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나는 누구인가?
영감님이 말씀을 꺼냈다.
"자네들도 세상에 있는 수많은 서적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이야기나 영상 자료들을 통해 지겹게 들었겠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나? "나는 누구이고, '나는 누구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나'는 또 누구인가? 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한 적이 있나?"
내가 말했다.
"네, 그런 의문은 누구나가 품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도 수많은 종교, 철학 관련 서적이나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봤어도, 속 시원한 해답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현생이 시급한지라 그런 답도 없는 의문에 골똘히 파묻혀 있을 여유도 없었고요."
할머니 여고딩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럴테지. 그건 정말 답을 얻기 어려운 문제이면서,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근본이지. 방금 현생이라는 말을 했는데 대체로 사람들은 밥벌이, 돈벌이를 의미하더군. 그런데 이 돈벌이와는 정말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이 의문의 해답이 몇 푼 돈벌이 따위를 휠씬 상회하는 엄청난 부를 안겨다 주는 열쇠이기도 하다라는 사실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
아니, 사실 세상 수많은 자기계발서에 나와있는 내용에 이런 비슷한 내용은 엄청나게 많이 담겨져 있지만, 귀 기울이려고, 잠자고 있어서 사실은 감고 있는 눈을 뜨려고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정말 드물지.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떠들어대도 누구도 용기있게 액션을 취하려는 사람은 잘 없지.
이건 마치 학교 선생님이
'자 이번 시험문제는 이거랑 이거, 저거, 요거 그리고 조거 나오니까 그것만 공부하면 백점이야.'라고 아예 대놓고 거의 답을 가르쳐줘도, 공부 죽어라 안하는 학생들과 같아. 밥을 차려주는 것 까지는 할 수 있어도 밥을 대신 먹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속이 꼬인 다수의 인간들은 모두가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자기들의 비법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을 '자기계발서 써서 부자가 된 사람은 작가 밖에 없다구.'라고 자기가 무슨 세상 작가들의 대단한 음모라도 아는 양 거들먹거리기나 하지. 그런 인간들은 싹수가 노래서, 그냥 다음 세상에 새 두뇌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고..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람은 언제는 변할 수 있는 존재인지라 그 가능성을 믿어보는 수 밖에... 그런 꼬인 인간들도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라는 가능성 말이야. 이 책을 쓴 인간.. 아.. 이러면 잘 모르겠군.. 어쨌든 어떤 책을 쓴 인간도 그런 부류 중 하나였거든.
그런데, 어느날 문득 자기의 과거를 곰곰히 생각해보았지. 고등학생 때 말이야. 그런데, 그 땐 자기계발서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던 시절이었는데, 자기가 엄청 성적이 올랐던 때를 생각해보니까 지금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내용들이랑 상당히 비슷한 것을 자기가 했었더라는 거야. 그 때 자기도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하늘의 도우심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는군. 그 때 자기는 무슨 마법의 주문 같은 걸 만들어서 틈만 나면 중얼 거렸다나 봐.
"나는 머리가 좋아서 남들과 똑같은 노력을 해도 남들이 1만큼의 성과를 거둘 때 나는 10만큼의 성과를 올린다."
라는 주문 말이야. 그리고 정말 떨어졌던 성적이 쑥쑥 올랐다더군. 아 물론 바로 오른 건 아니지만, 분명 실력은 쌓이는데 성적은 한동안 그대로였다더군. 그래도 포기를 안했대. 포기가 안되더래. 분명 실력이 쌓이는 게 느껴지니까 말이야. 느껴지는 게 아니라 확실하니까 포기라는 게 되지를 안더라는군.
