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트레인은 괴베클리 테페를 떠나서 새로운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고, 열차 안에서 윌은 차스카와 오랜만에 마주쳤다.
차스카는 확 달라져 있었다. 잉카풍 옷도 현대풍 옷으로 갈아 입었고, 헤어스타일도 머리띠 같은 건 벗고 파마를 하여서 잉카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현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녀 같았다.
"이게 누구여? 차스카여? 못 알아볼 뻔 했네. 왤케 예뻐진겨?"
"앗! 윌씨 (이제 차스카도 윌이 하늘사람이 아니라는 건 안다.) 오랜만이예요. 사르나이가 저를 예쁘게 만들었어요. 아멜리아 선생님도 같이요. 저... 많이 예뻐...졌어요?"
차스카는 뺨에 생기는 특유의 하트모양 홍조를 띄면서 수줍게 말했다.
"오오~ 못 알아볼 뻔 했어. 그리고 이제는 나노로봇인지 뭔지도 안 쓰나봐? 영어도 잘 허네. 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디.. 언어쪽 재능은 없는지 잘 안되긴 혀도 많이 늘긴 했어."
"저는 한국어도 제법 마스터했다고 아멜리아 선생님이 칭찬해주셨어요. 헤헷"
그때, 명상 3인방인 아멜리아 부르자나제, 류지민... 또 윌은 이 때 처음 만난 아쇼카 굽타가 같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민이 먼저 인사를 하였다.
"윌 오빠, 안녕! 차스카도 안..녀...엉이 아니라 너 왜 이렇게 예뻐졌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지민도 차스카가 꾸민 모습을 처음 보았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말했다.
"아하하... 사르나이랑 아멜리아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저를 꾸며주셨어요. 아멜리아 선생님 감사합니다."
차스카는 아멜리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래. 차스카, 이렇게 하고 다니니까 진짜 예쁘다. 너 원래 되게 예뻤는데 그 동안 안 꾸미고 다녀서 내가 보기에 좀 안타까웠거든.. (차스카와 윌을 번갈아 보면서 미소 빙그레~)"
그리고 아쇼카가 윌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잉글랜드의 기사 윌 스미스씨군요. 오늘 처음 뵙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인도에서 온 아쇼카 굽타라고 합니다. 나마스떼~"
아쇼카가 두손을 합장하면서 윌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셔유. 나마...스테키? 여튼 지민한테서 전에 말씀은 들은 적이 있어유. 명상의 고수라시던디.."
아쇼카가 풉! 하고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나마 스테키가 아니라 '나마스떼'라고 해서 인도의 인사입니다. 그리고 고수라뇨. 호호. 그냥 수행하는 평범한 수행자일 뿐이예요."
윌이 헤헤 거리면서 말했다.
"헤헤. 겸손까지 하시네유. 역시 진짜배기 실력자는 겸손하구,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고개를 숙인다더니 옛말 틀린 게 없네유. 근디 린창웨이씨도 명상 비슷한 걸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디, 같이 안 하시나봐유? 남녀가 유별해서 그런가?"
지민이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깔깔깔.. 윌 오빠, 남녀가 유별하다는 말은 또 어디서 배웠대? 윌 오빠, 진짜 선비(Sun Bee)에 사대부 양반 다 되셨네. 그게 아니라요. 창웨이씨가 하시는 수련이랑 저희가 하는 수련이 좀 결이 달라서 그래요. 창웨이씨가 하시는 건 기공수련이라고 해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수련한다는 건 명상과 결국 목적이 같은데, 방법이 많이 좀 다른 게 있어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윌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어허~ 기공수련? 내가 십자군에 있을 때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는디, 동양에서는 몸의 에너지인지 기(氣)인지를 이용해서 손바닥에서 바람이 나가고 뭐 그런 걸 할 줄 안다던디.. 그런 거여?"
