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배 두 명 중 한 명이 차스카의 팔목을 잡았다.
"우리 심심해. 나랑 좀 놀자. 응?"
"이거 놔! 꺄악~!"
차스카가 소리 지르자 불량배가
"이거 좋게 대화로 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우리가 누군지 알..."
그 때 어떤 손이 불량배의 손목을 꽉 잡았다. 정확히는 손목의 혈을 꽉 눌렀다.
"아악! 누구야! 이거 못 놔?"
그 손의 주인은 중국 전통 복장을 한 동양인 남자였다.
"네 손부터 이 아가씨의 손목에서 떼는 게 순서일텐데?"
불량배는 일단 차스카의 손목을 풀었다. 그리고 그 동양인 남자도 불량배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아.. 손목 드럽게 아프네. 이상하게 생긴 옷 입고, 뭐 하는 놈이야? 너 어느 동네 사람이야? 나랑 우리 형이랑 누군지 알.."
[퍽!]
그 때 불량배의 턱에 쨉이 한 방 날아들었다.
"아까부터 자기가 누군지 되게 어필하네. 네가 누군지는 네 엄마 아빠한테 가서 물어보고, 난 그런 거 관심 없으니 썩 꺼져라."
"동생아. 안 되겠다. 치자."
"알았어. 형. 쥬거라!"
두 불량배는 동양인 남자에게 동시에 몽둥이로 공격해 들어오려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그 동양인도 권법 자세를 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두 불량배는 서로 눈빛으로 사인을 주고 받더니 동시에 그 남자를 공격해 들어왔다.
"야압!"
그 남자는 피하지도 않고 좀 더 자기 공격 범위 안에 둘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짧은 순간 팔꿈치 공격과 발차기를 동시에 불량배의 급소 정확한 곳에 꽂아 넣었다.
"천을권 오의 일석이조(天乙拳 奧義 一石二鳥)! 다른 말로 일타쌍피(一打雙皮)라고도 하지. 후훗~"
"콜록 콜록..."
두 불량배는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바닥에 엎으려서 기침만 했다.
"잠시 괴롭겠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부디 착하게 살거라.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한다면 그 땐 평생 불구의 몸으로 살게 해주겠다.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지옥문을 두드리게 해주겠다. 알겠느냐!"
그리고 그 남자는 차스카에게 다가가서 포권의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괜찮으시오? 나는 중국 산둥성 사람 린창웨이(林强伟)라고 하오. 그럼 이만 나는 바빠서..."
차스카가 창웨이를 불러세웠다.
"저기! 감사합니다. 저는 차스카라고 합니다. 린창웨이님도 하늘사람이신가요? 아까 흰 피부에 파란 눈, 노란 머리 분도 있다가 가셨..."
그 때 헐레벌떡 윌이 달려왔다.
"아! 저 분입니다."
"아이구~ 차스카.. 뭔 일이여? 가다가 비명 소리가 들려서 와 봤구만... (아직 쓰러져 있는 불량배를 보면서) 쟈들은 왜 저러고 있댜?"
"아! 중세 잉글랜드에서 왔다는 윌 스미스씨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중국 산둥성 사람 린창웨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그 열차인지 뭔지 승객분이신가 보네유. 반가워유. 근데 중국(China)이유? 이야~ 그 말로만 들어보던 차이나 사람 진짜 처음으로 뵙네유. 근데 린창웨이씨가 쟈들 박살낸거여유?"
"아하하.. 박살이랄 건 없고 그냥 가볍게 쓰다듬어 준 것 뿐입니다. 일천하지만 권법을 좀 익혔죠. 저는 여기서 좀 찾아볼게 있어서..."
다시 창웨이는 가려고 했으나 차스카가 다시 불렀다.
"두 분 모두께 감사드립니다. 하얀 하늘사람분이 저를 축복해주신 덕에 이 용감한 전사분이 저를 지켜주셨봐요. 감사의 뜻으로 저의 집에서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차스카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자 가난한 집에 별 건 없지만 그래도 자기들에게는 소중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아니오.. 저희는 괜찮..."
창웨이가 말하는 도중 윌이 끼어들었다.
"그래도 될까유? 아까 먹긴 했는디, 배가 또 고프네유.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도 하고, 또 성의를 무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쥬. 그렇쥬? 미스터 린창웨이?"
창웨이는 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헛기침을 했다. 보나마나 가난한 집 처녀 같은데 그런 집에서 얻어먹으려니 괜히 살림 축내는 것 같아서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윌의 성화에 못 이겨 입에 살짝만 대고 나오려고 했다. 창웨이도 이 곳 사람들에게 물어볼 것도 있기도 하였다.
차스카는 윌과 창웨이를 집 안으로 들였다.
"엄마! 나 왔어요. 귀한 손님들도 오셨어!"
"차스카 왔니? 근데 이 분들은 누구시니?"
