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20 (서민준과 호시 0003)
다시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서 호시와 민준이 일본을 떠나려 하던 때로 돌아간다. 호시는 산에 있는 설산 요정들의 마을을 내려오던 도중 어느 낡은 신사를 하나 발견했다.
호시: 어? 여기에 신사가 있었네? 나도 한번도 못 봤었는데... 사람들 인적이 끊겼나보다.
민준: 그러게. 청소를 꽤 오래 안 했나봐. 먼지에 낙엽에... 어휴~ 호쨩(이제 민준과 호시는 서로 말을 놓고 지낸다.), 빨리 가자.
호시: 오빠. 여기 잠깐 들어가서 기도나 드리자. 그래도 아직 이 신사의 신은 있을 거야. 한국에 가서 잘 지내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 응?
민준은 호시의 그 맑은 눈을 쳐다볼 때마다 마법에 걸린 듯 어떤 부탁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국인 특유의 신끼적(?)인 감각으로는 '그냥 지나가자.'가 정답이었으나 호시의 눈빛은 그 감각을 압도했다.
민준: 그래~ 뭐 그러자. 그런데 왜 이렇게 방치해놨대?
호시: 아마... 이런 산골에서는 오래전에 사람들이 모두 대도시로 떠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겨버렸을 거야. 이촌향도 맞지?
민준: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
호시: 아~ 한국어 공부한다고 한국 EBS 사회에서 본 기억이 나. ㅋㅋㅋ
민준: 햐~ 호쨩 머리가 좋구나.
호시: 헤헷... 칭찬 고마워~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두 사람은 신사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신사였고, 여우 모양의 석상이 보였다. 아마 여우신을 모셨던 신사인가 보다. 민준도 듣기로는 일본에서는 여우를 모시는 신사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둘은 여우 석상 앞에 가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민준: 부디 한국에 무사히 도착해서 우리 호시가 건강하게 지내게 해주세요.
호시: 오빠와 제가 늘 사이좋게... (뭔가를 느낀 듯) 잠깐! 오빠.. 여기에 뭔가가 있어!
호시는 요정인데다가 요정 중에서도 영능력이 특별히 발달해 있었다. 신사 구석 어딘가를 응시하며 말했다.
호시: (상냥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거기 계시군요. 모습을 드러내주세요.
그러자 무언가가 아지랑이처럼 스르르 피어나더니 점차 구체적으로 형상을 갖추었다. 옛날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 같았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니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여우의 얼굴이었다!
여우: 케켕~ 들켰네~ 너는 인간이 아니구나! 이 산 중턱에 사는 요정족이구만! 케케켕
민준: 으악! 저게 뭐야? ㄷㄷㄷ
호시: (민준의 팔을 잡으며) 진정해. 오빠... 아마 이 신사의 주인인가 봐. 우릴 해치려는 기운은 안 보여. 내가 말 좀 걸어볼게.
호시: 이 신사의 주인이신가요? 저희는 그냥 기도만 드리고 가려고 했습니다.
여우: 크흠.. 역시 요정은 요정이군. 그래. 난 이 신사의 주인인 여우神, 狐丸(키츠네마루)란다. 아까 들어보니까 한국 어쩌구 하던데, 한국 가니?
호시: 네. 맞아요. 저희는 한국에 가요.
여우신: 아~ 좋겠다. 나도 세상 구경 하고 싶어. 난 이 곳에 묶인 몸이라 이 주변을 벗어나지 못 하거든.... 한국에는 시뻘건 육회랑 생간도 판다며? 생간... 꿀꺽... 아 진짜 맛있겠다. 오이시소오~ (순간 여우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아! 나를 길들인다면 너희를 전담마크로 지켜줄게.
민준: 나를 길들인다면??? 그거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 대사 같은데?
여우신은 조금 뜨끔했다. 예전에 어떤 어린 아이가 신사에 놓고 간 어린 왕자 책을 보고 자기도 그 여우처럼 사막 구경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 여우의 대사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여우신: 허음~ 뭐 어쨌든... 내 제안이 어떠니?
민준: (귓속말로 호시에게) 호시야. 저거 이상한 잡귀나 요괴 아니지?
호시: (빙긋 웃으며) 그런 건 아니야. 진짜 세상 구경 하고 싶어 하나봐.
여우신: (귀 쫑긋) 야! 다 들려.. 여우도 개과 동물이라고~ 내 귀와 코가 얼마나 예민한데.. ㅉㅉ 나 요괴, 잡귀 그런 거 아니고요~ 나도 神이야. 거짓 약속 같은 건 안 해!
민준: 그럼 어떻게 그쪽을 길들이면 되나요?
여우신: 흠~ 그걸 생각 못 해봤네.. 한낯 인간이 어찌 신을 길들일 수 있으리오! 껄껄껄
민준: 뭐래는 거야? 길들이라고 했다가 길들일 수 없다고 했다가... 바카모노데스카?
