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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글/저곳 어딘가에

저곳 어딘가에 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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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의 시점.. 계속

은희의 영혼은 계속 효미를 납치한 차량을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한적한 어느 전원의 2층집이었다. 그 청년은 2층으로 효미를 들어 옮긴 후 방문을 잠그었다. 은희는 어쩔 줄 몰라서 소리도 질러보고 청년을 붙잡아보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귀에는 은희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고, 은희의 팔은 홀로그램처럼 그 청년의 몸을 통과할 뿐이었다. 

은희는 예전에 효미의 눈에는 자주 보였듯이 효미의 눈에라도 보여보려고 애를 썼으나 이상하게 효미의 눈에도 자신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왜 그런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은희는 그래도 상급신에 속하는 마을 수호신인 당산나무 할아버지, 할머니의 도움을 받는 수 밖엔 없었다. 그리하여 곧장 당산나무를 찾아갔다. 전에도 말했듯 영혼은 비물질이라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즉 물질세계에서는 이 우주공간 안에 빛의 속도가 가장 빠른 속도이고 어느 물질의 속도도 광속 이상은 낼 수 없지만, 영혼은 아예 속도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이 장소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저 장소에 나타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바로 당산나무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우주의 에너지에는 물질 에너지와 비물질 에너지가 있다. 물질 에너지란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 에너지를 말한다. 이 우주에 빈틈 없이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그 물질이 낼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말한다. 비물질 에너지란 물질화 할 수 없는 에너지인데 대표적인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영혼]이고, 둘째가 그 영혼이 수많은 윤회를 통해 인간의 육신에 머물며 살아있는 동안 생산해놓은 [지식]이다. 그리고 이 비물질 에너지인 영혼과 지식이 물질을 움직이고 운용하는 것이다.

 

여튼 당산나무로 직행은 은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급하게 찾았다.

"도와주세요! 할아버지, 할머니... 제발요.. 제 딸이 위험해요. 어흑"

은희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부르짖었다. 그 때 당산나무 신들이 나타나서 은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고? 새댁! 와(왜) 울먹이고 있노?"

할머니 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희에게 말하였고 은희는

"제 딸이 전에 우리가 말했던 그 수상한 청년한테 납치됐어요. 저~기 멀리 시골 깡촌 같은 데 있는 2층 집에 잡혀 있어요. 우리 딸 살려주세요. 제발요."

라며 애원하였다. 할머니 신이 말하였다.

 

"이런... 그 청년한테 어두운 기운이 자꾸 느껴지더니만, 새댁 딸한테 해꼬지해삐맀네. 우짜면 좋노? 혹시 그 청년한테 접신 시도는 해봤나?"

은희가 대답하였다.

"네? 접신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요?"

할아버지 신이 말했다.

"저 사람 몸에 들어갈끼다... 라고 각오한 다음에 그 사람한테 쑉 들어가뿌는 기다. 귀신 씌였다~ 빙의됐다~ 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그거~!"

"그게 아무나한테 가능한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것도 주파수나 타이밍, 그 사람 상태 같은 조건이 딱 맞아야 되는데, 혹시나 될 지도 모르니까 시도는 한번 해보라는 거지."   

"제가 바로 가서 시도해볼게요."

"그래. 알았다. 우리는 항상 여~서(여기서) 기다릴끼니까 함 해보그라."

 

은희는 다시 아까 그 장소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 청년을 있는 힘껏 째려보면서 속으로 말했다.

"들어간다. 들어갈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청년의 몸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그냥 통과할 뿐이었다. 은희는 몇번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은희는 딸 효미를 바라보았는데 계속 울고 있었다. 저러다가 애가 졸도할 것만 같았다. 효미가 너무 울어서 목소리도 갈라지고 있는 것 같았고, 너무 놀란 나머지 이 상황이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살아 생전 뉴스에서 수도 없이 나왔던 나쁜 뉴스들이 떠올랐다.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하여 몹쓸 짓을 하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에 대한 뉴스 말이다.

