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들/촉촉한 아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촉촉한 아이 003 학교 끝나고 나는 괜히 그 애와 같이 나가고 싶어서 그 애가 짐싸는 속도에 맞춰 내 짐도 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문제는 그 변수라는 게 꼭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생긴다는 것이다. 그애에게 다른 여자애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야, 김소현! 같이 나가자. 요 앞에 만두 맛집 생겼어~ 까약♥" 그 애가 원래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목소릴 높였다. "오! 레알?! 오케이 콜! 빨리 가즈아!" 그리고 나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당연히도 눈이 마주쳤다. "야! 달수초! 볼 때마다 너, 나랑 눈 마주치네? 풉~ 우리 초딩 이야기는 내일 하자. 초딩 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어... 아... 어 그래. 내일 보자." 대사는 버벅거렸지만, 잘 가라는 손짓만은 쿨하게 .. 더보기 촉촉한 아이 002 그나마 재미 있었던 중학교를 졸업하고 재미 없기로 글로벌하게 소문난 대한민국의 고딩 생활을 한 지도 어언 1년이 지났다. 이제 나도 1년 뒤면 고삼차처럼 쓰디쓴 고3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남은 1년 시원하게 놀까?라고 잠시 생각도 했지만 나에겐 그 정도 배짱은 없다. 그랬다가 1년 재수할 바엔 차라리 지금 열공하는 게 백배 더 현명한 행동일 것이다. 이제 3월이 된 지도 며칠이 지났다. 반 애들 얼굴은 대충 다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공부 유튜브 같은 데서도 자주 나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중 실제로는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주 많다는 사실 말이다. 그 차이를 판별하는 법은 간단하다. 어떤 개념이나 지식을 누군가가 자신에게 물었을 .. 더보기 촉촉한 아이 001 늘 똑같은 하루, 오늘도 지친 몸을 전철에 싣고 퇴근을 한다. 한강 대교를 전철이 건너고 있고 빌딩과 아파트의 불빛과 까만 강물만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무 생각도 없다. 삭막한 생각조차도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유도 없이 그때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그 아이... 촉촉하게 목을 축일 만한 무언가를 무의식적으로 갈망해서였을까? 봄의 단비처럼 기분좋게 촉촉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기분좋게 촉촉했던 추억이지. 그 당시에는 아렸을 뿐이었지만... 그 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치 영화 CG처럼 한 사람만 또렷하게 보이고 그 사람을 둘러싼 배경은 하얗게 처리되는 경험을 처음 해보았다. 그 이후 세월이 지나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해보았지만 ..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