여우신: (눈을 찌푸리며) 뭐? 바카??? 이노옴!!! 여우의 저주를!!!
그 순간 호시도 방어자세를 취하며 매서운 눈빛을 보였다.
호시: 지금 뭐 하시게요?
여우신은 섬뜩함을 느꼈다. 요정 중에서도 영능력이 뛰어난 요정은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여우신: 아~ 장난이지.. ㅋㅋㅋ 여튼 날 길들인다기 보다는... 내가 사실은 이 산의 산신령에게 묶인 몸이거든. 그 산신령을 같이 찾아가서 계약 조건 변경이나 파기를 도와주면 안 될까? 나도 해외 여행 좀 가보자.. 응? 아니 인간들도 다 해외 여행은 마음대로 가는데, 왜 神인 나는 맘대로 못하는 건데? ㅠㅠ(갑자기 불쌍한 표정)
호시: .......... 알았어요. 그럼 그 산신령은 어디에 있죠?
여우신: 앗! 정말? 도와줄거지? 그 산신령은 저~기 보이는 산 있어. 이 부근 산들을 모두 통치하지.
민준: 찾아갈 때 무슨 규칙이나 가지고 가야할 제물 같은 건 없나요?
여우신: 그냥 가면 돼~ 지금 제물로 바칠 게 뭐가 있다구~
그렇게 여우신과 호시, 민준은 산신령이 있다는 산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여우신은 산신령을 불렀다.
여우신: 이 산의 주인이신 可愛い お姬様(카와이이 오히메사마)시여! 부탁 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러자 귀엽게 생긴 여자 아이가 기모노를 입고 나타났다. 그 여자 아이 주변으로는 밝은 노란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바람도 불지 않는데 기모노가 하늘하늘 흔들렸다. 진짜 산신은 산신인가보다. 그리고 저렇게 귀여운 아이가 산신이라니... 민준의 고정관념상 산신은 수염 긴 할아버지인데... 신기했다.
산신: 어머~ 이게 누구야? 키츠네쿤이네. 여긴 왠 일?
여우신: 저... 부탁이 있습니다. 저의 속박을 풀어주시고 한국으로 떠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산신: (찡그리며) 갑자기? 원칙상 안 되는 거 알지? 하지만 뭐 너의 신사는 이제 별 볼 일 없어졌고.. 명분만 충분하면 생각해볼게.
호시: 안녕하세요. 산신님! 저는 요정족의 시로이호시쿠즈노누시(白い星屑の主)라고 합니다.
산신: 오?!! 요정족이로구나. ㅎㅎ 진짜 오랜만에 보네. 그런데 넌 무슨 일이야?
호시: 저도 이 한국 남자와 함께 한국으로 떠납니다. 이 여우신님이 가여워서 저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부디 넓은 아량을 베푸시옵소서.
산신: 그래 뭐~ 요정족이라면 평소 이 산을 아끼고 사랑했었지. 그리고 예전부터 가끔씩 나에게도 공물도 보내면서 정성도 보였고... 그런데 왜 한국에 가려고 하는고?
호시: 저는 이 남자와 넓은 세상에 나가서 저의 능력을 사람들을 위하는 일에 쓰고 싶습니다. 아마 여우신님의 능력도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신들 체계 특성상 자기 아래에 있는 하위 신의 선행, 덕행은 상위 신의 경력에도 플러스가 되지 않습니까?
산신: 깔깔깔~ 너 머리가 좋은 아이구나. 그러니까 키츠네쿤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을 제안하는 것이구나. 이걸 한국 속담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 하지?
민준: 에엥? 아니.. 산신 세계에서도 한류 열풍인가요? 어떻게 속담까지...
산신: 아~ 그건 아니고, 요즘이 글로벌 시대 아니냐~ 나도 외국 산신들과 교류도 하고 그런다고~ 한국 산신들 중엔 북한산 산신, 주왕산 산신과 특히 친하지. 근데 너희 한국 어디로 가니?
민준: 서울로 갑니다.
산신: (잠깐 곰곰히 생각하더니) 옳거니! 그러면 되겠다. 키츠네쿤은 듣거라. 내가 너에게 한국행을 허락한다. 하지만 인간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너는 그 즉시 강제 송환과 더불어 500년간 지옥으로 유배 보내는 형벌에 처해질 것이야. (민준과 호시를 쳐다보며) 그리고 너희 둘에게도 관리 소흘의 책임을 물어서, 내 친구인 서울의 북한산 산신에게 연락을 넣어서 신벌을 내려달라고 부탁할 것이야. 그래도 한국으로 가겠느냐?
여우신: 네! 저는 찬성입니다.
민준: 뭐~ 한번 해보죠.
호시: 좋습니다. 여우신이 경거망동하지 않게 관리를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여우신은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물론 비행기 값은 내지 않았다. 아니 낼 수가 없었다. 여우니까... 그래서 작은 여우 인형으로 변신해서 화물칸에서 편안(?)하게 공짜로 한국에 왔다.