 

은희는 될 때까지 시도해보겠다는 각오로 몇십번이고 접신을 시도했으나 모조리 실패하였다. 그 사이 효미는 울다지쳐 기절하듯 잠 들었고, 그 청년은 효미를 침대에 눕히고(이 장면에서 은희는 가장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그런 후 효미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몇 초 차이인 이 장면에서 은희는 그래도 약간은 안도했다.)

청년이 효미에게 하는 행동을 봐선 몹쓸 짓을 한다거나 생명을 해칠 것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왜 효미를 납치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청년은 방문 밖으로 나가서 방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궜다. 효미가 도망 못치게 하려는 수작이 분명했다. 그런 후에 그 청년은 다시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갔다. 은희는 다시 그 차를 따라가서 조수석에 앉았다. 그리고 청년의 손을 잡으려고 계속 시도하였다. 청년의 손을 꺾어 핸들을 틀게 하여 사고가 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역시도 되지 않았다. 한참 뒤에 은희가 알게 된 것인데, 이런 것도 영혼의 정신상태가 차분할 때 해야 그나마 될 수도 있는 여지가 있지만, 영혼도 당황해있을 땐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청년이 혼잣말을 했다.

"하아~ 효미 성녀님한테 많이 미안하네. 엄청 놀랐을 건데, 깨어나면 배고파할 건데... 초코바도 안 먹고, 햄버거를 살까? 라면을 살까? 피자를 살까? 치킨을 살까? 아니다. 아빠가 치킨집을 하니 치킨은 지겨워하겠다. 그래. 그걸로 하자."

 

은희는 이 말을 듣고 죽었는데도 소름이 끼치는 줄 알았다.

우선 효미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아빠가 치킨집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말은 오래전부터 몰래 정보를 모르고 있었다는 말 아닌가? 그리고 이 청년은 분명 맨 처음으로 본 것이 서울이었다. 그러면 서울에서 여기까지 따라다녔다는 것 아닌가? 또한 효미를 성녀라고 불렀다. 이건 무슨 소린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놈인가? 미친 놈인가? 뭐지? 은희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는 사이에 자동차는 번화가의 패스트푸드점에 주차하였다. 그 청년은 햄버거 세트메뉴를 두개 사서 다시 그 2층집으로 갔다. 그리고 방문 자물쇠를 다시 열고 들어갔다. 효미는 그 소리에 다시 잠에서 깨었다.

 

효미는 막 잠에서 깨었을 때 나쁜 꿈을 꾼 줄 착각하고 

"아빠~! 나 악몽 꿨어~!"

라고 말할 뻔 했다. 그런데 눈 앞에 있는 건 역시나 그 아저씨였다.

효미는 다시 울었다. 

"진짜 집에 보내주세요. 집에 갈래요. 아빠~~~ 엄마~~~ 엉엉"

 

준모는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효미에게 포장된 햄버거를 내밀었다.

"... 이거라고 먹어. 배고프잖아. 먹고 일단 힘내. 효미 성녀님아."

진짜 이상한 소리만 효미에게 하는 이 청년을 은희는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래서 통하든 안 통하든 이 청년에게 주먹도 날리고 손톱으로 할퀴기도 하였다.

"뭔 이상한 개소리야! 당장 내 딸 풀어줘! 이 미친 자식아!"

은희는 눈을 부라리면서 소리 질렀다.

햄버거를 효미에게 건네주는 준모, 그리고 열받은 은희 / 효미가 걱정되어 답답한 현식과 나리

효미는 햄버거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일까? 효미는 일단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그간 너무 울어서 딸꾹질처럼 잔울음이 나왔다.

 

"흑, 아저씨. 나 이제 흑, 안 울게요. 흑흑, 제발 보내주세요. 흑, 경찰에 신고도 안 할게요. 흑"

쪼끄만한 여자애가 경찰에 신고한다느니 안 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걸 들으니 준모는 효미를 똑똑하면서 귀여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저씨는 너를 해칠 생각이 진짜 없어. 정말 안심해도 돼. 너한테 나쁜 짓도 절대 안할 거야. 그런 짓 하면 하나님한테 살아서는 벌 받고, 죽어서는 지옥 가는걸~. 그냥 너.. 아니 효미 성녀님한테 도움을 좀 받고 싶어서 그런 거야. 끝나면 너 보내줄거야. 약속할게."

