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준이의 집은 효미네 집에서 길 건너 있는 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삑삑뿍삑! 또리링~"
호준이가 도어락을 열고 자기 집 문을 열었다. 효미는 호준이와 함께 현관문으로 들어갔는데, 밝은 아이보리색이 주를 이루는 인테리어였다. 가구들도 아이보리 비슷한 계열들로 색깔을 맞춘 것 같았다. 호준이의 엄마인 수현의 감각이었다. 그리고 집 안에는 진열장이 많이 보였는데, 스타워즈 피규어부터 시작해서 범선 모형, 건담 모형에 비행기 모형들이 전열장에 가득했다.
"우와~ 꼭 장난감 가게 같애."
효미가 자기 집에서도 혜리네 집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라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알록달록한 여러 모형들을 감상했다.
"우리 아빠가 이런 거 좋아해서 아빠가 거의 다 만들고, 나도 몇 개는 만들었어. 아.. 잠깐만~ 과자부터 줄게. 저기 소파에서 기다려. 효미야~"
호준은 동생인 듯, 동생 아닌, 동생 같은 효미에게 먹을 걸 주려고 주방에 들어가서 로톡스, 초코깡, 파리보, 육사쯔 같은 과자들을 가져왔다. 효미는
"와~! 파리보! 내가 피카춥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데, 헤헷~ 호준이 오빠 고마워. 잘 먹을게."
효미는 감사를 표하면서 파리보를 입에 넣고 쫀득쫀득 씹었다. 호준이가 입을 오물거리는 효미가 꼭 다람쥐처럼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효미에게
"아. 내가 보여주겠다고 한 거 보여줄게. 따라와볼래?"
라고 효미를 이끌었다. 효미는 전투기 모형 앞에 섰는데 꽤 멋있게 생겼었다.
"우와~ 잘 만들었다. 이게 오빠가 만든 거야?"
"응, 아빠가 도와줬지만 나도 많이 만들었어. 멋있지?"
그 전투기가 바로 F-22 랩터였다.
호준이는 괜히 효미에게 아는 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F-22가 제일 싸움 잘하는 전투기에 스텔스 기능이라고 레이더에 안 걸리는 기능도 있다는 둥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효미에게 말해줬다.
효미는 솔직히 '안물 안궁'이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호준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척이라도 했다.
비행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아무리 빠른 최신식 비행기라도 하늘을 나는 원리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최초로 발명한 이후로 똑같다. 프로펠러든 제트엔진이든 추진력(추력, Thrust)을 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또 공기의 저항을 양력 (Lift, 위로 뜨게 만드는 힘)으로 바꿀 수 있게 디자인 된 날개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 양력이 중력보다 더 크면 비행기는 위로 뜨는 것이고, 같으면 수평으로 비행하는 것이다. 물론 중력이 더 크면 아래로 떨어진다.
(정확한 이유는 비행기의 날개 모양이 윗면과 아랫면이 다르게 생겼다는 것과 베르누이의 정리 같은 원리 등등이 적용되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너무 길다.)
중요한 건 마치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원리에도 통용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목표에 도달하는 성공의 여정에서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 무작정 태클거는 안티들, '너는 안돼. 현실을 생각해.'라고 말하는 에너지 뱀파이어들, 자기를 사랑해서 하는 말인 건 알고는 있지만, 걱정이 가족의 의무인 양 너무 과하게 걱정을 해서 오히려 부정적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가족들 등등 부딪히는 저항은 참으로 많다. 하지만, 이런 저항을 우리는 환영할 줄 아는 통 큰 마음, 고차원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저항의 힘에 이끌려 추락하고 만다. 중력보다 양력이 더 커야 비행기가 뜨는 원리와 같다.
