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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서&주민지 시리즈/장판 산장

장판 산장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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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해 4월

 

나와 민지는 그 날 장판 산장에서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 기묘한 경험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주머니에는 쇼니가 준 손수건과 正자 무늬가 있는 금색 배지가 있었다.

봄이 된 지금 봐도 참 신기한 배지였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손바닥에 붙어버리고, 가슴에 올려놓으면 가슴에 붙어버린다.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도 그렇게 붙어버린다. 내 몸이 꼭 자석이 된 느낌이다. 우리는 그 배지를 가지고 이상하게 누님과 형님을 호출을 한동안 안하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민지가 자취집에 놀러온 어느날, 땡글이 민지가 실험해본다면서 손에 배지를 쥐고,

"언니~ 묘제 언니~! 지금 연락되나요?"

라고 말하자 분명 배지가 아니면 소리가 날 만한 곳이 없는데, 허공 어딘가에서 묘제 누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민지야? 잘 지내고 있지?"

우리는 역시 그게 꿈이 아니었구나라고 새삼 느끼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간만에 반가운 목소릴 들으니 괜시리 들떴다.

민지가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언니랑 바잔님은요?"

라고 말하자 묘제 누님이

"우리도 잘 지내지이~ 하하 바잔은 본부에 호출이 있어서 외출했어. 옆에 쇼니도 있는데 안부 전해달래."

말했고 좀 떨어져서 말하는지 조금 작은 목소리로

"저 쇼니예요. 보고 싶어요."

라고 하는 쇼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묘제 누님이

"무슨 일 있어?"

라고 하시자 민지는

"아뇨. 그냥 진짜 잘 작동하는지 실험을... 헤헤"

"민지야. 이거 함부로 막 쓰면 안 돼. 다른 사람들이 알면 곤란해질 수도 있는 거야."

"네 언니, 근데 걱정은 마세요. 저도 그 정도 자각은 할 줄 안다구요~ 헤헷. 그리고 지금 한서 오빠 집이라 옆에 오빠 밖에 없어요."

"그래. 알았어. 급한 일 있으면 연락하고, 한서도 잘 있지?"

내가 옆에서 큰 소리로

"넵! 누님! 건강하십쇼!"

라고 말했다. 

"얼씨구~ 목소리에 힘이 넘치네. 지금 민지랑 둘만 있어서 힘이 불끈불끈하는 거냐? 깔깔깔"

"아니~ 그게 아니라 저 원래 힘이 넘치는데요."

"그래? 그 때 네 앞꼬리 못 본 게 더더욱 아쉽네. 크크크"

"누님, 아 진짜 쫌..."

"그래. 알았어. 민지한테 잘 해줘~ 불끈불끈~"

"네~....네???"

"끊는다. 탈칵"

[기-승-전-ㅗㅜㅑ]로통화 종료를 하고 우리는 하던 것을 마저 했다.

 

그게 뭐냐고? 궁금한가?

그건 말이지... 알아서들 상상하시라.

당신이 무엇을 상상한들 그것이 바로 당신에게는 절대적인 정답이다. 

명심하라. 진정한 느낌과 감정을 담은 인간의 상상력이야 말로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능력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에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아라.

하늘이 감동할 수 있도록 미어지게 가득 가득...

 

P.S

아.. 치악산 이야기를 안했군.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우리는 겨울 치악산을 올랐다. 그런데 중간쯤 와서 민지가 너무 춥다고 돌아가자고 칭얼댔다. 나는 그럴 줄 알았다고 살짝 짜증을 부렸고, 그것이 발화점이 되어 민지가 더 짜증을 부렸다. 그래서 치악산 중턱에서 좀 티격태격 아웅다웅 LOVE WAR를 좀 했다.

결국 다시 장판 산장에 둘 다 서로 아무 말도 안하고 돌아갔는데, 민박집 현관문을 열자 맛있는 냄새가 났다. 부엌으로 가보니, 식탁에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우중충 스테이크였다. 그리고 쪽지 하나가 있었다.

 

쪽지에는

-나, 묘제야. 둘이 등산 잘 하나 싶어서 살짝 엿봤는데, 싸웠더구나. 그래서 쇼니를 시켜서 식탁 차려놓고 오라고 심부름시켰다. 우중충 스테이크에 소스는 사람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시크릿 성분이 들어간 '해피해피 스페셜 스위트 갈릭 쌈장 소스'라는 거야. 리쥬에서도 소스 주제에 명품관에서만 파는 진짜 비싼 소스라구~  맛있게 먹고, 둘이 화해하렴~♥

우리는 어디서든 너희를 지쿄보고 이따아~ ㅋㅋ  >_< -

라고 적혀 있었다.

 

쇼니가 다녀갔었구나.

그렇잖아도 등산하고 싸우느라 배가 엄청 고파서 우리는 우선 스테이크부터 먹었다. 원래 우중충 스테이크 맛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소스가 정말 예술이었다. 쌈장맛에 달달한 맛이 적당히 배합되었고 거기에 구운 마늘향이 어우러졌고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어떤 향도 섞였었다. 그게 시크릿 성분맛인가보다. 결론은 내가 여태 맛 본 소스들 다 통틀어서 최고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스테이크를 먹으니 이상하게 이유가 없이 기분이 UP 되었다. 해피해피 소스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 시크릿 성분이 미약(媚藥) 비슷한 기능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어쨌든 기분이 좋아지니 민지에게도 관대한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내가 먼저 사과하려고 했는데 민지도 나랑 똑같았는지 먼저 말했다.

"오빠... 짜증 부려서 미안해. 사실 오빠가 겨울산 많이 춥다고 했는데도 내가 우겨서 온 건데.. 내가 투정부리고.. 미안.. 내가 아직 철없는 애인가봐."

미안해 하는 민지를 보니 마음의 대지에 있는 얼음이 다 녹다 못해,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내가 더 너그럽게 대해야 되는데, 순간 화내서 미안해. 민지야."

라고 말하면서 민지를 꼭 안아주었다. 

민지의 달콤 상큼한 살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나랑 민지가 그 때 장판 산장에서 무얼 했는지 궁금한가?

그건 말이지... 알아서들 상상하시는 건 됐고, 안알랴줌.

 

-진짜 끝

Eternal 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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