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괴로도 알려진 조선의 괴물, 물괴는 실제 중종실록에도 기록이 되어있다. 영화만큼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경위를 이러하다.
중종22년(1527) 음력 6월 17일 새벽에 충찬위 숙소에서 잠을 자던 한 나팔수가 무언가에 눌렸다. 그래서 기절을 하였다.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깬 동료 군인들이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자기들 방에서 이상한 물체를 목격하였다.
삽살개 같기도 하고 망아지 같기도 한 괴수가 군사들을 보고는 화급히 그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도망간 괴수는 충찬위청 모퉁이를 돌아 큰 소리를 내면서 서소위장소를 항해 달려갔다.
경비를 서던 서소위 군사들도 괴수를 보고 놀라서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그리고 당직이던 서소위 부장이 괴수가 나온 방을 살피니 비란내가 방 안에 진동하였다거 한다.
이 삽살개 비슷한 비주얼에 망아지 사이즈의 물괴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한양 바닥 전체로 번져나갔다.
이 소문으로 인해 세자가 해를 입을까 두렵다던 중종의 모친 자순대비가 경복궁에서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고 (경복궁이나 창덕궁이나 바로 옆동넨데... -_-;;) 중종은 매일 아침 문안인사를 드려야 되는 입장에서 자신도 이사해야한다는 논리로 이어(移御, 임금이 이사하겠다 뜻)하겠다는 명을 신하들에게 내렸다.
왕마저 이사한다면 민심이 매우 흉흉해질 것을 염려한 사간원과 홍문관에서 중종의 이어를 반대하였으나, 결국 사건이 있은지 9일 만에 왕실은 창덕궁으로 Run했다. 도성 안의 백성들은 물괴의 공격에 대한 걱정으로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했고, 조정에서는 이를 진정시키고자 군기가 빠져서 헛 것을 보고 헛소문을 퍼트렸다는 이유를 들어 서소위 부장을 파직시키고, 다른 위장소 장교들고 하옥시켜버렸다. 최초 보고를 문서로 기록한 병조의 관리들도 하옥됐으며, 그날 당직 낭청은 외부에 이를 발설한 죄로 추문을 당했다. 병조, 사헌부, 오위도총부에 이르기까지 지휘 책임을 물어 줄줄이 추문을 당하고 파면 당할 상황이었는데, 이 소란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이어를 한 중종도 미안함을 느꼈는지 사안의 경중을 따져서 나름대로 신중히 일을 처리하였다.
그리고 3년 후 다시 경복궁으로 돌아온 것인데 돌아온 이유도 물괴 때문이었다. 대비가 거처하는 창덕궁의 침전에 대낮인데도 괴물이 창벽(窓壁)을 마구 두드리고 요사한 물건으로 희롱한다면서 경복궁으로 다시 빠꾸한 것이다. (중종실록, 중종 25년(1530) 음력 7월 16일)
그냥 덩치 큰 댕댕이였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났다는 물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축복과 행복이 깃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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