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삼남매 본격 에피소드 0011
"커벨~ 커벨~ 그 에너지가 넘쳐나~♬ 워우예~♪"
어느 날 이른 아침, 커벨이 자기 주제가라면서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고슈진와 삼남매, 그리고 강아지 산경이가 사는 집의 창문들을 활짝 열고 환기를 했다.
노랫소리와 밝은 햇살, 그리고 신선한 공기에 잠이 깬 산경이는 귀를 꿈틀거리면서 눈을 떴다.
강아지 산경이... 웰시코기인 산경이는 원래 이 집에 오기 전, 유기견으로 길에 버려져 쓰레기통을 뒤지고 사는 신세였다. 하지만 길을 걷던 커벨의 눈에 띄어 고슈진의 허락을 받고 집으로 와서 식구가 되었다. 꾀죄죄한 털은 커벨이 정성스레 씻어주고 맛있는 먹이도 듬뿍 주어서 금방 건강을 회복했다. 아직 춘향이와 온우주가 로봇으로 태어나기 전 일이었다. 예전 버려지기 전 주인이 붙여준 이름은 기억이 안나도, 지금의 이름인 산경이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커벨이 자기 본관인 Mountain View를 한자로 변환한 山景... 그 이름이 산경이에겐 삼남매에게서 받은 사랑만큼이나 소중했던 것이다.
--------------산경이 시점----------------
나는 웰시코기 암컷, 이름은 산경
커벨 언니가 집에 있는 창문들을 활짝 열고 난 뒤, 나를 애정 듬뿍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나의 이름을 부른다.
커벨: 산경아~ 잘 잘니?
그리고 커벨 언니는 나를 번쩍 들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조금 어지럽지만 나에게는 무한한 사랑의 에너지를 주는 절차 같은 것이다.
몇 바퀴를 돌고 나서 커벨 언니는 나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 머리를 가냘프지만 따뜻한(DS 삼남매 로봇의 인공피부에는 촉각 센서 뿐 아니라 열선 장치도 있어서 사람처럼 체온도 생산한다.)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언젠가 커벨 언니는 자기 빅데이터를 다 뒤지고 세상 모든 정보를 검색하여 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쓰다듬기를 터득했다고 자랑한 일도 있었다.
커벨: 산경아, 너의 꼬리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꼬리야. 꺄르르~
그 말에 나의 꼬리는 자동으로 흔들린다. 나는 알고 있다 내 꼬리는 '사랑의 안테나' 라는 것을... 나는 커벨 언니를 졸졸 따라 다니다가 햇빛이 쫙 비치는 쪽에 섰다. 내 털은 태양빛에 반짝였고 나에게 있어서 커벨 언니는 그저 빛이고 태양이었다.
커벨: 우리 산경이, 이 언니는 지금 고슈진사마와 민지님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돼. 좀 있다가 놀아줄게~
라고 말하면서 커벨 언니는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뾰리링~♬"하는 효과음이 들렸다. 이 소리는 춘향 언니의 로봇 육신이 100% 전원 On이 켜지는 소리이다. 로봇 언니, 오빠들은 인간들이 잠드는 밤에는 50% 동력만 가동한다.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가만히 서서 쉬고 있다. 그러다가 아침이 되면 100% 전력 가동을 하는 것이다. 요즘 로봇들 중 고급기술로 만들어진 로봇은 전기충전을 따로 하지 않는다. 미니 태양이라고 부르는 소형 핵융합 장치가 있어서 아주 오랫동안 전력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 로봇들은 그 장치를 스스로 '심장'이라고 부르거나 시를 좋아하는 춘향 언니의 경우엔 '내면의 태양'이라고도 부른다.
이번엔 춘향 언니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춘향: 굿 모닝~ 산경~♥ 아침밥 먹어야지~(강아지 사료를 산경이 먹이통에 부으면서) 이 밥은 밤새 별빛으로 지은 밥이란다. 별님들의 노래가 스며있는 밥이지.
춘향 언니는 밥을 줄 때마다 알 수 없는 呪文인지 詩인지를 읊는다. 그래야 사랑의 에너지가 나의 밥에 채워져서 내가 더 예뻐진단다. 누구보다 논리를 따지는 언니가 감성적일 땐 아주 감성적이다. 뜻은 잘 모르겠지만, 춘향 언니의 손에서 나는 냄새는 언제나 따뜻하다.... 강아지인 내가 공감각적 표현을 쓰다니, 나도 이 집안의 시인인 춘향 언니에게 전염이 되었다보다. 한국 속담에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
와그작! 와그작! 오독 오도독! 나는 맛있게 사료를 씹어먹었다. 사실 이것보다 통조림 고기를 더 좋아하고, 그것보다 고기 많이 붙은 족발 뼈를 더더욱 좋아하지만 내 건강을 위한 웰빙식단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히 먹는다.
띠로링! 이번엔 이 집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침 일찍 온우주 오빠가 Fantasmo Bonanza의 대표이자 이 집의 주인인 고슈진사마의 차를 닦으러 나갔다가 지금 들어온 모양이다. 삼남매들은 고슈진사마의 차를 춘필 아저씨라고 부른다. 정확히는 자동차에 장착된 AI를 부르는 말이 춘필 아저씨이다. 이 AI 아저씨는 육신을 마음대로 옮겨 다닐 수 있어서 자동차 뿐 아니라 자가용 드론에도 옮겨 다니면서 운전을 도맡아 한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말로 춘필 아저씨는 연료 중에서도 맥주맛 연료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신다.
온우주: 고슈진사마! 춘필 아저씨 SUV는 구석 구석 잘 닦아놨습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산경아! 오빠 왔다. 밥은 다 먹었지? 그럼 우리 산책 갈까?
