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18 (서민준과 호시 0001)
시대는 늘 똑같지만 2050년대 한국, 삼남매가 지식 생산, 유통, 영혼과 마음에너지 연구 기업, 고슈진사마 류호섭이 창립한 회사 Fantasmo Bonanza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겨울날, 한국에서 일본 홋카이도로으로 서민준이라는 청년이 여행을 떠났다. 취업도 잘 안 되던 싱숭싱숭하던 차에 갑자기 눈 덮인 겨울산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설산의 절벽에서 미끄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으니...
어느 아늑한 가옥에서 한국인 청년 민준은 희미하게 의식을 되찾았다. 낯선 천장, 따뜻한 온기, 코끝을 간지럽히는 은은한 꽃 향기... 옆에는 마치 밤하늘의 눈부신 별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白い星屑の主 (시로이호시쿠즈노누시, 보통 줄여서 호시). 하얀 설산의 정령과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눈길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민준을 발견하고 자신의 거처로 데려와 정성껏 간호하고 있었다.
호시: "大丈夫ですか?(다이죠부데스까? 괜찮으세요?)"
맑고 청아한 호시의 목소리는 마치 새벽의 종소리처럼 민준의 귓가에 울렸다. 다리를 삐어서 지금 민준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민준: 여기.. 어디죠? 아차! 여기 일본이지? 코찌라... 도꼬데스까?
호시: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 캉코쿠진? 오오~ 한국사람? K-도라마 좋아해요!♥
민준: 어? 한국말 할 줄 아세요? 잘 됐다.
호시: No~ No~ 한국어 잘 못해요. (스마트폰을 꺼내 번역 어플을 켜고) 드라마 때문에 몇 마디 아는 정도예요.
민준: (자기도 폰 어플을 켜고) 아. 그렇군요. 저를 구해주신 건가요? 감사합니다.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호시: 괜찮아요. 발목이 심하게 팅팅 부으셔서 여기서 며칠 쉬셔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폭설 때문에 도로가 막혀서 병원 가기 힘들어요.
민준: 아...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무리하게 등산하다가 그만... 눈에 미끄러졌어요.
호시: 그래도 천만다행이예요.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눈이 쿠션 역할을 해서 크게 안 다치신 거예요. 그리고 추락하신 곳에서 바로 1미터 옆에 뾰족한 바위가 있었는데, 거기로 떨어졌으면... 으으으~ 끔찍할 뻔 했어요.
민준: 정말 감사합니다.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얼어 죽었을 거예요.
호시: 괜찮아요. 요정이면... 아니... 사람이면 당연히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와야죠.
민준: 요정??? 하하 요정처럼 예쁘긴 하세요.
호시: (얼굴 발그레~일본여자 특유의 리액션) え~~~~, うそ! (에~~~~, 거짓말!)호호호
그 때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호시의 할머니로 보였다.
할머니: 오오~目が覚めましたか?(메가 사메마시타카? 깨어나셨어요?) (그냥 앞으로 한국어로 처리) 하늘이 도왔어요.
민준: 감사합.. 아니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할머니: 아~ 한국에서 오셨구나. 이 눈 밖에 없는 동네까지 어떻게 오셨수?
민준: 홋카이도의 설경이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서울에서 왔고 서민준이라고 합니다.
할머니: 허허 한국에도 겨울에 눈이 많을텐데, 뭐 여기까지.. 호호 여튼 손님이시니까 환영합니다. 그런데 배 안고프시우?
민준: ... 네.. 저 사실 그러네요. 오나카가 뻬꼬뻬꼬...
할머니: 호시야. 부엌에 우동을 만들어놨으니 밥상에 차려오거라.
호시: 네! 할머니. (민준을 보며 서툰 한국어로) 우리 할머니 우동 마시쏘요.(맛있어요.)
호시는 얼른 부엌으로 가서 작은 밥상에 우동과 무절임 반찬을 차려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어 보이는 우동이 민준의 눈 앞에 차려져 나왔다.
민준: 우와! 잘 먹겠습니다. 호로록~
뜨끈한 국물이 뱃속에 들어가니 몸이 촥 풀리면서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할머니 우동은 웬만한 우동 맛집보다 훨씬 맛있었다.
이제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니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밖은 그냥 하얀색이었다.
민준: 제가 얼마 동안 여기 있었죠? 값은 치르고 나가겠습니다. 신세 많았습니다.
할머니: 지금 그 발목으로 못 나가요. 다니는 차도 없고... 돈 안 받을테니 며칠 계시구려. 우리 마을 인심이 야박하지 않다우.. 헐헐헐
민준: 그래도 어떻게....
호시: 할머니 말씀대로 하세요. 지금 이 동네에서 떠나면 더 큰일 나요.
