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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중인 글/드림 트레인 (Dream Train)

드림 트레인(Dream Train)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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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오늘 아침부터 2박3일간 역에 정차합니다. 이번에 정차하실 역은 1341년 4월,잉카 쿠스코, 쿠스코 역입니다. 사정에 따라 머무는 시간은 조정될 수 있사오니 알아두세요. 한 두번이 아니라서 다 아시죠? 나가실 때 우리 직원들한테 나노로봇 등록받는 거 잊지 마시구요. 60분 후에 정차할테니 준비들 해주세요."

 

이른 아침부터 전 객실 스피커로 또랑또랑한 캐서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윌은 어제 아킬레우스에게 배정받은 룸에서 푹 잤다. 푹신한 침대에서 몽실몽실한 이불을 덮고 쾌적한 온도와 습도에 적들의 기습도 신경쓰지 않고 편안하게 자보는게 얼마만인지 몰라서 꿈도 꾸지 않고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윌은 캐서린의 소리에 잠이 깨어서 일어났다.

 

"이건 또 어디서 나는 소리여? 그리고 정차는 또 뭐고 잉카 쿠스코는 또 뭐여?"

윌은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갔다. 다른 사람들도 몇명은 복도 밖으로 나와서 서성이고 있었다. 사르나이와 아킬레우스도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문을 두드리고 사람들을 깨웠다. 

 

"일어나세요. 1시간 뒤에 도착합니다."

"저기, 아킬레우스. 우리 어디에 도착하능가?"

"아! 윌 아저씨. 잘 주무셨어요? 네 우리는 1341년 잉카라는 나라에 2박3일간 머무를 예정입니다. 거기에서 우리 본사 임무로 할 게 있고, 승객들도 다들 목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여행 겸 탐사를 이 열차는 하는 거예요. 아저씨도 이 나라 둘어보세요. 꽤 마음에 드실 거예요. 건축술 하나만큼은 발달한 나라거든요. 아. 그리고 좀 있다가 아저씨께 나노로봇 등록해드릴게요. 씻고 기다리세요."

"나노로봇? 그건 또 뭐여?"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에 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아주 작은 기계 같은 건데요. 수천 마리의 나노로봇들이 생체등록된 사람 몸 주위를 오오라처럼 감싸면서 여러 역할을 해요. 통역기능도 하고요. 승객들이 혹시 길을 잃으면 저희 직원들이 찾아모실 수 있게 위치추적기능도 하고 그래요. 여기서는 그래서 나노로봇을 수호령이라고도 부르죠. 하하"

"그게 나를 천사처럼 지켜주고 그런거여? 난 그런 거 필요 없는디... 천사 같은 거 없어도 나 혼자서 여태 잘만 살아남았는디.."

"그래도 의무 사항이라 나노로봇 등록은 하셔야 되요. 아저씨 잉카 말 모르시잖아요.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도 꼭 하셔야 됩니다."

 

그랬다. 이 나노로봇들은 사람 몸 주위를 오오라처럼 감싸면서 등록된 사람들과 늘 같이 다닌다. 일종의 보호막처럼 말이다.

전투능력은 없는 나노로봇이지만, 약간의 충격완화 기능과 세계의 현존하거나 사라진 고대의 수많은 언어를 이 보호막 같은 나노로봇이 등록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여 들려준다.

그 반대로 등록자가 한 음성언어는 이 나노로봇들이 음파를 거른 다음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여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윌이 보기에는 상대방이 분명 영어로 말하고 있는데, 입모양은 영어로 이야기 안하는 것처럼 보이고, 상대방 역시 자기들 말로 윌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입모양은 발음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더빙한 외국 영화 보는 느낌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위치추적과 산소발생기능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승객이 실종이나 위급상황에 처했을 때 구조의 역할도 겸할 수 있다.

윌은 그렇게 우선 자기 룸에 있는 샤워 부스에서 몸을 씻었다. 한두번 해보니까 샤워와 수세식 화장실에도 이미 적응이 되었다. 각 룸으로 자동으로 제공되는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한 뒤 아킬레우스가 다시 윌을 찾아왔다. 아킬레우스의 한 손에는 박스, 다른 손에는 마트 계산대의 바코드 스캐너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아저씨, 제가 나노로봇 등록 지금 해드릴게요." 

아킬레우스는 바코드 스캐너 같은 것으로 윌의 몸을 스캔하였다. 그러더니 "삐빅" 소리가 났고 그 박스가 자동으로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끝났어요. 아저씨. 이제 좀 있다가 나가시면 됩니다."

"벌써 끝난겨? 아까 저 박스가 열렸다가 닫힌 게 다 인디?"

"네, 아까 박스가 열렸을 때 저 안에 있던 나노로봇들이 나와서 아저씨 몸을 감쌌어요. 아저씨 눈에는 그 로봇들이 너무 작아서 안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떠날 때 나노로봇 수거할게요. 충전도 해야되고, 이상은 없는지 계속 정비도 해야 되거든요."

"그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드디어 바깥구경하는 거 맞지?"

"네. 그리고 이것도 드릴게요. 딱 맞으실 겁니다."

 

아킬레우스는 윌에게 귀여운 사자가 그려진 긴 팔 티셔츠와 청바지를 건네 주었다.

"자네 세계 옷이여? 오오~ 재질이 보들보들한 것이 실크같구먼. 색깔도 맘에 들구. 이 사자 그림도 맘에 드는구먼. 용맹한 기사가 입음직한 옷이여. 고마우이. 아킬레우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좀 있다가 나오세요."