우선 이 말을 들은 은희가 한숨 돌렸다. 청년의 말투와 말의 내용, 표정을 보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내 딸을 납치했냐고~ 이 댕댕이 자식아!'

 

효미가 팅팅 부은 눈을 하고는 말했다.

"제가 어떻게 아저씰 도와요? 저는 아직 애기예요. 저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아니야. 효미 성녀님은 하나님의 딸이야. 그래서 이 아저씨를 도울 힘이 분명히 있어."

 

효미가 말했다.

"저는 우리 아빠 딸이예요. 하나님의 딸 같은 거 아니예요. 으흑..."

효미가 다시 울먹거렸다. 이 세상 경력이 겨우 7년차 밖에 안된 효미였지만, 이 아저씨가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은희는 이 소리에 기가 막혔다. 이상한 종교에 빠진 놈이 맞는 것 같았다. 효미를 하나님의 딸이라고 부르다니...

"이거 완전 미친 놈이네. 야! 효미는 내 딸이야! 와~ 완전 어처구니 없네. 효미가 하나님 딸이면 난 마리아냐? 이 미친~$%&$%^$%^&*%&"

은희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욕설을 내뱉었다.

 

준모는 울려고 하는 효미를 우선 진정시켰다.

"쉬~~쉬~쉬~! 진정해. 자꾸 울면 몸에 안좋아. 우선 햄버거부터 좀 먹고 기운 차려. 성녀님."

효미는 의아했다. 아까부터 이 아저씨는 자기를 성녀라고 부르는데, 효미는 성녀라는 단어 자체를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그래서

"근데 성녀가 뭐예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준모가

"음... 성스러운 여자를 성녀라고 해."

라고 대답했다.

"성스러운 게 뭔데요?"

".... 하아... 뭐라고 해야되지? 거룩한 거?"

".......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하나도 모르겠어요."

"...... 그냥 아주 아주 훌륭한 거라고 생각하면 돼."

"아~ 훌륭한 거... 근데 나 안 훌륭해요."

"...... 일단 먹기부터 해."

효미는 더 이상 말은 안 하고 준모가 건네주는 햄버거를 받아서 먹었다. 이 상황에서도 배가 고파서 그런지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효미였다.

 

푸닭커리에서는 난리가 났다. 우선 현식과 나리는 가게 영업을 서둘러 접고, 경찰서로 찾아갔다. 

"아까 딸애가 집에 안 들어온다고 신고한 사람입니다."

현식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경찰에게 말을 했다. 

경찰에서는 지금 조사 중이라고 하였다. 가장 마지막으로 효미 폰 신호가 잡힌 곳이 그 대로변 횡단보도였다는 것은 알아냈으나 딱 그 지점에서 CCTV가 없었다. 그리하여 지금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현식과 나리는 경찰관들에게 부디 잘 부탁드린다고 몇번이고 당부를 한 후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여보야. 효미 어떡해. 아... 진짜... 어디로 간 거야? 효미야.."

나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자기야. 효미 무사할 거야. 그렇게 똑똑한 아이가 잘못될 리 없어. 우리 걱정하지 말고 빨리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자. 응~"

현식도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지만, 서로 용기를 북돋아줘야 했기에 나리에게 맥 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

은희는 다시 당산나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갔다.

"그 놈 완전히 미쳤어요. 제 딸을 하나님의 딸이라고 부르는 것 있죠? 그리고 아무리 해도 접신은 안 되더라고요. 진짜 어쩌면 좋죠? 지금 당장 효미를 해칠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인데, 언제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잖아요."

 

할머니가 은희의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입을 떼셨다.

"흠... 그러면 말이지. 새댁! 이렇게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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