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병마개를 따고 와인잔에 와인을 꼴꼴꼴 따라부은 다음 건배를 하고 와인을 한모금 했는데 땡글이는 캬~ 소릴 내며 잔을 싹 비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오빠! 첫 잔은 원샷. 몰라?"
"야. 그건 소주잖아."
"에이~ 소주나 와인이나 똑같은 술이지 뭐. 동무 혁명적으로 원샷하라우!"
--- 어휴~ 술도 약한 주제에 초장부터 달리는 걸 보니 또 먹다 지쳐 쓰러지겠네. 제발 내 방에서 오바이트만 하지마라..---
땡글이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원샷 했다.
"와~(Clap Clap) 이래야지~ ㅋ 자, 이제 잔이 비었으니 내 잔에 포도빛 낭만을 부으시오. ㅎㅎㅎ"
"그래... 먹다 죽지나 마라.."
티비에서 해주는 영화나 같이 보며 와인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영화도 끝나가고 와인도 거의 바닥이 났다. 맛있다고 혼자 홀짝거리더니 얘가 와인의 2/3는 마신 것 같다.
"땡글아, 영화 끝났어. 닌텐도나 할까?"
"아뉘~ 아깐 닌텐도 하..하려고 핸눈데, 이젠 기... 기찮아죠쏘~ 맥쥬 아직 있지? 촛불 같은 거 없어? 방 불은 끄고 촛불 켜놓고 우리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좀 잡아보자... 웅?"
또 눈빛 공격 시작이다. 나도 남자인지라 순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원래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오늘은 몇 배 더 땡글이가 예뻐보인다.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땡글이 얼굴쪽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걸 알아챈 순간 번뜩 정신이 들었다.
아... 참아야 하느니라..
컴퓨터를 켜고 분위기 있는 곡을 틀었다, 쓸데없이 사놓은 양초 두 개를 꺼냈다. 캔맥주를 꺼내고, 촛불에 불을 붙히고 형광등은 끄니 제법 그럴싸하게 분위기가 났다.
"오빠~ 여기~"
라며 땡글이가 방 벽에 등을 기댄 체 자기 옆 바닥을 손으로 탁탁 쳤다.
말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가 맥주 하나를 따더니 나에게 줬다. 캔맥주 하나를 더 따서 자기 손에 꼭 쥐고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땡글이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인지 살결에서 나는 향기인지 옷에서 나는 향기인지는 알 수 없으나 향긋한 기운이 내 코와 심장을 마구 자극한다. 정말 혼미해지는 듯 하다.
그리고 그녀는 꼴깍꼴깍 소리를 내며 맥주 한모금을 마신다.
"아~! 이제 진짜 크리스마스 같네."
라며 나에게 머릴 기댔다.
그녀, 땡글이의 머리칼이 내 코를 간지럽히는 듯 했고, 향기는 더욱 진하게 났다. 심장은 더욱 더 강도를 높여 뜀박질한다.
"오빠, 오빨 보면 초등학생 남자애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고 가방 속엔 여자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늘 준비돼 있는데 언제, 어떻게 줘야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순간 뭔가가 찌릿하고 뜨끔하다. 내가 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왜 못된 장난을 계획하다가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발가벗겨진듯한 느낌은 어디에서부터 올라오는 거지?
아니.. 그걸 떠나서 얘가 갑자기 이런 말을 왜 꺼내는 거지?
---왜 이상하게 분위기 잡는 거야.. 땡글아....
나 무서워.. 네 말이 무서운 게 아니라. 이러다가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서, 그게 무서워.---
나는 그냥 침묵만 지켰다. 내가 아주 조심히 입에 고인 침을 꼴깍 삼켰는데 그 소리가 왜 이리 크게 들리는 걸까?
그 때 땡글이가 다시 말을 꺼냈다.
"아.. 맞다! 준비한 선물 좀 보자!! 보자~ 보자~!"
라며 이유도 없이 내 어깨랑 등짝을 주먹으로 톡톡 때린다.
이런.. 자기 혼자 이상야릇한 분위기 다 잡더니 자기가 다 깨네.
"어.. 응 내 가방에..."
"빨리 불 켜봐. 선물 구경 좀 하게~"
불 끄랬다가 켜랬다가... ㅎㅎ
어쨌든 형광등을 켜고 선물을 꺼내 주었다.
"꺄~! 오빠 고마워! 아이크림 넌 이제부터 보물 1호다!"
라며 화장품에 뽀뽀를 하는 그녀.. 땡글이...
나도 내가 받을 선물이 궁금해지네.
"근데 베일에 쌓인 내 선물은?"
땡글이가 오늘따라 유독 블랙홀 마냥 엄청난 중력을 가진 두 눈을 깜빡이며 씨익 웃더니
"나도 준비했지이~." 라며 가방을 뒤적거린다.
근데 갑자기 땡글이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