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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글/저곳 어딘가에

저곳 어딘가에 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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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이네는 경북 XX시로 이사를 하였다. 동네는 도농복합형 동네라고 해야하나? 도회지를 끼고 근처에 아파트 단지들이 있고 그 부근에 한적한 포도밭 같은 밭들이 있는 동네였다.

 

현식은 가장 중심지인 시장 부근에 새로운 푸닭커리를 세웠다. 매장 면적은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넓어졌다. 아무래도 지방이다보니 부동산 가격이 확실히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예 집은 가게에 붙어 있는 마당 있는 집으로 골랐다. 그래서 그냥 집과 가게 뒷문이 통하게 하여 출퇴근 시간이 그냥 0이 되게 만들어버렸다.

 

현식은 우선 동네 친척분들에게 효미, 나리와 같이 인사를 드렸다. 

"아이고~ 마~ 현식이 왔나? 잘 왔다. 이사한다꼬 마이 피곤하제? 여기서 함 잘 해봐라."

"효미 마이 컸네~ 쪼매~ 했었는데, 이쁘게 컸다. 호호호"

"니가 나리가? 그래. 현식이랑 사이 좋게 잘 지내그래이~"

등등 천척 어르신분들의 덕담을 들으면서 현식은 이 동네에서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일단 현식은 가게 근처에 푸닭커리 트레이드 마크인 9빛깔 무지개 꼬리를 한 닭모형을 세웠고, 또 광고효과를 위하여 최강 치킨 넘버원에서 탔던 닭다리 트로피 모양의 조명 광고 모형도 만들어 세웠다. 그리고 아래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은희의 영혼도 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따라왔다. ㅎ

새롭게 시작하는 현식 패밀리와 푸닭커리

그리고 가게 오픈하기 전에 이들은 동네 시장이나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전단지 광고도 하고 주민들에게도 얼굴 도장을 찍어놓았다.

새로 이주한 푸닭커리의 동네 지도

얼마 전 방송에서 나왔던 그 푸닭커리가 이 동네로 왔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동네에 자자하게 퍼져서 동네 사람들은 현식과 나리에게 빨리 오픈해서 맛 봤으면 좋겠다. 부먹찍먹 치킨 정식으로 판매하는 메뉴냐.. 등등 여러 말들을 했다. 물론 부먹찍먹 아구치킨은 벌써 현식과 나리가 매콤 카레 치킨에 이어 푸닭커리의 제2 메인메뉴로 하기로 계획을 세워놨었다. 

 

그리고 효미도 벌써 새로 들어간 유치원에서 유치원 친구들과도 친해졌다. 원래 밝고 적극적인 성격인데다가 머리도 똘똘한 효미는 빨리 유치원 선생님들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새 유치원에 적응해갔다.

 

그리고 은희의 영혼도 친목활동(?)을 이어 나갔는데, 이 동네 연못 옆 공원에는 당산나무인 버드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그 당산 나무에는 각각 1명씩 당산신들이 있었는데, 할아버지 1명, 할머니 1명이었다. 은희는 이 동네 수호신인 당산나무 신들과도 인사하면서 자기 가족들을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당산신들은 이렇게 인사성 밝은 영혼은 100년만에 처음 봤다면서 은희를 환영했고, 마을 수호신으로서 은희의 가족들을 잘 챙기면서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당산신이 말했다.

"아무렴~ 이렇게 인사성이 밝고 예의가 바르니 잘 지켜줘야지. 근데, 자네랑 자네 가족들이 이사오던 날부터 쭉 지켜봤는데, 그 날 같이 이 동네로 새로 이사온 청년 하나가 있는데, 왠지 꺼림직해.. 굉장히 어두운 기운이었어.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할머니 당산신도 말했다.

"맞아. 그 어두운 청년... 나도 이상해서 쭉 봐왔는데, 자꾸 자네 가게쪽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더라구. 나도 자꾸 뭔가 꺼림직해. 어떻게 생겼냐 하면, 어! 저기 지나간다. 쟤 있잖아. 까만 모자 쓴 애. 보이지?"

은희가 할머니가 가리키는 쪽을 봤는데, 순간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저 청년은 서울에서도 봤던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현식과 나리의 결혼식에서도 분명 봤었고, 그 전에도 분명 어디선가 봤었다. 그 때는 효미를 자꾸 쳐다보길래, 왜 저러나 싶었는데 여기에서도 저 청년을 볼 거라고는 나름 여러 상급신에게서 많은 지식을 전수 받은, 나름 배운 귀신(?)인 은희도 예상치 못했다.

