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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중인 글/드림 트레인 (Dream Train)

드림 트레인(Dream Train) 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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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지금 모두 드림 트레인의 대강당으로 속히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긴급한 공지사항입니다. 다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

바닷가 옆을 달리고 있는 드림 트레인의 승객들은 한창 아름다운 어느 해변의 경치를 감상하다가 수석기관사 캐서린의 안내 방송을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지금 열차에 화재가 난 것도 아니고 비상사태가 벌어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긴급 공지라니 무슨 소린가 싶었다. 하지만 분명 무슨 사단이 난 것 같아서 모두들 대강당에 모여들었다. 처음부터 이 소설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드림 트레인 내부는 차원압축술이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밖에서 봤을 때는 협소한 공간 속에 큰 공간을 욱여 넣을 수 있다. 그래서 대강당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여튼 윌도 차스카도 모두들 대강당으로 모였다.
"아침 댓바람부터 웬일이래?"
"기차에 문제 생긴 거 아냐? 원래 우리가 있던 곳으로 못 돌아가거나.."
"떼끼! 그런 재수 없는 소리 말어! 말이 씨가 된다잖아."
"거 앞에 길막하지 말고 빨리 좀 갑시다. 긴급히 모이라잖아요."
사람들은 저마다 수근거리면서 대강당에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강당에는 이미 드림 디멘션 컴퍼니의 정직원인 캐서린과 쟝, 수습직원 아킬레우스와 사르나이가 나와있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모이자 캐서린이 말을 했다.
"이제 얼추 대부분 모이신 것 같은데, 혹시 못 오신 분들이 있으시면 전달해주세요. 지금 우리가 원래 출발했던 우리 고향 23세기에서 중대 사태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 열차를 타기 전부터 흉흉한 소문들을 들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 소문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습니다."

캐서린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외부인이었던 윌과 차스카만 이 상황이 도대체 뭔지 감을 잡지 못했다. 명상 3총사에게 말은 들었지만 체감(體感)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소문이 사실이었어? 우리 세계가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게?"
"나도 들었어요. 무슨 유령들 연합이라던데?"
"유령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아직 히틀러가 살아있는 게 맞다니까!"
"히틀러가 무슨 수로 살아있어요? 차라리 칭기즈칸이 아직 살아있다고 그러시지.. 외계인이 드디어 침공을 시작한 거라니까요. 외계인이 있을 줄 알았어~"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추측을 피력하였다.

"자~ 모두들 잠시 조용~ 조용히 좀 해주시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캐서린이 승객들을 조용히 시키고 말을 이어나갔다.
"네, 사실 세계정부와 각국 정부, 그리고 큰 기업 고위층에서는 우선 이 일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그 알 수 없는 세력에 대한 정보도 너무 부족하거니와 초반에는 위협의 정도도 미미했기 때문이었죠. 기껏 원인을 알 수 없는 공공기관 서버 해킹이나 도무지 인과관계가 없어보이는 살인범죄 발생률 증가 같은 일들만 있었거든요. 괜히 불명확한 일을 가지고 외부에 퍼트렸다가는 민심만 더 흉흉해질 것 같아서 말을 아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거 어떻게 됐다는 얘기요?"
승객 중 누군가가 짜증 섞인 투로 말을 하였다. 하지만 캐서린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네, 그럼 지금 현재 우리 세계의 상황을 제가 알고 있는 바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그 알 수 없는 세력은 갑자기 힘을 키운 듯 합니다. 이제는 원인도 없고 아무리 수사해도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도 없는 폭발 테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심지어는... 후우... 여러분들 도저히 믿지 못하시겠지만,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심지어 일부 몇몇 사람들은 마치 자기 의지를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물린 것도 아닌데 몇몇 사람들은 원래 자아를 잃고 누군가에게서 무선으로 명령을 받는 로봇처럼 조종당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 좀비화된 사람들이 무기를 탈취하고 난동을 부린다거나 마치 전투로봇처럼 군대를 조직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건 도저히 말이 안되는 상황인 거 잘 압니다. 저도 너무 답답합니다. 그 세력의 근원에 대해서는 정말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분명 최고 의사를 결정하는 핵심세력이 있긴 있을 건데... 일단 본사에서 보낸 자료영상 보여 드리겠습니다."