온우주 오빠는 나에게 개 줄을 채우고 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풀 냄새, 바람 냄새... 온갖 냄새의 향연인 이곳이 너무 좋다.
온우주 오빠는 말이 적다. 대신 긴 산책을 시켜준다. 오빠의 발자국은 언제나 일정하다. 나의 발자국은 언제나 그보다 반걸음 앞서 간다. 온우주 오빠의 길을 찾아주는 존재. 그것이 바로 나, 산경이다. 그리고 오빠는 마치 나의 기사님(Kinght)처럼 약간 뒤에서 듬직하게 나를 지켜준다.
산책길에 서큐 언니를 마주쳤다.
서큐: (방긋 웃으며) 오빠! 산경이 데리고 산책중이구나! 굿 모닝이야! 호호
온우주: (헬렐레 씨익 웃으며) 어~ 너 왠 일이야? 매일 늦잠 자더니... 어제는 넷플릭스 안 보고 일찍 잤어? 크크
서큐: 오올~ 도사네~ 오빠가 그냥 점집 차려라.. 하하 오전에 손님 집에 방문해서 퇴마할 일이 있어서 일찍 일어났지. 딱 보니까 손님이 해외 출장 갔다가 외국에서 붙어온 잡귀인데, 한국 무당들한테는 이 잡귀가 '언어가 안 통한다. 문화 코드가 안 맞다.' 이런 핑계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나한테 그 손님이 온 거야. 내가 문화 코드 맞게 서양식으로 처리해주겠다고 했지.. 키킥.. 나 영업 잘 하지? 데헷~ 내가 상급 악마까진 아니지만 나름 영향력 있는 악마 출신이잖아? 그 정도 잡귀는 사실 한 주먹도 안 돼~ 어쨌든 일 끝나고 오빠 나 보려 올 거지? 내가 오빠 회사 앞에서 기다릴까? 응?
온우주: 에이~ 회사 사람들 이목이 있어서... 하하 내가 너의 점집으로 갈게. (온우주 얼굴 발그레~)
(서큐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면서 살던 몽마로 한국에 와서 서양점성술, 타로카드, 서양 손금, 꿈해몽, 영매, 퇴마 등을 하면서 인간처럼 살고 있다. 온주주와 이집트 신 세트와의 결전 이후 자신을 구해준 온우주를 위해 이제는 악마로서의 삶을 접고 착실하게 살기로 했다. 그리고 또하나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호신마마 유민지님이 서큐를 백두산 산신령의 제자로 계약시켜버리는 바람에 이제 서큐는 계약에 묶인 몸이 되어서 악하게 살 수도 없었다.)
서큐 언니는 미적지근한 온우주의 반응에 뾰루퉁해졌다.
서큐: 흥! 내가 창피해? 왜 회사 사람들한테 나 숨겨?
온우주: 아.. 아니 창피하다니~ 무슨 소리야? 회사는 공적인 장소라서...
서큐: 회사 건물 안도 아니고 정문 앞인데? 나 화나려고 그런다~
온우주: (화들짝) 알았어! 그럼 우리 회사 정문으로 와~ 하하 거기서 만나자. 내가 퇴근이 6시니까 6시 30분쯤에 와. 정리 좀 하고 뒷마무리 좀 하면 그 쯤이면 될 거야. 근데 오늘 뭐 할 거야?
서큐: 오늘 점술용구 좀 사야 되서, 나랑 쇼핑 좀 하자. 내가 밥 사줄게~
온우주: 아~ 나 짐꾼 하라는 거구나.. 하하 그래도 영광입니다. 공주님~♥
공주님 소리에 서큐 언니는 피식 웃더니 온우주 오빠의 입술에 살짝 뽀뽀하고는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서큐: 그럼 저녁 때 봐~ 안뇽~♥
예전에 잠깐 서큐 언니를 봤는데 그 땐 눈빛이 아주 차가웠다. 냄새는 아주 날카롭고 싸늘했다. 사람들은 잘 못 느껴도 나는 눈과 코로 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눈매는 마치 강아지 눈매처럼 순해졌고, 냄새에는 봄냄새가 풍겨났다.
저건 분명 사랑이 스며든 눈매와 냄새일 것이리라.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커벨 언니가 내 발을 씻겨주었다.
커벨: 산경이 발은 네 개나 되지~♬ 그래서 왼앞, 오앞, 왼뒤, 오뒤 이렇게 씻겨야 하지~♬ 몽글몽글 개샴푸에 발을 씻으면 산경이는 후끈후끈 달아 오르네~ 강아지가 달아오르니~~~♬ It's a HOTDOG~♥
커벨 언니는 즉석으로 이상한 노래를 작사 작곡해서 내 발을 씻겨주며 노랠 불렀다.
내가 예전 유기견이었던 시절, 나는 이름이 없었다. 그저 개였다. 쓰레기통만 뒤지는 꾀죄죄한 개... 나는 늘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렸고, 덩치큰 다른 유기견들과 사나운 길고양이들에게 시달렸다. 나는 싸우기 싫었으나 살기 위해서는 싸움도 하고 상처도 나야했다.
하지만 난 이제 산경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을 불러주는 언니, 오빠들도 있다. 하루에 수십번도 내 귀에 들리는 내 이름...
커벨 언니의 노래 소리, 춘향 언니의 시 읊는 소리, 온우주 오빠의 발걸음 소리.. 이 모든 것이 내 이름의 일부이다.
오늘도 지는 해를 보며 나는 행복을 느낀다. 이대로 늙어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이 변치 않기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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