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은 열차에서 사람들이 신기한 것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았다. 철판 같기도 돌판 같기도 한 것인데 그걸로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도 하고, 공중에 사람을 띄워서(홀로그램) 서로 이야기도 나누는 것이었다. 처음에 윌은 그것이 강령술 같은 것인 줄 알고 기겁을 했다. 무슨 마녀, 마법사 소굴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먼 미래에는 사람의 모습을 이렇게 모습만 불러오는 것이 가능하단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승객들이 권하여 한번 해봤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쟝에게 졸랐다.
"이 봐~ 쟝. 아니 차석기관사님. 나도 사람들이 갖고 노는 거 주면 안될까?"
"왜 갑자기 아양을 떠쉥?"
"아니~ 저거 있잖아. 아.. 저기 사람들 들고 다니는 거 있네. 철판떼기 같은 거.. 저거.. 재밌던디.."
"아. 태블릿PC~ 저건 다 개인 구매라 우리도 남는 게 없수와."
"쳇. 그려? 갑자기 윌무룩해지네."
"윌무...그런 말은 도대체 어디서 벌써 배웠어영? 아! 우리 승객 중에 후지와라 쿄스케라는 분이 있수와. 그 사람이 컴퓨터랑 게임 광이라.. 전문용어로 오타쿠라고 하는데, 여튼 그 승객한테 한번 말해보쇼앙. 여분 많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용."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며) 그려? 그 사람이 어딨는디?"
그 때 누가 윌의 어깨에 부딪혔다. 어떤 동양인 여자였는데 엄청 날씬한 것이 요정 같았다.
"아얏! 아.. 죄송합니다. 아! 윌 스미스씨 맞죠? 벌써 이 열차에서 유명인이 되셨어요. 사람들이 스미스씨를 다 알아요. 후훗. 레나랑 아킬레우스가 워낙 큰 소리로 말해서 나이까지 다 알아버렸네요. 하핫. 저는 한국인 류지민(柳智旻)이라고 합니다. 우리 한국에선 여자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는데,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 오빠라고 부를게요. 윌오빠."
"아.. 아이구. 반갑소. 근디 류지민씨는 나이가..."
"오빠보단 적어요. 비밀. 크큿. 어! 저기 쿄스케 오빠 있다. 쿄스케 오빠! 나 태블릿 고장 났어. 좀 고쳐주면 안될까?"
그 때 쟝이 윌에게 말했다.
"저 사람이 아까 내가 말한 그 쿄스케라는 사람입니두와. 제가 부탁 한번 해볼게요."
쿄스케라는 사람이 지민에게 아는 척을 했다.
"왜 고장났어? 얼마 전에도 변기에 빠트려서 고쳐줬잖아."
"이번엔 게임하다가 열 받아서 벽에 던졌어. 하핫"
"...너는 명상이 주특기라면서 왜 그렇게 성질을 잘 내니? 줘 봐. 상태 좀 보자."
"분노 명상이라고 있어. 내가 만든 명상 기법이야."
"넌 개그우먼 지망생이었다면서 개그 실력도 처참하네. 어휴~ 세상에 그게 무슨 명상이냐? 그냥 분노조절장애지."
"어허. 분노조절장애라니... 그리고 내가 지금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렇지, 개그 삘 꽂히면 여기 승객들 다 웃겨 죽는다고."
그 때 쟝이 끼어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쿄스케씨. 다른 게 아니라... (자초지정 자초지정) 이렇게 되어서 혹시 여분 태블릿이 있으면 윌 스미스씨께 좀 빌려주실 수 있나영?"
"네. 남는 건 아직 많아요. 저는 괜찮습니다만, (윌을 쳐다보며) 하나 드릴까요? 그냥 가지세요. 어차피 너무 많아서 좀 곤란했거든요."
"오오~ 감사합니다. 키오스케? 큐스케? 여튼 ..씨.."
"하핫, 저는 일본에서 왔고 이름은 후지와라 쿄스케(藤原恭介)라고 합니다. 듣자하니 나이는 저랑 동갑이시던데, 우리 친구로 지낼까요? 21세기부터 시작한 한류열풍 때문에 한국문화가 워낙 전세계에 파고 들어서 '동갑은 친구다.'가 세계 문화가 되어버렸어요. 하핫."
"아.. 친구... 좋지 뭐.. 헤헷. 나두 여기서 친구가 다 생겼네. 쿄스케라고 부르면 되겠는감?"
"그래. 윌~ 오늘부터 우리 1일이다. 크큭"
"1일? 그건 뭔 소리여?"
옆에서 지민이 깔깔 웃었다.
"아이고~ 쿄스케 오빠, 짖궂기는... 윌 오빠, 제 이름은 기억하세요?"
"으음.. 류지... 까먹었다. 미안혀. 헤헤"
"그럴 줄 알았어. 류지민이예요. 그냥 지민이라고 부르세요. 아셨죠?"
"으응~ 알았어. 지민."
"아. 지민이 너는 나한테 일단 태블릿 맡기고 볼 일 보고 있어. 다 되면 부를게. 그리고 윌은 나 좀 따라와 봐. 프로그램도 새로 깔고, 좋아할만한 앱도 새로 깔아야 되서..."