윌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을 보았다. 까끌한 재질의 옷만 입다가 부드러운 재질의 옷을 입으니 피부가 호강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거울 속 자신을 살펴보다가 드디어 다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또 캐서린입니다. 하하 이제 30초 후에 도착합니다. 준비해주세요."

 

윌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리는 열차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리고 들판의 풍경이 스르르 다른 풍경과 겹쳐지더니 들판 풍경은 사라지고 길을 잃었을 때 보았던 그 수도원 비슷하게 생긴 건물 내부가 나타났다. 차원여행용 열차역이었다.

어쨌든 윌은 다른 승객들 틈에 끼어서 내렸다. 뭐가 뭔지 아직은 잘 모르는 윌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우선은 따라했다. 그렇게 윌은 드림 트레인에서 내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역 밖으로 나갔다. 바깥 날씨는 쌀쌀한 맑은 날이었다. 하지만 태양빛은 매우 강렬했다. 그리고 주변 풍경은 조금 황량한 듯 하였다. 그다지 풍요로운 땅은 아닌듯하였다. 그런데 숨은 좀 쉬기 어려웠다. 그건 쿠스코가 33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윌은 사람들 틈에서 좀 벗어나서 혼자서 길을 걷기로 하였다. 성벽같은 것도 보였는데 전에 아킬레우스가 했던 말대로 정말 튼튼하게 만든 돌성벽이었다. 작은 칼날 하나 들어갈 틈도 안보이는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이 돌벽에 윌은 감탄했다.

"이야~ 이 정도 성벽이면 적들이 절대 못 부수겠네."

 

그 때 이곳 원주민으로 보이는 처녀가 이상하게 생긴 동물을 끌고 지나갔다. 생긴 건 마치 사르나이처럼 동양인 같이 생기긴 했는데, 피부색은 까무잡잡한 편이었다. 캐서린만큼 까만색은 아니었는데, 갈색빛 정도 되었다. 윌은 그 동물이 신기하여 쭉 쳐다보았다. 마치 낙타 같은데 낙타는 아니고, 양이나 염소 비슷하기도 한데 그것도 아닌 희한한 동물이었다. 그러다가 그 처녀와 눈이 마주쳤다. 처녀는 놀라서 도망치려다가 멈추더니 말했다.

윌, 차스카 그리고 알파카

"저기... 혹시 하늘에서 오셨나요? 흰 피부에 파란 눈, 노란 머리카락... 전설에 나오는 하늘 사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처녀가 물었는데, 분명 윌의 귀에는 처녀의 말이 영어로 들렸다. 그런데 처녀의 입모양은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 이게 아까 아킬레우스가 말한 나노로봇인가 뭔가 하는 거구먼.. 신기하네.' 라고 윌을 생각하면서 말을 하였다.

"나는 잉글랜드라는 나라에서 왔구먼. 근디 그 짝 짐승은 이름이 뭐시여? 디게 신기하게 생겼네유."

그 처녀도 놀랐다. 흰 피부의 사람이 자기들 잉카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얘요? 얘는 알파카라고 하는 동물입니다. 하늘에 잉글랜드라고 하는 나라가 있나보네요. 하늘 사람이시여. 환영합니다."

그 처녀는 나름 예의를 갖추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윌에게 인사하였다.

 

"아.. 거.... 참.. 조금 민망하구먼. 여튼 나는 윌 스미스라고 하는 사람입니다만, 나도 반가웠소. 그럼 볼 일 잘 보시구려."

"네?! 벌써 가시려고요? 저희 집에 들려서 저희 가족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세요. 하늘 사람 윌 스미스님. 저는 '차스카'(아침별, 새벽의 여신이라는 뜻.)라고 합니다."

"(나는 축복같은 거 내릴 줄 모르는디... 어쩐담.. 아!) 그럼 차스카 처자, 내가 그 짝 집까지 가긴 그렇고, 여기서 축복내려줄테니 눈 좀 감으쇼."

"네." 

차스카는 눈을 감았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아버지...(아따, 까먹었네.) 아버지... 아멘~"

그리고 윌은 차스카의 이마에 손을 살짝 대고 십자모양을 그었다.

"차스카 처자, 이제 끝났소. 축복 많이 받을 거니까 살펴 가셔유."

윌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상한 교주 흉내 내려니까 손발이 오글거려서 더 있을 수가 없었다.

 

차스카는 눈을 조심스레 떴다. 그런데 윌이 벌써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차스카는 이것을 하늘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아.. 역시 하늘사람이셨군요.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셨어. (하늘을 올려보며) 축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스카는 기분 좋게 알파카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두 명의 건장한 잉카 남자가 몽둥이를 들고 차스카의 앞을 가로 막았다. 딱 봐도 다음 편을 위해 준비된 엑스트라처럼 생겼다.

"어이~ 거기 이쁘게 생긴 아가야~ 알파카는 놓고 갈래?"

"안돼요. 얘는 우리 집 재산이란 말이예요. 당신들 얼마 전에도 우리 집에서 세금이라면서 걷어 갔잖아요. 절대 안 돼!"

"어허~ 역시 우리는 말보다 몽둥이로 하는 대화가 적성에 맞나봐. 낄낄"

"알파카도 알파카지만, 가만보니 쟤 예쁜데? 으흐흣"

그 불량배스러운 두 사람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차스카에게로 다가왔다.

"꺄악! 살려주세요!"

차스카가 있는 힘껏 소리질렀다. 그 때...는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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