차스카의 어머니는 경계심을 가진 눈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아! 흰 피부 보면 모르겠어요? 우리 잉카 전설에 나오는 하늘사람들이시잖아. 이 분들이 나한테 축복도 해주시고, 그 나쁜 사제놈 아들들한테서 나 구해주시기도 했어."
"아..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제 딸을 구해주셨군요. 저희 집이 가난해서 맛있는 건 없지만 옥수수 죽이라도 대접해드리겠습니다.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하늘사람님들.."
차스카 어머니는 옥수수 죽을 준비하러 주방에 들어갔다. 차스카는 천조각이 깔린 바닥에 이들을 잠시 앉아서 쉬라고 했다. 그러자 창웨이가 차스카에게 물었다.
"차스카 아가씨, 혹시 여기에 이렇게 생긴 식물이 있소?"
창웨이가 어떤 식물 사진을 한 장 차스카에게 보여주었다. 알로에랑 약간 닮기도 한 특이하게 생긴 빨간색 식물이었다. 차스카는 사진을 한참 보더니
"글쎄요.. 저는 이 동네에서 살면서 높은 산도 가보고 다른 동네도 가봤는데 이 근방에서는 본 적이 없는 식물이네요. 근데 그림 잘 그렸다. 진짜 같은데요~?"
사진이라는 게 뭔지 알 리 없는 차스카는 그저 매우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윌은 그 식물이 뭐냐고 물었고 창웨이가 대답했다.
"아.. 나는 권법 수련도 하지만 본업은 한의사요. 용의 불꽃이라는 희귀한 약재를 찾으려고 여행 중이라오. 혹시나 여기는 있을까 싶었는데, 좀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때마침 차스카의 어머니는 옥수수 죽을 준비하여 주셨고 윌은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웠다. 차스카의 어머니가 윌에게 한 그릇 더 드시겠냐고 하자 윌도 눈치는 있어서 배가 든든해졌다고 사양했다.
그런데 집 밖에서 아까 그 두 불량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집에 불 질러버리기 전에 다 나와!"
윌과 창웨이는 밖으로 나가보았고 차스카와 어머니도 같이 따라 나갔다. 사제의 아들들이라는 그 불량배들이 자기 부하 열 몇명 정도를 이끌고 온 것이었다.
"저 하얀 놈은 또 뭐야? 일행인가? 모르겠고, 그렇잖아도 며칠 뒤에 천제를 지내야 되어서 인신공양에 바칠 사람이 필요했는데 잘 됐다. 너희들을 인신공양에 바쳐야겠어. 너희가 안 가면 저 차스카 기집애를 끌고 가든가 해야지. 얘들아~ 뭐 하냐? 쳐라!"
윌과 창웨이는 인신공양이라는 말에 경악을 하면서 공격 자세를 잡았다. 창웨이는 이번엔 선제공격을 했다. 정확하게 혈과 급소를 가격하여 상대 패거리를 순식간에 제압했고 윌은 전쟁터에서 익힌 실전 경험으로 하나 하나 묵사발 내버렸다.
그 아들놈들은 겁에 질려서 인질로 삼으려고 차스카의 어머니를 붙잡아 예리한 돌칼을 차스카 어머니의 목에 겨누었다.
"야! 너희들 가만 안 있으면 이 늙은이는 죽는다!"
그러자 차스카의 어머니는 완강히 저항을 하면서 소리쳤다.
"이 나쁜 놈들아. 얼마 전에는 우리 얼마 있지도 않은 식량 빼앗아가고, 알파카도 두 마리 가져가고, 이제는 내 딸도 손 대려고 했다며? 천벌을 받을 놈들.. 너희들은 내가 죽일거다."
라고 말하며 붙잡힌 손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몸부림 치는 와중에 그만 돌칼이 차스카 어머니의 목의 동맥을 찔러버렸다.
"커헉~!"
끔찍하게도 차스카 어머니의 목에서는 피가 솟구쳤다. 그 불량배 놈들도 놀라서 칼을 땅바닥에 떨어트리고 뒷걸음질 쳤다. 정말 찌를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도망쳐. 차스카야.. 내 딸아.."
어머니는 차스카를 부르면서 쓰러지셨다. 차스카는 엄마에게도 가서 끌어안았다.
"어떡해.. 어떡해.. 엄마.. 엄마~ 도와주세요."
그 불량배놈들은 우선 도망가야되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창웨이는 서둘러 차스카의 엄마를 살펴보았으나 동맥을 너무 깊게 다쳐서 위급했다. 윌도 전쟁터에서 익혔던 응급처치법을 써보려고 했으나 상처가 너무 깊은데다가 급소 부분을 정확히 공격당해 솔직히 가망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차스카의 어머니가 창웨이와 윌의 손을 잡고 겨우 말을 했다.