"난 게임인지 뭔지 그것만 있으면 되는디..."
"앱이라는 것이 그 게임이야. 여튼 따라와 봐."
윌은 그렇게 쿄스케를 따라가서 여러가지를 설치하고 윌이 재밌어했다던 게임도 깔았다.
"오~ 쿄스케 고마워~ 그럼 수고햐~ 아멜리아씨처럼 너도 위험에 처하면 기사의 명예를 걸고 지켜줄 거구먼."
"아이고~ 아리가토입니다요. 됐고, 여튼 재밌게 게임해. 그럼 수고~ 나도 지민이 꺼 얼른 고쳐주고 내 할 일 좀 해야겠다."
윌은 게임을 하던 도중 3판째에서 드럽게 안 깨지는 것이었다. 윌은 몰랐지만 난이도 조정을 할 수 있는데 최고난이도로 설정을 해놓고 하는 바람에 겨우 3판째에서 못 넘기고 있는 것이었다. 윌은 아까 지민이 했던 말 '게임하다가 열 받아서 벽에 던졌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이건 분노유발 게임이구먼. 나도 진짜 집어 던지고 싶어지네. 쿄스케한티 가서 한번 물어봐야 쓰겄구먼."
윌은 사람들에게 물어서 쿄스케가 있는 룸으로 갔다.
"쿄스케! 나 윌이여. 들어가도 되겄는가?"
문 안에서 쿄스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들어와도 돼! 내가 지금 열어줄게. 들어와."
그러자 문이 취익~ 소리를 내면서 열렸고 안에는 쿄스케가 테이블에 앉아서 뭔가를 조물락 거리고 있었고 지민이 그 옆에 있었다.
"고마워~ 쿄스케 오빠. 또 고장나면 또 올게. 바이바이~"
"또 고장내면 안 고쳐줄 건데.. 고장 좀 내지 마!"
"... 봐서.. 캬캬캬. 윌 오빠도 왔네. 하이! 왠 일이야?"
"아.. 그것이 말여. 나도 게임하다가 열 받아서 왔구먼. 쿄스케, 이 판은 도대체 어떻게 깨는겨?"
쿄스케가 윌이 하던 게임 화면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거, 최고 난이도로 했구만. 이 난이도는 게임 좀 한다는 나도 끝판까지 못 가. 이거 난이도 조절할 수 있거든. 여기 보면 easy, medium, hard, very hard, super hard, crazy mode 라고 쓰여진 거 보이지? 크레이지 모드가 제일 어려운 거야. 처음에는 easy로 하면서 적응해 봐. 왕초보가 최고 난이도로 했으니 당연히 못 깨지."
"아... 이게 그런 뜻이었어? 난 easy라길래 내가 쉬운 남자인 줄 묻는 건 줄 알고 안했지. 하핫. 글구 내가 전투에선 완전히 crazy mode라서 그거 선택한 건디.. 그런 거 묻는 게 아니었구먼. 알았어. 고마워. 쿄스케. 그럼 수고햐~"
윌과 지민은 같이 쿄스케의 방에서 나갔다. 윌이 지민에게 물었다.
"근디 아까 듣자허니, 명상이 특기라던디... 여기 명상 좋아하는 여자분들이 많은가벼? 아멜리아씨도 명상을 하시던디.. 풍경명상이라고 했던 것 같은디 말여."
"아멜리아 언니도 저희 명상 멤버 중 한명이예요. 이 열차에 명상 좋아하는 여자들이 세 명 있거든요. 그 중 한 명이 아멜리아 언니고, 또 한명이 저예요. 또 한명이 더 있어요. 그 언니는 진짜 명상 고수예요. 아슈카 언니라고 인도 언니인데, 정말 마스터급 정도 되요. 나중에 그 언니도 만나실 일이 있을 거예요. 우리 셋이 자주 모이는 편이라서요. 그럼 윌 오빠. 나도 게임하러 가야 되서 이만.. 또 봐요~ (혼잣말로) 게임 명상도 한 번 만들어볼까?"
"어~ 잘 가~ 나두 게임이나 하고 놀아야겄다."
........................
다른 객실에서 차스카는 사르나이에게 예쁜 옷이랑 예쁜 머리를 부탁하고 있었다. 여기 열차 사람들은 다 예뻐 보이는 옷에, 예쁜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자기만 초라해 보인다고... 다재다능한 사르나이는
"승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해드리죠."
라면서 흔쾌히 응했다.
그 사이 차스카는 아멜리아라는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언어 공부를 해서 그런지 이제는 통역 나노로봇이 없이도 상당수준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
레나는 아킬레우스와 '인간의 존엄과 양자 물리학과의 관계'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래서 레나가 말하길
"나랑 대화가 통하는 사람은 아킬 아저씨 뿐이야."
라고 했던 것이다.
......................
캐서린과 쟝은 다음 목적지인 괴베클리 테페와 그 다음 목적지 당나라 장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들 회사인 Dream Dimension Company로부터 맡겨진 핵심 임무에 대해서도 깊은 회의를 나누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엇일까?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축복과 행복이 깃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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