그리고 다시 호시가 임신한 현재로 돌아와서....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 여행을 혼자 하겠다고 말하고 여우신은 몇달간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드디어 여우신이 호시네 집에 찾아왔다.
여우신: 케켕~ 호시 오랜만! 뜨악!! 여기에 왜 니 남친도 같이 있어? 남녀칠세부동석도 모르느냐!
그렇다. 호시는 지금 홑몸이 아니라서 결혼 전에도 이미 남친인 민준과 동거 중이었다.
민준: 여우신 Hi~, 오랜만이네~ ㅎㅎ 호시랑 어쩌다보니 여기에 같이 살게 되었어. 조만간 더 큰 집으로 이사갈 거야.
여우신: 아니~ 저건 언제부턴가 슬슬 반말하네~ 그건 그렇고, 이사라니? 아니! 나 버리고 도망가려고 했던 거야? 이런 나쁜 놈들...
민준: 나 곧 호시와 결혼해. 그렇게 됐어. (발그레~)
여우신: (호시를 향해 코를 벌름거리며) 킁킁~ 잠깐.. 이 냄새는 임신의 냄새인데? 요즘 말로 하면 임신 호르몬 냄새라고 하나?
호시: (놀라면서) 역시... 여우는 개과 동물이 맞군요. (발그레~)네.. 저 임신했어요.
여우신: 와! 축하해~ 내가 너희 아이들에게 축복을 빌어줄게. 이건 신이 비는 축복이라서 기도빨도 더 좋다구! 케케 [한국의 삼신할머니시여, 일본의 지장상이시여.. 호시의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민준: 고마워. 키츠네쿤!
여우신: 저게.. 이젠 아주 여우신도 아니고, 우리 산신령 할매(외모는 귀여운 소녀)나 나를 부를 때 쓰는 말이 '쿤'을 써? 아주 막 기어올라라.. 어휴~
민준: .... 지금 광장시장 가서 생간 사오려고 했는데.... 싫어?
여우신: (눈이 번쩍) 충성합니다! 저기... 육회도 같이 사오면 안 돼?
호시: 호호호~ 사실은 제가 아침부터 육회 먹고 싶다고 해서, 광장시장 가려고 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러지 말고, 여우신님도 잠깐 인간으로 둔갑해서 시장 다녀와요.
여우신: 아! 그러자! 휘리릭 변신!
여우신은 10대 중학생 남자애의 외형으로 변신했다. 민준을 쳐다보며
여우신: 삼촌! 케케케케케
민준: 으악! 너 같은 조카 둔 적 없어!
호시: 호호호 귀엽네요. 여우신님!
여우신: 너도 그냥 편하게 키츠네쿤이라고 불러. 사실 그게 더 듣기 좋아. (발그레~)
호시: 좋아요. 그럼... 키츠네...쿤? 푸훗~
여우신: 아 맞다! 내가 가는 길에 재밌는 얘기 해줄게...
호시: 뭔대요?
민준: 사고 안 쳤지? 사고 치면 넌 강제 송환, 우린 신벌이야. 알지? 우리가 신벌 받으면 난 널 목도리로 만들어버릴 거야~
여우신: 아 그런 거 아니라고! 그리고 목도리라니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릴.. 어휴~ 그런 게 아니라, 내가 한국을 여행하면서... 음... 진짜 예쁜 여우를 만났어.. (발그레~) 금강산(이 이야기의 배경은 2050년대 통일한국)에서 하얀 암컷 여우를 만났지. 꼬리가 아홉개나 달린.. 오~ 그 풍만한 꼬리털... (눈이 그냥 하트모양)
민준: 한국에 아직도 구미호가 있었어? 와우~ 놀랍네..
여우신: 당연히 아직 구미호들이 있지. 인간들 눈에 안 띄게 숨어 살거나, 둔갑해서 인간들 틈에 섞여 사니까 모를 뿐이지.
호시: 그래서요?
여우신: 나.... 아무래도 그린 라이트 같애... ♥ 아까도 카톡 왔어.. 카톡에 하트(♥) 세 개나 붙이는 건 그린 라이트 맞지? 그치?
민준: ....... 예뻐?
여우신: 겁나 예뻐. 진짜 아이돌처럼 생겼어. 거 누구야.. 옛날 아이돌 중에 세이마이네임 있지? 메이 닮았어.
호시: 오빠, 알아?
민준: 내가 옛날 아이돌을 어떻게 알아? 예쁘겠지 뭐~ 여튼 얼른 가자. 우리 호쨩, 배고프겠다.
여우신: 와~ 차별대우 보소! 나도 배고프다고~
민준: 알았다. 조카야. 조카는 조까~ Yeah~
호시: 푸하하하하하, 오빠 라임 끝내주는데~ 래퍼 같았어.
여우신: 아오~ 이것들을...
오늘도 이렇게 평화롭고 화목한 삼남매네 마을이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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