또한 이러한 저항이 양력의 원동력이 됨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다. 공기 저항이 전혀 없으면 비행기는 애초에 공중에 뜰 수가 없다. 연예인들이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악플보다 무플이 더 싫다.'고.. 그렇다. 자신에 대한 저항과 반대는 힘으로 역이용할 수라도 있지만, 무관심은 어떤 동력도 자신에게 줄 수 없다. 욕을 먹으면 '욕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난 최소한 장수는 하겠네.'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리고 더 차원 높게 생각할 줄 안다면, 그러한 비난과 부정적 언사에서 내가 빠트린 건 없는가? 배울 점은 없는가? 건져낼 수 있는 유용함과 유익함은 없는가? 주의깊게 관찰해보라.
그대가 태어난 이 세상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배움터이며, 그대 앞에 펼쳐진 모든 환경은 하늘이 그대에게 시키고 있는 공부라는 진리를 늘 상기하고 있으라.
그렇기에 자기에 대한 저항이나 방해, 부정적인 환경들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게 된다면 일단은 합격의 경지에 오른 것이고, 거기서 교훈이라든가 뉘우침, 깨우침, 유용함도 얻어낼 수 있다면, 이 공부는 완벽히 끝낸 것이다. 그리고 완벽히 공부를 끝냈다면 다음 공부가 기다리고 있다. 이 말은 또 똑같은 공부를 하늘은 시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공부를 못 끝낸 자들에게 똑같은 공부가 계속 들어온다. 그 공부를 끝낼 때까지 말이다.
어쨌든, 효미와 호준이는 여러 모형을 구경하다가 게임기로 수풀에툰이라는 물총게임을 신나게 하였다. 효미도 게임을 잘 하는 편이었지만, 아직 호준이에 비해서는 한 수 아래였다. 그래도 호준이는 너무 혼자 이기면 효미가 기분 나빠할 게 뻔했기 때문에 일부러 몇 번 져주면서 게임을 하였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서 저녁이 다 되어갔다.
"아기 상어 뚜루뚜루뚜~♬"
효미의 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나리였다.
"아! 언니~ 지금 나 호준이 오빠 집에서 게임하고 있어."
"그랬구나. 아빠랑 나랑 걱정했잖아. 빨리 들어 와. 좀 있으면 어두워져~"
"응, 알았어. 이제 게임 끝났어. 지금 갈게."
호준이 옆에서 효미의 전화 통화를 듣고는 말했다.
"지금 가야 돼? 아빠 가게로 갈거야?"
"응, 일단 아빠 가게에 가려고. 그리고 우리집이 가게랑 붙어 있어서, 가게로 가는 게 집으로 가는 거야."
"그럼 내가 바래다 줄게."
"괜찮아. 길만 건너면 되는데, 나도 신호등 보고 횡단보도 건널 줄 알아."
"그래도..."
"괜찮다니깐.. 멀리 안 나오셔도 됩니다~ 헤헤"
멀리 안 나와도 된다는 말은 드라마에서 배운 건지 아빠 현식에게서 배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효미는 호준이를 안심시키고 혼자 호준의 집에서 나왔다. 그래도 호준은 엘레베이터까지는 데려다주었다.
"효미야. 다음에도 같이 놀자."
"응, 다음에는 우리 가게에 놀러 와. 아빠한테 말해서 치킨 달라고 할게."
"알았어. 잘 가."
"호준이 오빠도 안녕~"
효미는 그렇게 호준이네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서 대로변에 있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이 쪽 길은 차들은 좀 다니는 편이었는데, 보행자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효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효미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힉! 깜짝이야!"
처음 보는 아저씨였다. 20대로 보였는데, 20대이면 효미 입장에서는 그냥 아저씨였다. 나리도 20대이긴 하지만 워낙 자주 봐왔기 때문에 아줌마가 아니라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었지만.. 여튼 이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축복과 행복이 깃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완성된 글 > 저곳 어딘가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곳 어딘가에 044 (2) | 2022.10.08 |
---|---|
저곳 어딘가에 043 (4) | 2022.10.07 |
저곳 어딘가에 041 (2) | 2022.10.05 |
저곳 어딘가에 040 (2) | 2022.10.04 |
저곳 어딘가에 039 (2) | 2022.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