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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끝나고 나는 괜히 그 애와 같이 나가고 싶어서 그 애가 짐싸는 속도에 맞춰 내 짐도 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문제는 그 변수라는 게 꼭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생긴다는 것이다.
그애에게 다른 여자애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야, 김소현! 같이 나가자. 요 앞에 만두 맛집 생겼어~ 까약♥"
그 애가 원래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목소릴 높였다.
"오! 레알?! 오케이 콜! 빨리 가즈아!"
그리고 나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당연히도 눈이 마주쳤다.
"야! 달수초! 볼 때마다 너, 나랑 눈 마주치네? 풉~ 우리 초딩 이야기는 내일 하자. 초딩 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어... 아... 어 그래. 내일 보자."
대사는 버벅거렸지만, 잘 가라는 손짓만은 쿨하게 흔들려고 노오력 했다.
어쨌든 그 애 지금 나랑 이야기하고 싶다고 먼저 말한 것 맞지? 그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는 것 맞지?
행복회로 잠시 끄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분명 맞지? 뭐 맞을 거야.
왠지 가슴이 콩닥거린다. 왜 이래?
내 머릿속이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 그 애는 다른 친구들과 이미 나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애는 만두 킬러, 만두 마니아였다. 그리고 조금 미래의 일이지만 그 덕에 나도 만두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또 하나 소득이 있긴 했는데 애자애들이 그 애를 김소현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이름을 알게 되었다.
얼른 집에 가서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뒤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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