캐서린이 리모컨으로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홀로그램 영상으로 23세기 현재의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정말로 몇몇 사람들이 광선총과 미사일 발사기 같은 무기를 들고 도시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되는 건 군복도 입지 않은 일반 사람들이 움직이고 대열을 갖춘 것이 마치 잘 훈련된 군대와 같다는 것이다. 캐서린의 말처럼 정말 무선으로 조종받는 것처럼 알아서 자기들끼리 일부는 돌격하고 일부는 엄호를 해주는 등 이건 정말 훈련 수준이 최고 수준인 특공부대원들이나 보여줄 법한 수준 높은 전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떻게 서로 모르던 일반인들이 이런 고차원의 조직화를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너무 기가 막히고 놀라워서 아무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캐서린이 홀로그램을 정지시키고 말을 했다.
"지금 보셨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도 없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저와 차석기관사, 수습직원들도 고위 간부가 아니라 아는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만, 이런 상황이 너무 갑자기 커졌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좀비화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세계정부차원에서 조사했다고 합니다. 조사결과 이상하게 우울증 경력이 있거나, 평소 분노조절을 잘 하지 못했던 사람들, 스트레스를 평소 많이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습니다. 이것이 도대체 저들이 좀비화된 것과 무슨 상관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나 나오는 감염은 다행히 없다고 합니다."

아멜리아가 손을 들고 말했다.
"하나 물어볼게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캐서린이 대답하였다.
"네, 그래서 지금 본사에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본사 시스템까지 테러를 당한다거나 적군에게 공격당할 경우 우리 고향으로의 복귀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즉시 귀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한편으로 본사에서는 승객들의 선택과 권익도 중요하다. 차라리 지금은 23세기 우리 고향보다 과거 세계가 더 안전할 지 모른다. 라는 판단을 하여서 승객들에게 의사를 물어보라고도 했습니다. 만약 우리 본사 시스템이 파괴된다고 하더라도, 복구가 되면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고향이 파괴가 되는 것은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아니 지켜보지도 못하겠죠. 또한 만에 하나 시스템이 복구가 안 된다면 우리는 23세기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복귀 여부를 여러분과 함께 결정하고자 합니다. 1시간의 여유를 드릴테니 사려 깊게 생각을 하신 후 다시 여기로 모여주십시오. 그래서 거수에 의한 다수결로 우리의 거취를 결정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모여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은 23세기로 당장 다시 돌아가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말 영원히 자기 고향에 못 갈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 너무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 세계가 위험에 처했는데, 멀리 떨어져서 혼자 안전한 곳에 있다는 건 비겁한 짓이라면서 같이 인류를 위해 싸우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23세기 고향에 대한 걱정을 하고, 적들에 맞서 싸우자는 드림 트레인의 승객들

차스카는 윌에게 다가갔다.
"윌씨, 윌씨는 어떡하실 건가요? 윌씨도 저처럼 여기 사람이 아니시잖아요. 저는 어차피 이제 고향으로는 못 돌아가요. 돌아가면 정말 그 놈들에게 잡혀서 제물로 바쳐질 건데... 윌씨는 고향에 어머니도 계시고, 약혼녀도 있다면서요?"

윌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아... 그러게.. 참 상황이 꼬여도 뭐가 이렇게 꼬이는겨? 난 아직 캐서린이 한 말을 반도 이해 못하겠구먼.. 좀비가 뭔지도 모르겠고, 시스템이 어쩌고 그건 또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그냥 어떤 알 수 없는 적들이 자기들 세계를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다. 이것 밖엔 모르겄는디... 내 팔자 참... 나도 내가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긴 한 건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네. 내가 왜 그 때 우리 부대원들이랑 떨어졌을까... 그 때 그러지만 않았어도 지금 나는 여기에 없을 건디 말여. 허긴, 그 때 이 열차에 안 탔으면 적들과 싸우다가 지금쯤은 죽었을 수도 있지만서두. 여기에 탄 게 다행인지 안 타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겄다. 에휴~ 일단 나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구먼.
차스카는 그래서 어쩔려구? 일단 이 사람들 따라가게?"

