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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중인 글/드림 트레인 (Dream Train)

드림 트레인(Dream Train) 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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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이 전부 대강당에 모였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윌도 차스카도 손을 들지는 않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상상은 하고 있었기에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그 와중에도 차스카는 게임하고 있었다는 건 안 비밀)

 

수석 기관사 캐서린이 한마디 했다.

"네, 여러분 결과는 돌아가자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돌아가갔습니다만, 여러분의 생명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건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어제랑은 또 다른 동영상이 도착했습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 런던, 파리, 베를린, 모스크바, 상하이, 베이징, 부산, 방콕, 하노이, 울란바토르, 아테네, 로마, 양곤, 싱가포르, 마드리드, 리스본, 바르샤바, 시드니, 리우, 상파울로, 케이프타운, 카이로, 텔아비브, 예루살렘, 테헤란, 뉴델리, 뭄바이 등등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거의 대부분의 대도시는 이미 거의 완전 파괴상태입니다. 그나마 아직 유지되고 있는 도시는 코리아의 서울이라고 합니다. 우선 거기로 여러분들을 모실 예정입니다. 정말 너무 처참해서 여러분께 이 상황을 설명해드리는 저도 너무 비참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고향인 휴스턴도 지금 2/3정도는 박살나서 그 좀비군들한테 점령당하기 일보직전이라는데, 미칠 것 같습니다. 우리 아빠, 엄마, 오빠, 남동생, 여동생, 언니, 삼촌 외삼촌에 이모에 고모에 사촌들도 있는데... 어쨌든 생각하니... 하아~ 정말 미치겠습니다. 제가 형제들이 좀 많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엄마 아빠가 좀 심하게 금슬이 좋으셔서요. 아하하.. (웃으면서도 울고 있는 캐서린) 어쨌든 그럼 바로 우리 고향 23세기, 정차역은 코리아 서울로 가겠습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가셔서 기다려주십시... 십시.. 오...(끝내 울음을 못참는 캐서린)"

 

현재 코리아는 통일된 상태이다. 2025년도에 통일은 했는데 그 때는 절반의 통일이랄까? 남한측으로 치면 연합제 통일이고 북한식으로 치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었는데, 그것도 30~40년 정도 지나서 완전한 통일로 바뀌었다.

 

그 때 한반도에서는 한류열풍 중 최고의 한류열풍을 일으켰다. 도저히 하나가 될 것 같지 않았던 두 체제가 하나가 되어서 순조롭게 하나로 굴러갈 때의 모습은 전세계에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지금 지민의 고향도 평양에서 살짝 벗어난 남포 근처에 있는 동네였다.

 

이들 현재 한국인들에게는 200년은 지난 통일 이전 세상에서 남북한이 갈라져 있었다는 것은 그냥 역사시간에서나 배우는 '정보'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한국으로 가겠단다. 역설적이게도 서울은 남북 분단시절 남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름 요새화된 도시였다. 그래서 아직 그 정체불명의 적들에게 점령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민족 역사상 최악의 시절이 의도치 않게 해준 선물이랄까?

 

"아따... 딴 건 모르겄는디 말여. 런던이 박살났다는 소리에는 나두 경악했구먼.."

윌이 한 말이었다. 윌은 헤리퍼드 시골 촌구석에서 십자군으로 참전하기 전에 잉글랜드의 수도 런던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윌의 눈에 비춰진 런던은 굉장함 그 자체였다. 헤리퍼드에는 없던 좁은 골목이라는 것도 처음 봤고, 수도 없이 바글거리는 인파도 처음 봤던 윌이었다. 그 때 윌은 런던이 세계 최고로 붐비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물론 십자군 참전하고 난 후 다른 도시들을 방문하고 난 이후로 그런 도시는 널리고 널렸다는 걸 알았지만... 윌은 그 당시 세계 최고라는 콘스탄티노플을 한번은 가고 싶어했다. 몰론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에게는 이스탄불로 이름이 바뀐 도시지만 그 엄청나다던 콘스탄티노플의 삼중 성벽하며, 그 대단하다고 말만 들었던 소피아 대성당도 보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윌 옆에 있던 차스카도 말했다.

"윌씨.. 나 너무 무서워요. 꼭 우리 죽으러 가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나 진짜 지켜줄 거죠? 윌씨는 최고의 칼 싸움꾼이라면서요?"

 

윌은 최고의 칼 싸움꾼이란 말에 살짝 우쭐해졌다.

"내가 말여... 칼만 잘 다루는 줄 알어? 아녀~ 원래 전쟁터에선 손에 잡히는 건 다 다룰 줄 알아야 되능겨~ 칼이든 창이든 도끼든 나무방맹이든 활이든 내 손에 잡혔다 하면 다 무기가 되는겨. 심지어는 나두 내 손에선 칼을 놓쳐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여. 그 때마다 내 손에 잡히는 건 흙 밖엔 없었어. 그럴 때마다 그놈들 눈에 흙을 뿌려가면서 살아남은 나여. 그 놈들이 '내 눈에 흙이 들아가기 전까지는..'이라고 할 때 나는 '그 때가 지금이다. 이 생퀴야.'라고 하면서 뿌려댔구먼... 걱정말어. 차스카."

그렇게 윌은 차라리 제물로 바쳐질 바엔 낫다고는 큰 소리 쳤지만, 막상 가려니까 발발 떨던 차스카를 달래주면서 말했다. 실제 윌은 겁이 없었다. 어딜 가든 '생존'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열차는 뭔가 절차도 생략하고 달리는 듯 하였다. 보통 땐 승객들 즐기라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도 보여주면서 차원을 이동하던 열차가 이건 뭐 이상한 알록달록한 색만 보여주면서 순식간에 어딘가를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짧은 시간에 서울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서울. 서울입니다."

 

차스카와 윌은 열차에서 내려서 '버스'라고 부르는 신기한 탈 것에 또 갈아탔다. 서울이라는 곳의 풍경은 이 둘의 눈에게는 정말 신기함 그 자체였다.  차스카도 높은 건축물은 봤지만 서울의 건축물은 불가사의 그 자체였다. 

서울에 온 윌과 차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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