 누님이 말씀하셨다. 이 우주는 다중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내가 살던 지구와 여기 리쥬의 거리는 0이 될 수도 무한대가 될 수도 있다. 무슨 소리냐 하면 지구에서 우주선을 타고 영겁의 시간을 이동하여도 여기 리쥬에는 닿을 수 없다는 소리다. 왜냐하면 리쥬는 우리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평범한 거리 측정으로는 구할 수 없다. 우리의 공간은 우리 감각기관으로 인지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다른 차원의 공간들이 중첩되어 있다. 뭐와 비슷하냐 하면 평범한 인간들이 영혼을 인지할 수 없지만 수많은 영혼들이 귀신이나 대신, 수호천사 같은 이름들로 우리 주위에 산재해 있는 것과 흡사하며, 전자라는 하나의 입자가 넓은 방 안 모든 곳에서 중첩적.. 더보기
장판 산장 025 민지와 나는 다시 우리가 머물고 있던 도서관 건물로 돌아와서 다른 층들도 쇼니와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쇼니가 묘제 누님과 바잔 형님이 돌아왔으니 다시 1층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우리는 도서관으로 돌아가서 형님과 누님을 만났다. 두 분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요원들의 정식 제복이라고 하셨다. 본부에 다녀오느라 간만에 제복 입었다면서 우리들을 위한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본주 윗선에서 명령이 떨어졌는데, 축하해. 너희들 우선 요원 자격 1단계는 통과되었대." 라고 묘제 누님께서 말씀하시면서 우리를 위해 박수 쳐주셨다. 바잔 형님은 한자로 "正"자 비슷한 무늬가 있는 금색의 배지(badge)를 민지와 나에게 주셨다. "이건 준요원용 배지야. 이걸로 언제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 연.. 더보기
장판 산장 024 우리가 우리 방으로 다시 들어갈 때쯤 쇼니가 말했다. "두 분의 신체 사이즈를 스캔하여 이미 체형에 맞는 의복들은 몇 벌 준비해 두었습니다. 방에 들어가시면 옷장 안에 옷들이 있을 거에요. 저는 옆에서 두 분이 옷 입으시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알았어. 쇼니야. 고마워." 라고 민지가 말하고 우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처럼 보이는 사물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니 옷장 문이 열렸고 거기에는 여러 벌의 옷이 있었다. 죄다 영화에서 많이 봤던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스타일의 옷이었다. 그래. 역사공부하는 셈치고 한번 입어보자 싶어서 그래도 제일 덜 불편해 보이는 놈으로 골라서 입었다. 입고 나서 거울을 보니 역사책에서 보던 개화기 초기 남자 양복같은 분위기가 났다. 중절모는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썼다.. 더보기
장판 산장 023 바잔 형님이 오늘은 지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체험을 하게 해준다고 하셨다. "네? 자각몽을 꾸게 해주는 기계라고요?" 바잔 형님께 설명을 들었는데, 그런 기계도 있다니, 이 세계의 진보된 기술력에 놀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건 왜 만들었나 싶었다. "응, 우리는 그걸 애칭으로 몽실이(夢室이)라고 부르는데 이 건물 지하에도 있어." "그런데 그런 기계는 왜 만든 건가요? 솔직히 저도 자각몽 몇번을 꾸긴 해봤지만, 별 쓰잘데기가 있지는 않았거든요." 라고 바잔 형님께 물었봤더니 바잔 형님이 이렇게 대답하셨다. "우리 세계에서 심상화 연습할 때 쓰는 기계인데, 너희들도 심상화 연습 겸 새로운 경험 맛보기 겸.. 겸사겸사 해보라고 시켜주는 거야." "우리는 꼭 심상화 연습할 때 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용.. 더보기
장판 산장 022 "딩동댕동 뿅뿅뿅(악기 소리가 아니라, 사람 입에서 나오는 의성어였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라도 깰 수 밖에 없다.) 자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지금은 오전 8시 30분입니다. 일어나서 밥 먹읍시다." 라는 소리가 들러왔다. 알람 소리인가보다. 눈을 떠보니, 창문에서 밝은 햇살이 비춰 들어왔다.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고 일어나니 민지가 "오빠 일어났어?" 라고 말했다. 민지는 화장대에 앉아있었고, 벌써 일어나서 샤워까지 다 했는지 머리카락이 촉촉했다. "으응. 일어났어... 하암~ 땡글이는 잘 잤쪄요?" "잘 잤지. 오빠가 나를 열심히 운동시켜서 완전 푹 잘 잤쪄용~ 헤헷" "쿠쿡, 근데 민지야. 속은 괜찮아? 너 어제 독주 많이 마셨잖아. 미밍주? 그거.." "응. 속도 괜찮고, 머리도 괜찮아. 그거 정.. 더보기
장판 산장 021 어쨌든 묘제 누님이 없는 틈을 타서 한잔 파티가 시작되었다. 바잔 형님이 아끼는 술인데 오늘을 위해 준비했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오늘을 우해 준비했다'는 부분은 못 믿겠지만, 비싸보이는 술병 디자인에 홀로그램 스티커 같은 걸 병에다가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이 딱 봐도 고급 술인 것이 티가 난다. 그러니 아끼는 술인 것이 맞긴 맞나 보다. 미밍주라는 게 55도짜리 술이라는데 정말 독한 느낌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꽃향기에 초콜릿 같은 향이 섞인 듯인 아주 좋은 냄새가 났다. 내가 민지한테 미스터 초밥왕 따라한다고 핀잔을 줬었는데, 나도 정말 그런 표현이 나올 것 같았다. '이것은 올림포스산 꼭대기다. 제우스가 외계 여신들에게 수작부리고 있고, 디오니소스는 스웩이 어쩌니 플렉스가 저떠니 하면서 랩을 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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