차스카가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사실 그 길 밖에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고향에 돌아가도 죽을 거면, 차라리 여기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래요. 최소한 여기는 맛있는 음식이 많으니까요. 지민한테서 배웠어요. 한국이란 나라 속담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 말이 있다고요. 어차피 죽을거면 맛있는 거나 실컷 먹고 죽을래요. 우리 고향에서는 저나 엄마, 우리 동네 사람들 같은 하층 평민들은 정말 먹을 것이 부족해서 굶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그랬다. 산업화 이전만 해도 전인류 누구나가 먹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산업화가 되고 식량이 풍족해지면서 사람들의 주된 사망원인이 교통사고나 암 같은 질병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굶어 죽는 아사(餓死)가 사망원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차스카가 살았던 잉카의 마을은 안데스 산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더더욱 식량이 부족했었다.

차스카가 계속 말했다.
"윌씨도 그냥 우선 저랑 같이 저들과 함께 해요. 다른 방법도 없으시잖아요. 그리고 아멜리아 선생님이 저한테 말한 게 있어요. 이 말 윌씨한테 전해주라고요."

윌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잉? 아멜리아씨가? 무슨 말인디?"
"윌씨가 아멜리아 선생님한테 전에 '꼭 기사의 명예를 걸고 목숨 걸고 위험에서 지켜드릴 거구만유.'라고 약속한 거 있으시다던데, 그 약속을 저한테 양도한다고 말씀 드리라던데요."

전에 아멜리아가 윌의 점을 봐주고 윌이 복채 대신 지킨다고 했던 약속을 말하는 것이었다. 윌은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아멜리아씨도 차암~ 약속이 물건도 아니구, 약속을 양도하는 게 어디 있어?"
"저도 아멜리아 선생님한테 약속을 양도해도 되냐고 말했는데, 아멜리아 선생님은 귄리 양도도 되는데, 약속도 권리라면서 약속 양도가 안 될 이유가 없다고 하시던데.. 반박불가더라고요. 그리고 아멜리아 선생님은 윌씨도 아시겠지만 점술 대가시잖아요. 저의 점도 전에 더 자세히 봐주셨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제가 어떻게 태어났고, 아버지가 어디서 어떻게 언제 돌아가셨고, 어릴 때 무슨 사고를 언제 겪었고.. 정말 귀신 같이 다 맞추시더라고요. 여튼 제 미래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신 게 있는데 지금 하나는 맞아가고 있네요. 자세히는 묻지 마세요. 비밀이니까.. 여튼 아멜리아 선생님은 자기에게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도 이미 알고 있고, 그걸 피하는 방법도 알고, 죽을 장소와 시간도 알고 있대요. 그러니 자기는 지켜줄 필요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참말로... 귄리 양도라... 기적의 논리 같은디... 진짜 반박불가구먼.. 허허 참.. 그리고 벌써 자기가 죽을 날까지 알고 있다니 아멜리아씨는 참말로 대단하면서도 무서운 사람이여. 그런데도 정말 언제나 평화로워 보이고 인자해 보이는 걸 보면 분명히 정신 수준도 엄청 높을 것이구먼.. 나는 내 죽을 날을 알면 공포스러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디 말여. 여튼 알았어. 그 약속 변경한다고 아멜리아씨한테 전해드려. 차스카를 지켜주는 걸로 바꾼다고 말여.
아! 그러고 말여. 나는 차스카 자네 미래가 별로 안 궁금혀. 자세히 물어볼 마음도 없었으니까, 걱정허덜 말어~"

차스카가 윌의 마지막 말을 듣고 살짝 실망한 듯 표정을 지으면서 윌에게 물었다.
"내 기사님아~ 진짜 내 미래가 즈~~녀~~ 1도 안 궁금해요? 아주 살짝은 말해줄 수 있는데..."
윌이 얘 왜 이러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얼레? 내 기사님아? 왜 이려? 애교여? 그러지 말어. 닭살 돋으려고 그러는구먼... 그리고 아주 살짝도 말 안 해줘도 되니께.. 볼 일 있으면 보라구. 난 화장실 좀 갈텨."

