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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서&주민지 시리즈/장판 산장

장판 산장 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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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Time

바잔 영감님이 좀 쉬자고 하셔서 이 거대한 도서관에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영감님이 휴대폰 같은 것을 깨내서 어딘가에 연락을 하자, 잠시 뒤에 급식 카트처럼 생긴 로봇이 나오더니 카트 위에 있는 문이 열리고 음식이 담긴 접시와 그릇들, 수저가 담긴 통이 공중에 떠서 우리가 있는 테이블 위로 착륙한다. 그리고

"다 드시면 디저트 드리겠습니다. 다시 불러주세요." 하고 다시 바퀴를 굴리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접시가 날아다녀요.."

라고 내가 말했다.

영감님은 대수롭지 않은듯 말씀하셨다.

"아. 저건 드론이야. 너희 세계의 드론과는 추진력 원리가 달라서 그렇지. 드론을 그냥 접시, 그릇 모양으로 디자인 한 거야."

참.. 신기했다.

다음으로 음식을 살펴보았다. 음식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랑 기본적으로 비슷했다. 스테이크 비슷한 요리와 연한 된장찌개 냄새가 나는 국물요리, 샐러드 비슷하다고 해야할 지 김치 비슷하다고 해야할 지 뭐 그런 채소류 요리, 그리고 흰 쌀밥이 나왔다.

다른 우주의 세계에서 쌀밥이라니.. 신기해서 내가 물었다.

"어? 여기에도 쌀이 있네요? 우와~"

묘제 누님께서 대답하셨다.

"여기도 너희 지구와 환경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이 우주 생명체도 너희 우주의 생명체와 거의 흡사한 진화의 과정을 따랐거든, 그래서 다 비슷비슷 해. 우리 외모를 봐. 너희랑 거의 비슷하잖니?"

땡글이가 묘제 누님과 바잔 영감님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거의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똑같은데요? 그냥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세요."

묘제 누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랑 종이 다르긴 달라. 일단 유전자가 좀 달라서 너희와 우리 사이에는 후손을 가질 수 없단다. 그것도 우리 연맹에서 일일이 각 우주의 현지인으로 구성된 요원을 육성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만약 후손을 퍼트릴 수만 있으면 순수 현지인으로 구성 안하고 우리 유전자를 가진 혼혈 요원을 키웠겠지. 그리고 신체 구조도 조금 다른 점이 있단다. 우리는 지금은 안보이는데 엉덩이에 아주 작은 꼬리 흔적이 있지. 너희는 꼬리뼈 정도만 남아있지만, 우린 조금 더 크게 남아있어. 한, 손톱 정도 크기? 그리고 움직일 수도 있고.."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겨 묘제 누님 엉덩이쪽을 힐끔 보았다.

묘제 누님이 눈치 채시고는 피식 웃으셨다.

"야~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응큼한 거 보소. 박한서! 너 어딜 보냐? 꼬리가 궁금해? 보여줘? 그러려면 나 치마 벗어야 되는데? 깔깔깔."

나는 쑥스러워서 그냥 헤헤 웃으며 말했다.

"헤헤.. 아뇨. 꼬리 잘 있으시겠죠.. 뭐~"

바잔 영감님이 옆에서 한마디 하신다.

"얘 벗어도 볼 거 없어. 크흣"

아.. 이 영감님은 말실수가 많으시다. 매를 버신다. 아니나 다를까 묘제 누님이 영감님 뒷통수를 한대 후려갈기셨다.

 

"야! 이 진짜 변태같은 영감이... 얼마 전에 침대에서 뭐랬더라? '오~ 너의 슬랜더한 몸매는 딱 내 취향이야.." 이러더니 뭐? 나 참~ 얘들아. 나 그냥 이혼하고 딴 남자 만날까? 민지야. 너도 만약 나중에 한서가 이런 소리하면 꼬추 한 대 로우킥으로 차버리고 바로 이혼해버려. 알았니?"

 

민지는 이 장면이 웃겼는지 그냥 막 푸하하 웃었고, 영감님은 '에이~ 농담이지. 농담! 나 원래 드립을 안치면 죽는 병에 걸린 거 알면서~' 이러고 계셨다. 아... 내가 다 쪽팔린다. 나는 저렇게 안 살아야지. 반면교사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시는 바잔 영감님...

 

여튼 우리는 맛있게 식사를 했다. 특히 스테이크는 완전 내 취향이었다. 쇠고기와 식감과 맛이 흡사한데 기름기를 훨씬 덜 느껴지는데 고소함은 훨씬 더 했다. 그리고 씹힐 때의 식감이 뭐랄까... 쫄깃쫄깃 그 자체였다. 

너무 맛이 좋아서 영감님께 물었다.

