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저곳 어딘가에 003 "아빠! 일어나~! 언능~!" "으..응? 어이구~ 우리 딸 일어났어요?" 어제 가볍게 혼술을 하고 단잠을 자고 있던 현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효미가 어깨를 흔들며 깨우자 부스스 눈을 뜨며 일어났다. "오늘 놀러가기로 했잖아. 언능~" '아 맞다. 오늘이구나.' 현식은 효미와의 약속이 이제야 기억났다. '어제 저녁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언제부터 까먹고 있었지?' 라고 현식은 생각했다. 어쨌든 아침 일찍 일어난 효미가 일어나지 않는 아빠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다 지쳐서 아빠를 마구 보챘다. 오늘은 '푸닭curry'가 여름휴가에 들어간 날이다. 휴가 때 아빠 현식과 캠핑 가기로 한 효미는 며칠 전부터 들떠서 캠핑 캠핑 노래를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돌 노래에 맞춰서 "캠핑 쉐이킨~♬" 이라며 아주.. 더보기 저곳 어딘가에 002 ---2년 전 어느 날, 서울 중랑구 어딘가...--- [辛닭curry] 辛: 매울 신 현식이 운영하는 치킨집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매콤한 카레를 곁들인 치킨을 주메뉴로 삼아서 가게를 꾸리고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는 나름 맛집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원래는 '신닭커리'라고 읽어야 하나, 사람들은 자꾸 '푸닭커리'라고 발음했다. 현식이 가만 생각해보니 발음이 재밌는 것 같아서 간판의 辛자 밑에 한글로 "푸"라고 아예 글자를 추가해놨다. 3년 전 와이프였던 은희가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후 현식은 혼자서 늦게 얻은 귀중한 어린 딸 효미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이제 마음도 다 추스렸고 효미와 함께 평범하게 살고 있던 현식과 효미 가족에게 몇 달 전에 알바생으로 들어온 한나리라는 아이는 활력을 불어넣어줬.. 더보기 저곳 어딘가에 001 여기는 경북의 한 시골 마을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날의 오후였다. 어린 딸 효미(9세)를 둔 중년(46세)의 홀아비 김현식에게 얼마 전 시집 온 젊은 새댁 한나리(27), 그녀가 연못 근처 정자에서 수다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에게 완전히 미쳐버린 듯한 표정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불문명한 발음의 소리를 질렀다. 분명 한국어 같긴 한데 마을 사람들은 나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소리를 질러대며 허공을 보았다가 저수지를 보았다가 먼산을 보면서 여기저기 서성이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이웃 주민 중 한명인 판옥 아줌마를 매섭게 쏘아보더니 "니 남편 저기 있네!" 라고 이번엔 또박또박하게 발음하며 큰 소리로 말하더니 연못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때의 표정은 뭐랄까.. 정말 귀신이.. 더보기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