"아.. 장풍~ 근데 그건 다 과장된 말인 것 같은데, 저도 자세한 건 몰라요. 진짜 기공수련을 높은 경지까지 하면 장풍이 나갈지도 모르죠. 그 쪽은 창웨이씨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지민이 대답하였다. 그리고 차스카가 명상3인방에게 물었다.
"그런데, 다음에 저희는 어디로 가죠? 제 고향에도 한번 살짝 들렸으면 좋겠어요. 엄마 무덤에 가서 제대로 작별인사 드리고 싶어요."
차스카의 말을 듣고 모두들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에 엄마가 죽는 걸 눈앞에서 보았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아쇼카가 말했다.
"사람의 육체는 죽어도 영혼은 결코 죽지 않는 법이예요. 진짜 차스카의 어머니는 어머니의 육신이 아니라 그 분의 영혼입니다. 그리고 영혼은 시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아서 어디에서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줄 수도 있어요. 차스카의 어머니는 분명히 어디선가 차스카 가까이에서 늘 차스카를 지켜주고 계실거예요.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그저 빨리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기도 드리세요. 좀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영혼의 입장에서는 이승에 오래 머무는 게 결코 좋은 것이 아니거든요. 빨리 좋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 영혼 입장에서는 좋기 때문에 정말 엄마를 위한다면 좋은 곳으로 우리 엄마 보내주세요. 라고 차스카가 믿는 신에게 기도하세요."
차스카가 약간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렇게 기도할게요. 엄마를 좋은 곳으로, 고통 없는 곳으로, 아름답고 먹을 것도 풍족한 곳으로 가게해달라고 기도할게요."
그 때 아멜리아가 말했다.
"아.. 근데 좀 분위기 깨는 소리일지도 모르는데, 그 소문 아세요?"
아쇼카와 지민이 동시에 말했다.
"무슨 소문요?"
"저희가 살고 있던 23세기 말이예요. 거기에서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어떤 존재가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소문요. 세계정부나 각국 정부 고위층이나 글로벌 기업 수뇌부들은 다 알고 있다던데요."
아쇼카도 말했다.
"그 소문 사실일까요? 워낙 가짜 뉴스가 많아서... 소문을 들어보니 그 존재라는 게 귀신이다. 파충류 외계인이다. 아틀란티스의 후예들이다. 일루미나티의 소행이다. 등등 너무 뜬금없는 정보들이 많아서요. 심지어는 사우론이 배후세력이라는 소문도 들은 적 있어요."
지민도 말했다.
"저도 그 소문을 이 열차 타기 휠씬 전부터 인터넷에서 한번 본 적 있어요. 우리나라 한국 정부에서 일하시는 3급 공무원 중에 저희 아빠 친구분이 계신데, 아빠랑 술 마시다가 그런 이야기 하신 적이 있대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세계정부와 각국 정부를 협박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와 테러를 일으킨다고요."
아멜리아가 말했다.
"3급 공무원이면 꽤 높지 않나요? 그러면 완전히 가짜 뉴스는 아니고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다는 말인데.. 정말 무섭네요. 그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게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더라고요. 이러다가 매 세기마다 찾아오는 종말론이 또 기승을 부려서 사회를 혼란하게 하지는 않을까 모르겠네요."
윌이 옆에서 듣다가 말했다.
"그 미래에도 뭔가가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있는가 보네유. 여러분들이 봤을 땐 제가 구닥다리 옛날 라떼 꼰대 사람이겠지만(그새 유용한 한국어 단어(?)도 몇개 습득한 윌이었다.), 제가 살던 유럽 세계에서는 사라센 세력이 그런 위협적인 존재였거든유. 허지만, 그런 존재와 언젠가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해야한다면 거기서는 물러서면 안되는 거구만유. 죽을 각오를 하고 싸워야 자유와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거구만유. 여튼 전쟁터에서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겨봤던 제 소견을 그래유. 여러분들도 여러분 세계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반드시 자기 세계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 존재인지 뭔지와 맞선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구만유."
그 때까지만 해도 윌은 몰랐다. 그게 남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기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축복과 행복이 깃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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