그리고 어느 순간 성적이 마침 팝콘이 폭발하듯 상승했다더군. 그냥 공부해서 아는 것과 시험에서 성적 올라가는 건 조금 별개의 스킬이 필요한데 그걸 터득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었던 거지. 그래서 객관식 문제 풀다가도 둘 중 하나다 싶은 걸 찍어도 거의 맞추는 찍신의 경지에도 도달했다더군. 이건 운이 아니야. 정말 수많은 문제를 풀고 문제를 분석도 해보고, 자기가 직접 문제도 만들어 보면, 출제자의 의도라는 게 보이거든. 나중에는 자기가 직접 문제도 만들어보는 게 게임 같기도 하고 재미도 있더라는군.
아... 또 옆길에 너무 샜어.. 어쨌든 나는 누구인가로 다시 돌아와서 말이야.
나는 이라기 보다는 우리 각자는 누구인가라고 다시 물어보자고...
우리는 이 육신도 아니고,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각도 아니야.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하고 또한 생각하는 그 근본,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끝도 없는 그 근본.
바로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그 비물질 에너지이지."
영감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신다.
" 그래. 할망 말처럼 우리는 영혼이라네. 거대로봇 만화를 본 적이 있는가? 거기 보면 거대로봇 몸 안에 조종사가 타고 있고, 조종실에서 로봇을 조종하고 있지. 거대로봇의 조종실이 인간의 뇌라면 조종사는 바로 우리의 진실한 본질이고 본체인 영혼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면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서 왔는가? 하면 어디에서 온 적도 없다네. 끝도 없는 과거로부터 그저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 영혼은 죽는 존재도 아니라서 수많은 윤회를 통해 인간의 육신을 쓰고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생산해내고 또 배우고 익혀서 사회를 발전시키고 영혼 자신의 수준도 발전시켜왔지. 영혼이라는 비물질 에너지는 지식이라는 또 다른 비물질 에너지를 먹고서 성장하고 발전하지.
그렇다면 왜 윤회라는 것이 필요한가? 육신이 유지되려면 음식이 필요하듯, 영혼이 성장하고 진화하려면 지식이 필요하다네. 그런데 이 지식이라는 비물질 에너지는 '인간'만이 만들 수 있네. 영혼 자체로는 생산이 불가능한 비물질 에너지가 지식이라네. 무슨 말이냐 하면 영혼이 지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육신이 필요하다라는 말이지. 그리고 영혼과 육신이 결합된 하나의 완성체가 바로 인간이지. 육신을 가진 영혼 혹은 영혼이 깃든 육신만이 지식을 생산할 수 있지. 수많은 선대 인간들과 현대의 인간들이 생산해놓은 이 지식이라는 에너지로 자신은 지식을 흡수하고 계혹 영혼은 진화해야지. 그래서 우리는 늘 지식을 생산한 다른 이들에게 감사하는 생각을 품고 살아야한다네. 여기서 말하는 지식이란 책에 든 지식만 말하는 게 아니라네. 노점에서 맛있는 어묵 국물을 내는 방법을 생각해 낸 노점상 주인의 지식도 지식이라네. 우리는 이 모든 지식의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는 셈이지."
땡글이가 물었다.
"그러면 계속 윤회하고 지식을 익히고 영혼이 진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그게 그냥 끝인가요? 예를 들면 우리가 학교에서도 많은 지식을 배우잖아요. 그러면 우리 지적 수준은 계속 높아지는데, 학교 졸업하지도 않고 그냥 지식만 쌓는 건 의미가 없을 것 아니예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지식을 갖췄으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사회를 위한 일도 하고.. 뭐 그런 건 없냐는 거죠."
영감님이 계속 말씀하셨다.
"이 친구... 진짜 현명한 엄마가 될 것 같애... 허허허.. 그래. 바로 그거야. 우리 영혼이 계속 지식을 쌓으며 진화하는 이유는 사회를 위해서와 비슷하지. 타인을 위해서이고, 인류 전체를 위해서야.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게 만드는 그 길을 놓기 위해서라네. 자타일시성불도, 한명의 예외도 없는 모든 영혼들의 행복. 그 자체가 바로 궁극적인 목적이라네."
할머니 여고딩님이 영감님한테 한소리 하신다.