설마 설마.. 요즘 험한 세상에 저 청년이 우리 가족들, 특히 죽어서도 사랑하는 딸인 효미에게 무슨 해꼬지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밀려들어왔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렇잖아도, 저 청년은 서울에서도 우리 가족들 근처에서 멤돌고 있어서 경계하고 있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요. 정말 죄송한 부탁인데, 저 청년 좀 감시해주시면 안될까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놀랐다.

"뭐? 서울에서도 자네 가족들을 쫓아다녔다고? 어허~ 이것 참.. 이상하군.. 알았어. 죄송할 건 없고, 우리가 그렇게 해주겠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은희의 영혼은 할아버지, 할머니께 꾸벅 고개 숙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전혀 알 리가 없는 현식과 나리는 그저 푸닭커리 재오픈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 푸닭커리가 재오픈 하던 날, 오픈빨이 제대로 먹혔는지 손님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게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모두들, '역시 방송이 가짜가 아니었다.'고 하면서 푸닭커리의 맛을 칭찬했다. 여기 계속 오겠다고 벌써 스스로 단골을 칭하는 손님들도 몇몇 있었다.

그런데, 나리가 어디선가 봤던 한 청년도 치킨을 포장해서 사가지고 간 걸 봤었다.

분명 낯이 익은데 어디서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워낙 가게가 바쁘다보니 더 신경은 쓰지 못하고 그냥 잊어버렸다.

 

"아빠~! 언니이~! 나 왔어~!"

효미도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왔다. 새 유치원 선생님도 같이 들어오셔서 효미를 바래다 주고 가려는데, 현식이 미리 튀겨놓은 매콤 카레 치킨을 한마리 선생님께 드렸다.

"선생님, 이거 가져 가세요. 우리 가게 제 1 메인 메뉴입니다. 하하하"

"어머~ 안 이러셔도 되는데... 괜찮아요."

"아녜요. 선생님. 이거 일부러 선생님 드릴려고 일부러 시간 맞춰서 미리 만들어놓은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아.. 진짜 괜찮은데.. 어..어쩌나.."

이렇게 [넣어둬~ 어허~ / 아.. 그냥 받으셔도 됩니다.. / 어허~ 이 사람 참~ / 제 작은 정성입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 어허~ 거 참.. 곤란해지게..(라고 하면서 슬쩍)]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하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비리의 냄새가 전혀 없는 훈훈한 장면이 펼쳐졌다.  

 

어쨌든 효미는 오늘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놀이를 한다고 편을 갈랐는데, 손바닥 뒤집기로 편을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데덴찌'라고 했었는데, 여기서는 '데엔지씨~ 오레~엔지씨~ 되는대로 먹자. 성내기 없다."라고 하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원래 동네마다 놀이를 부르는 방법이 다 다른 법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해진 오징어 놀이도 어떤 동네에서는 오징어 달구지라고 하는 곳도 있고, 이 Hosobi가 어릴 때 살았던 동네에서는 '오징어 가셍'이라고 불렀다.

 

가게가 끝나고 현식은 나리에게 수고 많았다고 토닥여줬다. 서울에 있다고 갑자기 인맥이 하나도 없는 지방에 내려와서 쓸쓸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나리에게 요즘 들어 현식은 더 많이 신경 써주면서 챙겨줬다. 하지만 나리는 그러한 현식에게

"자갸~ 나 괜찮아. 안 힘들어. 자기랑 효미가 있는데 나 외롭지도 않고, 요즘 우리 가게 영업 잘 되는 게 너무 재밌어서 그냥 신 나. 하하. 나 괜찮으니까 우리 늙은 아재, 니 몸이라 챙기라 안카나? 캬캬. 나도 여기서 사투리 배웠어. 잘 하지? 말투가 귀여워. '안카나?' 캬캬"

현식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어이구, 어색하게 귀엽네. 나리야. 우리 주말에 가게 쉴 때 산이나 갔다 올까? 거기 오리 백숙 맛있게 한다는 집이 있다는데.. 나도 동네 주민들한테 들었지만.. 하핫" 

"오~ 오리~ 좋지. 효미도 오리 좋아하지?"

"효미는 원래 음식 가리는 거 없잖아. 그리고 백숙 별로 안 좋아하면 훈제도 한 마리 더 시키면 되지. 뭐. 훈제는 원래 효미가 잘 먹었거든."

"응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신난다. 등산도 가고.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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