"하늘.. 쿨럭.. 사람님.. 제 딸... 부탁해요. 저 놈들이 차스카 인신공양...쿨럭.. 안 돼요.. 부디.."
"엄마! 말 하지마.. 피 더 나오잖아. 엄마..."
그리고 차스카의 어머니는 곧 팔을 축 늘어트리셨다. 차스카는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윌과 창웨이는 차스카 어머니의 시신을 잘 수습하여 집 마당 한 켠에 묻어드렸다. 그런데 윌은 인신공양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여서 아직 울고 있는 차스카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인신공양이니 뭐니 그 소린 뭐여? 차스카양 어머니도 우리한테 인신공양 안된다고 부탁하셨는디.."
"흑흑.. 우리는 천제를 지낼 때 1년에 두 번 정도 인신공양을 해요. 하늘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거예요. 그런데 차라리 그냥 죽을래요. 엄마 따라 갈래.. 엉엉.."
---잉카에서도 아스텍이나 마야처럼 인신공양을 했으나 아스텍, 마야에 비하면 휠씬 덜 했다.---
창웨이가 나서서 말했다.
"그건 안 되요. 하늘에 계신 어머님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한 부탁을 어찌 저버릴 수 있겠소? 그리고 어머님이 하늘에서 차스카 아가씨가 빨리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어머님이 그런 걸 원한다고 생각하시오? 어머님은 차스카 아가씨가 오래 오래 살아서 행복하길 원할 것이오. 그러니 일단 살 궁리를 합시다."
"그려~ 차스카. 미스터 린창웨이의 말이 맞구먼. 그리고 그냥 인신공양에 바쳐지면 그 두 썩을 놈들만 승자가 되는 거 아녀? 그렇게는 안되지~ 아! 린창웨이씨, 나두 정말 우연히 열차에 얻어 탔는데, 이 처자도 그렇게 안될까유?"
"흠... 안 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승객들은 이 세계에 최대한 개입을 하면 안 될 의무가 있긴 하지만, 이건 사람 생명이 달린 긴급한 일이니, 이런 개입은 해도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사실 차스카 아가씨가 권력층도 아니니 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도 아닐 듯 싶네요. 일단 열차로 아가씨를 모셔서 캐서린과 쟝에게 말해봅시다. 여기를 여행 중인 다른 승객들도 그 썩을 두 놈 때문에 지금 위험해질지도 모르니, 이번 여기서의 여행은 서둘러 종료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서두르시죠."
"그려. 다른 승객들도 많지. 참.. 부르자나제씨도 무사해야할텐디... 일단 빨리 가봅시다. 차스카도 서둘러 가자구~ 오래 있으면 차스카도 우리들도 모두 위험혀."
윌과 창웨이는 안 가려는 차스카를 겨우 달래고 설득하여서 드림 트레인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자초지정을 캐서린과 쟝에게 말했고, 캐서린은 우선 승객 대피가 중요하다면서 나노로봇을 스피커 삼아서 전 승객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승객 여러분, 긴급 상황입니다. 빨리 열차로 귀환해주십시오. 실제 상황입니다. 서둘러서 이번 여행은 종료하겠습니다. 빨리 열차로 귀환해주십시오."
다른 승객들도 일단 무사히 전원 귀환하였다. 아직은 그 나쁜 사제 아들놈들이 본격적으로 행패를 부리고 다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캐서린과 쟝, 아킬레우스와 사르나이는 모여서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이 열차가 있는 기차역은 외부 차원과 분리되어 있어서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인지되지 않는다.)
회의결과 우선 차스카의 생명이 달린 일이으로 윌처럼 임시승객으로 인정해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캐서린은 상부에 보고하였다. 상부에서는 받아주긴 하겠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임시승객이 늘어나면 곤란한다고, 일을 어떻게 처리하냐고 캐서린에게 한소리 했다. 캐서린은 '죄송합니다'를 입으로 연발하면서 마음속으로는 '하나도 안 죄송하다. 네가 현장에 와서 직접 해봐라.'라고 말했다. 어쨌든 귀 따가운 시간은 끝나고 캐서린과 직원들은 차스카에게 환영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윌이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아니.. 난 환영인사 같은 거 안했잖어. 난 이상한 빛으로 기절시켜놓고, 수갑까지 채우고.. 와~ 완전 사람 차별하능겨?"
캐서린이 한숨 쉬면서 말했다.
"그 땐 윌이 칼을 휘둘러서 그런 거잖아요. 어휴~"
"아~ 맞다. 참 그렇구먼.. 깜빡혔어. 그냥 넘어가자구~"
드림 트레인의 승객들에게는 다들 여행의 목적이 최소 한 가지씩은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르겠지만, 캐서린과 쟝의 목적도 있다. 즉 Dream Dimension Company 라는 이 회사의 목적도 따로 있는 것이었다. 내일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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