"아.. 이 영감, 아직 서른도 안된 애한테 엄마 엄마 그러지 말어. 듣기 거북해하겠다. 그치? 아가?"
땡글이가 말했다.
"아.. 하하.. 뭐... 괜찮아요... 헤헤.. 아!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목소리는 분명 젊은 목소린 아니신데, 외모는 나보다 더 어려보이거든요? 도대체 나이가...???"
할머니 여고딩님께서 막 웃으신다.
"푸풉.. 푸하하하하하.. 왜? 내가 너보다 더 어리면 말 놓게? 푸푸풉.. 애기야. 내 나이가 니 나이 곱하기 10한 것보다 더 많으니까 말 놓을까 말까 고민같은 거 안해도 돼.. 아이고~ 거 참 귀엽네.. 그리고 목소리가 이런 건 그냥 선천적인 것이고.."
나도, 땡글이도 놀라서 눈이 땡그레졌다.
땡글이가 말했다.
"네~! 그럼 이백..살도 훨씬 넘었어요? 말도 안돼.."
할머니 여고딩님이 씨익 웃으시면서 손가락 4개를 슬쩍 펴보이신다.
내가 말했다.
"헉! 4백살이 넘었...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젊으세요?"
영감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네들 세계에서 말하는 성형수술 비슷한 거지. 여 세계에서는 몸 전체의 세포를 젊게 만드는 기술이 있거든. 아! 여태 말을 안했는데, 난 저 할망과 부부라네. 나도 다음 주에 세포재생 예약이 잡혀있지. 이번에는 20대 중반 버전으로 해서 한 20년만 쓰고 다시 재생 받으려고 말이야. 그간 귀찮아서 50년쯤 그대로 썼는데, 늙으니 역시 좀 불편하긴 하군."
할머니 여고딩님께서 입을 삐죽거리며 말씀하신다.
"아! 저 영감!!! 같이 세포재생 받자고 같이 예약도 잡았는데 술 퍼먹고 기절해서 예약 펑크나 내고. 나혼자 재생 받아서 저 인간이랑 어디 나가면 쪽팔린다니까."
"아, 그러게 적당히 젊게 하지. 왜 10대 버전으로 했누!"
"와~ 저 영감 보소. 뇌가 늙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나? 어쩐지 그 때도 술 먹고 혀 꼬여서 이야기하더라.. 아니.. 전에 '너는 어린 버전 모습은 최고로 귀엽고 사랑스러워' 이랬잖아. 그래서 내 취향에도 안맞는 10대로 맞췄는데..."
"......."
영감님께서 그냥 다른데만 쳐다보신다. 그리고 다시 말씀하신다.
"자자.. 우리 애기들 교육해야지. 그 이야긴 나중에 하자구. 할망."
"아! 진짜 자꾸 할망할망 할래? 아까부터 계속 참고 들어줬더니 계속 할망이라네. 내 이름 까먹었냐?"
"알았어요. 우리 예쁜 묘제 공주니임~"
그러면서 영감님이 뿌잉뿌잉 애교 부리기는데, 솔직히 보기가... 많이 부담스럽다.
할머.. 아니 이제 이름을 알았으니, 묘제님이 테이블 엎으려는 제스쳐를 취하시다가 참으신다.
그리고 심호습 한번 하시고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눈썹이 한껏 놀라간 분노의 표정에서 갑자기 생긋 웃으시는 표정으로 변하셨다.
"이름도 말 안했지? 우리 니네들 이름 다 알고 있는데, 잘 생기고 가슴근육이 탄탄해 보이는 애기가 한서, 여기 눈이 땡그랗게 예쁜 애기가 민지.. 맞지? 나는 방금 들었겠지만 '묘제'야. 성은 '아쏠마쿠타람지'인데 알 필요는 없고 그냥 묘제라고 부르렴. 저 술돼지는 '바잔'이야. '바잔 숭리오리샤'."
그럼 계속 수업해볼까? 조금만 더 수업하고 식사도 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