차스카는 윌의 옆에 바짝 붙어서 장화 신은 고양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그 유명한 눈망울 초롱초롱한 표정을 짓고서는 말했다.
"1만큼은 안 궁금해도 0.1 정도는 궁금할텐데... 살짝만 물어봐요. 내가 허락할게. 응? 응?"
지금 윌이 보고 있는 차스카는 눈빛이 깊었다. 사실 차스카는 눈도 큰 편이고 눈동자도 완전 새까만데도 반짝반짝 빛이 나서 정말 깊이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차스카 동네 사람들은 차스카의 눈 때문에 차스카를 티티카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차스카의 눈동자가 티티카카 호수처럼 맑고 태양을 반사하는 수면처럼 반짝반짝 빛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윌은 어쩌다가 처음으로 차스카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미간이 간질간질 해지면서 순간 심장도 쿵쾅 거렸다.
"어... 어흠.. 나 진짜 화장실 간다니깐.. 화장실 안까지 따라올겨?"
라고 말하면서 윌은 뒷걸음질쳤다.
"그러고 말여. '내가 허락할게?' 너 은근슬쩍 나한티 말 놓는다. 아직 쪼끄만 것이 그냥.."
차스카가 지지 않고 말했다.
"나 이래뵈도 스무살이 한참 넘었거든요. 지민이랑 동갑이라구요."
"아. 맞다. 지민이 자기 나이는 비밀이라던디. 도대체 몇살이여?"

"흥! 나도 비밀이다! 칫.. 어엇! 뒤에 조심.. 조심해요!"
차스카가 놀라면서 윌의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흥! 나도 차스카 나이 안 궁금하고, 안 속아. 뒤에 있긴 뭐가.. (툭!) 으악!"
윌의 뒤에는 열차 바닥에 높은 턱이 있었는데, 윌은 거기에 발이 걸렸다. 그리고 뒤로 꽈당 넘어졌다.
뒤통수를 바닥에 박는 건 덤이었다.
"아이고~ 두개골이야."
윌이 바닥에 드러누워서 자기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차스카가 놀라서 윌에게 뛰어왔다.
"거 봐요. 뒤에 조심하라니까.. 괜찮아요?"
차스카는 윌을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으응. 괜찮어. 철퇴에도 맞아 봤는디, 뭐 이 정도 쯤이야."
라고 윌이 말하면서 자기 팔을 차스카에게 내밀었다. 일어날테니 좀 잡아달라는 채스처였다. 차스카는 윌의 팔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그 때 윌의 손이 의도치 않게 차스카의 봉긋한 가슴에 닿았다. 차스카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윌이 놀라서 팔을 황급히 뺐다. 윌은 자기 얼굴에도 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차스카에게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 뒤돌아서서 말했다.
"일으켜줘서 고맙구먼. 글구 나 진짜 화장실 갈테니까 좀 있다 강당에서 보자구."
그 말을 하고 윌은 빠른 걸음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
차스카는 그런 윌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사실 자기 가슴에 윌의 손이 닿은 것을 알고는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서 티를 내지는 않았을 뿐이었다.
"윌씨, 귀엽네. 분명히 얼굴이 빨개져서 저럴거야. 크큭"
차스카는 작은 소리로 혼잣말 하면서 뒤돌아 갔다.

화장실에 들어간 윌은 거울 속 자신을 보면서 말했다.
"아따.. 내가 왜 이러능겨? 고향에 있는 나의 캐서린을 두고 왜 심장이 나대능겨? 아씨~ 그러고 얼굴은 왜 빨개진겨? 일부러 만진 것도 아닌디... 차스카가 내 얼굴 빨개진 거 눈치 챘을까? 아녀. 몰랐을겨. 바로 뒤돌아서서 얼굴을 안 보여줬으니까.."

일단 시원하게 볼 일을 본 후에 윌은 다시 생각을 했다. 고향의 어머니와 약혼녀 캐서린에 대해서... 이 승객들과 같이 행동을 하는 것 말고는 지금 뾰족한 수가 없었지만, 고향에 있는 두 여인이 걱정되고 보고 싶어지는 마음 역시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축복과 행복이 깃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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