그렇게 민준은 눈이 좀 녹아서 교통편이 생길 때까지 며칠 있기로 했다. 저녁에는 김치 나베요리도 해주셨는데, 민준은 나중에 꼭 돈을 드리리라.. 생각했다. (2025년 현재에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나베요리 중 하나가 김치 나베임) 그리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목욕물까지 데워주셨다. 이건 뭐 료칸보다 더 좋잖아!라고 민준은 생각했다. 밤에는 구름이 걷혀서 정말 쏟아질 것 같은 수많은 별빛들이 보였다. 민준은 잠시 밖으로 나가서 설산과 별들의 하모니 같은 풍경을 감상했다.
어느덧 호시가 곁에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호시: 안 추우세요?
민준: 아! 괜찮아요. 참 아름다운 마을이예요. 그러고 보니 이 동네 이름도 모르고 아가씨 이름도 모르네요. 아나타노 나마에와...?
호시: 헤헤~ 호시(星)라고 합니다. 원래 이름은 시로이호시쿠즈노누시(白い星屑の主)인데 동네분들이 다들 호시라고 저를 부르세요.
민준: 네? 이름이 참 길군요. 꼭 무슨 일본신 이름 같아요.
호시: 좀 이상한 이름이죠? 이 동네 풍습이 좀 그래요.
민준: 그래도 뜻은 예쁘네요. 하얀 별무리의 주인이라... 이름이 꼭 그림 같아요.
호시: 에에~ 감사합니다. 근데 저도 한국 여행 가고 싶어서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예요. 한국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네요.
민준: 한국 어디 가고 싶으세요?
호시: 광장시장 가서 육회 먹고 싶어요! 닭한마리도 먹고 싶고, 교촌치킨 허니 콤보도 먹고 싶어요. 카라이 또포키(매운 떡볶이)도 먹고 싶고... 음... 또 드라마에서.. 봤는데... 남산! 자물쇠 많은 곳도 보고 싶고, 부산에서 돼지국밥도 먹고 싶고, 또 간장게장 게딱지에 밥도 비벼먹고 싶어요.
민준: .... 남산 빼고는 전부 먹는 거군요.. 하하하하 한국 오시면 연락하세요. 제가 맛집 가이드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아! 우리 동네에 '떡볶이 고추의 추억'이라는 떡볶이 가게가 있는데 진짜 숨겨진 맛집이예요. 거기도 모셔드릴게요.
호시: 어머! 마지데???
민준: 하이! 혼토데스! 유비키리 겐만!
호시: 우소 츠이타라 하리센본 노마스! 호호호. 이거 어떻게 하세요?
민준: 저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 즐겨봐서요. 어디서 봤어요.
호시: 아! 덕후~
민준: 민준쿤은 오타쿠 아니라능! 크크큭
호시: 푸하하하하하. [민준쿤], [아니라능] 이래.. ㅋㅋㅋ 그거 한국식 오타쿠 표현이죠?
그렇게 민준과 호시는 情을 쌓아갔다.
-다음편 계속- 두둥
*호시네 마을에 대한 설명
-호시네 마을 주민들은 죄다 雪華一族(셋카이치조쿠:설화일족(눈꽃일족))라는 이름의 설산의 요정족들이다. 이들은 팅커벨 날개 같은 요정 날개를 다 가지고 태어났으나 평소에는 피부 속에 숨기고 살아가 비상시에만 꺼내 쓴다.
-이들은 모두 인간과는 다른 신비한 능력이 있다. 날개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것은 기본이고, 뛰어난 손재주도 기본 재능이다. 개인별로 각각 다른 능력들을 타고 나는데, 누군가는 엄청난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정령,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난다. 또 누군가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치유 능력을 타고 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수많은 재능들을 타고 난다. 호시는 영혼, 정령 같은 비물질적 존재와 대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호시의 할머니는 예지력이 발달해 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일족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 인간 사회와 관계를 맺어왔다. 뛰어난 손재주를 이용해서 수공예품을 만들어 인간 세상에 판매한다든가, 일부는 영능력을 활용해서 인간 세상으로 진출하여 음양사가 된다든가 막부의 고위관료가 되기도 했다. 또 엄청난 운동신경을 타고난 설화일족 요정 중 일부는 당대 유명한 닌자나 사무라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전 에도막부 시대에 어느 요정이 인간들에게 이용만 당한 후 일족 전체가 멸족할 뻔한 사건이 있은 후 요정들은 인간 세상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일은 가급적 삼가하고 수공예나 점 봐주기, 부적 써주기 같은 것을 주요 생업으로 삼고 살았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수공예품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수익을 올리거나, 관광업, 인터넷 우라나이(占い), 부적 써서 택배로 보내주기, 가끔 인간 세상으로 직접 나가서 좋은 터 잡아주는 풍수업, 퇴마업도 하고 있었다.
-호시는 주특기는 정령, 영혼과의 대화이나 막상 이 재능을 적극적으로 쓰려면 인간의 대도시로 나가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왠지 인간세상이 무서워서 수공예품 판매로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민준과의 만남으로 인해 인간세상으로 나가게 되는데.. 두둥~ 그것도 일본이 아니라 한국으로 나갈 것 같은데...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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