"이 세계에 사는 소로 만든 스테이크인가봐요."

영감님이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아. 이거~ '우중충'이라는 곤충고기야. 크기는 사람 허벅지만한데 성격은 정말 온순한 놈이지. 생긴 건 꼭 사슴벌레 비슷하게 생겼어. 어쨌든 맛은 기가 막히지. 원래는 우리도 쇠고기를 주로 먹었는데, 유전공학의 발달로 이 놈을 만들고 나서는 목축에 따른 환경문제도 있고, 맛도 기존 소보다 낫고 해서 이제는 이걸 주로 먹지. 이제 소는 극소수 매니아들이 반려동물로 키우는 동물이 되었다구."

 

듣고 보니 참으로 신기했다. 우리 세계에서도 과도한 목축 때문에 지구 환경에 큰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데, 이런 유전공학 기술을 배워서 우리 세계에 도입할 수 있다면, 우리 지구의 환경도 회복...은 둘째 문제고, 나는 굴지의 글로벌 곤충 목축 재벌이 된다. 배우고 싶다. 이 기술을.. 격하게 배우고 싶다.

"이 유전공학 기술 꼭 배우고 싶습니다만, 배울 수 있나요?"

영감님이 말씀하셨다.

"그러려면 여기서 따로 또 대학 입학해서 전공하고 몇년을 배워야 해. 물론 온라인 가상수업으로도 배울 수는 있는데, 자네 생업과 병행하려면 좀 힘들 수도 있을 거야. 그래도 배워보고 싶다면, 요원의 특별자격 입학도 가능은 하니까 내가 추천서 작성은 한번 해보지."

이거 웬 행운인가! 갑자기 없던 학구열이 마구 샘 솟는다.

"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고 바잔 영감님께 꾸벅 인사드렸다. 아까 속으로 바보라고 생각해서 미안해요. 영감님.

 

땡글이도 물었다.

"그럼 여기 이 행성이라고 해야하나? 또 다른 지구라고 해야하나? 여튼 여기도 저희 지구랑 크기나 기후 같은 게 거의 비슷한가요?"

묘제 누님이 대답하셨다.

"응~. 크기, 기후, 중력에다가 대기의 성분 구성과 비율 심지어 행성 내부 구조와 자기장 거기에 바다와 육지의 비율도 7:3으로 비슷하지. 이 정도면 쌍둥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 이 행성.. 아.. 우리는 이 행성을 '리쥬(Riziu)'라고 불러. 이 행성 지도 한번 보여줄까?"

묘제 누님이 핸드폰을 꺼내서 뭔가 화면을 터치하시더니 홀로그램처럼 지도가 하나 허공에 떴다. 광원은 어딘지도 모르겠다. 이 세계의 과학 기술은 확실히 우리 세계보다 진보하였다.

자세히 보니 우리 지구와 비슷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했다.

한반도, 일본열도, 중국대륙, 인도차이나반도, 지중해 이런 쪽은 뭔가가 비슷했다. 나머지는 안 비슷했지만..

 

"정말 비슷하네요. 아시아쪽은 진짜 많이 비슷해요."

민지도 나랑 거의 같은 생각을 했는지 저렇게 말했다.

이 세계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이 생겼다. 경제와 정치 시스템부터 시작해서 이 세계에도 전쟁은 있는가. 우주 여행은 가능한지. 여기 문화는 어떤지. 이 세계에도 스포츠라는 게 있는지. 인종 구성은 어떤지... 도대체 몸도 다시 젊은 몸으로 재생이 가능한 이 세계 과학기술 수준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너무 궁금했으나, 대답을 다 들으려면 한달도 부족할 것 같아서 일단 그런 생각만 했다.

 

어느덧 식사가 끝나고 아까 그 카트 로봇이 다시 와서 율무차와 밀크티 중간쯤 되는 맛의 음료를 가져왔다. 나는 그저 말 없이 마셨고, 민지는 묘제 누님과 수다 떨고 있었다.

묘제 누님은 민지한테 성형 잘 하는 병원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고, 민지가 여기 기술이 더 낫지 않냐.라고 답하자, 다시 묘제 누님이 기술 자체는 더 나을지 몰라도 여기 의사들 미적 감각이 자기랑 안맞다.

지구 의사들, 특히 K-닥터의 예술 센스가 훨씬 낫다나. 그래서 다른 우주의 여성 요원들도 휴가 때 일부러 21세기 한국으로 찾아가서 수술 받고 오는 건 비밀도 아닌 비밀이라나 뭐라나....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우주까지 한류열풍이 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바잔 할아버지는 혼자 앗싸 득템이라고 외치시며 폰으로 게임 하고 계셨다.

 

이렇게 휴식시간이 끝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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